M&A자문 명가
태평양, 차별화된 해외 네트워크로 승부
④김경석 태평양 외국변호사 "크로스보더 전문 역량으로 '원스톱' 자문 제공"
이 기사는 2022년 08월 30일 08시 5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로펌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국경을 넘나드는 크로스보더딜과 계약을 둘러싼 분쟁이 늘면서다. 올 상반기 M&A 딜 규모는 미공개거래를 제외하고도 77조원에 육박했다. 1조원 이상 거래는 19건에 달했다. 로펌의 M&A 법률자문 경쟁력이 중요해졌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팍스넷뉴스는 상반기 자본시장 리그테이블 기준 상위 5개 로펌의 M&A 전략과 하반기 시장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딜사이트 강지수 기자] 지난 2021년, 법무법인 태평양은 신세계그룹의 이베이코리아 인수 거래에서 신세계그룹 측의 법률자문을 맡았다. 당시 이베이코리아 측 자문을 맡은 로펌은 김앤장, 그리고 미국 인수합병(M&A) 부문 1위 로펌인 왁텔 립트(Wachtell Lipton)였다. 태평양은 국내 기업이 해외 기업을 인수하는 아웃바운드 거래에서 해외 로펌에게 주도권을 맡기는 관행을 깨고 법률자문 전면에 나섰다. 3주 남짓의 짧은 기간 동안 한국과 미국 현지 시간에 맞춰 협상을 진행하길 여러 차례. 긴박하게 진행됐던 거래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김경석 태평양 외국변호사. <사진=법무법인 태평양 제공>

김경석 태평양 외국변호사는 지난 29일 팍스넷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신세계그룹의 이베이코리아 인수 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언급했다. 김 변호사는 "아웃바운드 거래에서도 국내 로펌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대표적인 사례"라면서 "미국의 탑티어 로펌과 주도권을 갖고 협상을 할 수 있었던 데는 태평양 M&A팀의 전문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태평양은 크로스보더 M&A팀의 강점으로 풍부한 해외 네트워크와 맨파워, 전문성을 꼽는다. 지난 2020년부터는 10년 이상의 해외 로펌 근무 경험을 갖춘 시니어 외국 변호사들을 공격적으로 영입하면서 M&A 전문 외국 변호사를 40여명까지 늘렸다. 태평양 크로스보더 전담팀 팀장인 김경석 태평양 변호사 또한 태평양이 지난 2020년 영입한 외국변호사다.


김 변호사는 지난 2003년부터 2020년까지 링크레이터스 홍콩과 서울 사무소와 화이트앤케이스 서울 사무소, 아놀드앤포터 서울 사무소에서 Arnold&Porter 등 해외 로펌의 서울과 홍콩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어피니티, 칼라일, 베어링, IMM PE 등 글로벌 사모펀드과 접촉하며 한국 대기업들의 투자 유치 업무를 자문해 왔던 그는 지난 2020년 첫 국내 로펌으로 태평양을 선택했다.


김 변호사는 "국내 로펌에서는 외국 변호사들의 업무가 서포팅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태평양은 기업 법무뿐만 아니라 공정거래법, 노무법, 세무법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잘 구성돼 있어 M&A 자문을 진행할 때 한국·외국변호사들이 한 팀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구조"라고 밝혔다.


◆차별화된 해외 네트워크···뛰어난 '맨파워'도 강점


국내 M&A 역사에서 손꼽히는 '빅딜' 뒤에는 태평양이 있었다. 태평양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M&A 거래로 거론되는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반도체)를 포함해 신세계그룹의 이베이코리아 인수, 현대중공업의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테스코의 홈플러스 매각,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 등 규모가 크고 복잡한 거래를 다수 자문했다.


태평양은 올해 상반기에도 뛰어난 자문 역량을 입증했다. 팍스넷뉴스 자본시장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태평양은 올해 상반기 M&A법률자문 부문에서 8조77억원 규모의 실적(완료기준)을 올렸다.  


탄탄한 M&A 실적의 밑바탕에는 크로스보더 부문의 경쟁력이 있었다. 태평양은 지난 2004년 중국 사무소 개소를 시작으로 9곳의 해외 사무소를 운영 중이다. 최대 2~3 곳의 해외 사무소를 갖추고 있는 타 로펌 대비 많은 숫자다. 그만큼 해외 현지의 문화나 규제, 법 제도에 밝아 적극적인 자문이 가능하다는 것이 태평양의 설명이다.


M&A 전문 인력 확보를 위한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태평양 M&A 팀 전체 인력은 200여명으로, 150여명의 M&A 전문 변호사와 40여명의 외국변호사 풀을 갖추고 있다. 태평양은 지난 2020년부터 김경석 변호사를 비롯해 마크조·서정규·손지영·박준우 변호사 등 글로벌 크로스보더 전문가들을 공격적으로 영입해 자문 역량을 강화했다. 해외 로펌에서 한국 대기업들을 자문하고, 다수의 M&A 거래 종결 경험을 지닌 시니어 레벨의 파트너급 변호사들이었다.


크로스보더 전문가들의 영입으로 태평양은 국내 기업이 해외 기업을 인수하는 아웃바운드 딜에서도 주도권을 갖고 전면에 나설 수 있었다. GS건설의 스페인 이니마 인수, CJ제일제당의 브라질 식품회사 셀렉타 인수, 한화솔루션의 RES Mediterranee SAS 인수 건 등이 대표적이다.


김 변호사는 "계약서 작성이나 딜 협상을 직접 진행하는 등 딜을 주도할 수 있기 때문에 고객들이 현지 로펌과 소통할 때 겪었던 시차나 문화 차이, 높은 비용 부담 등의 불편을 줄여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PI첨단소재 인수·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등에서 활약

김경석 태평양 외국변호사. <사진=법무법인 태평양 제공>

김 변호사는 해외 로펌 근무 당시 주요 고객이었던 글로벌PE들의 요청이 국내 로펌으로의 이동을 부추기는 촉매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마침 클라이언트에게 더 다양한 자문을 제공하고 싶다는 생각도 피어오를 때였다. 김 변호사는 "함께 일을 하던 글로벌 펀드들이 외국계 로펌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돼 있다면서 (국내 로펌에서) 여러 전문가들과 한꺼번에 패키지로 작업을 해 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하곤 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로펌에서 실사도 도와주고, 구조도 봐 주고, 계약서도 보고 여러 가지를 '원스톱'으로 진행하면 고객 입장에서 훨씬 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지난 2020년 김 변호사는 17년 동안 몸담았던 해외 로펌을 떠나 태평양으로 적을 옮겼다.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강한 변호사와 함께 크로스보더 전담팀 공동팀장을 맡았다. 이후 베어링PEA의 PI첨단소재 인수 건과 신세계(이마트)의 이베이코리아 인수, 칼라일의 투썸플레이스 인수, 인텔 낸드사업부 매각, 티빙 투자유치, 한국타이어의 캐나다 프라이슬리 인수 등 굵직한 크로스보더 딜에서 자문 역량을 뽐냈다.


김 변호사는 M&A 딜을 진행할 때 "나무만 보다가 숲을 놓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딜 다이내믹스(deal dynamics)'를 강조했다. 이론과 논쟁에 빠지지 않고, 고객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을 고민하면서 유동적으로 자문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고객이 모든 정보를 다 알 수 있게끔 자문을 제공하고 결정을 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원칙은 지키되, 고객이 원하는 바를 파악하고 결정을 위한 과정을 같이 고민하고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태평양은 고객에게 해답을 제공해야 한다는 고집과 열정이 있는 곳"이라고 자랑했다. 


◆"눈높이 회복이 관건···내년 M&A시장 올해보다 활성화될 것"


김 변호사는 향후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로봇제어, 헬스케어, 바이오, 4차 산업, 핀테크, 블록체인 산업 등에서 활발한 크로스보더 M&A가 진행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국내 기업들의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진출 수요가 늘어나면서 해당 지역의 아웃바운드 거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태평양 또한 지난해 8월 싱가포르에 아홉 번째 해외 사무소를 개소하면서 선제적인 거점 확보에 나섰다. 


내년 M&A 시장은 올해보다 회복될 것으로 봤다. 김 변호사는 "파는 사람들은 기업 가치를 크게 낮추지 않는 상황이고, 사는 사람들은 위험한 투자를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기업 가치가 현실적인 수준으로 낮아지고, 인플레이션이 진정되면 M&A 또한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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