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코람코
빛바랜 '이규성 정신'…리스크 관리 난항
②최대주주 교체 과정서 부실 신탁사업장 인수·인계 안돼
이 기사는 2022년 09월 01일 06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장동윤 기자] 코람코자산신탁이 매각설에 휩싸인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신탁사업장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대다수다. 한때 철저한 리스크 관리 능력으로 업계에 이름을 떨친 코람코자산신탁이지만, 최근에는 과거의 명성을 이어가지 못하는 모양새다.


리스크 관리 실패는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현재 코람코자산신탁의 신탁부문 매출은 업계 최하위다. 올해 3월 말 기준 코람코자산신탁의 신탁보수는 46억원으로 지난 2019년 업계에 진입한 신생 3사(한국투자·대신·신영)보다도 적은 수익을 거뒀다.


◆ 이규성 전 회장의 '오동잎론' 


코람코자산신탁은 지난 2001년 리츠 사업을 근간으로 출범했다. 당시 외환위기를 겪은 국내 기업들은 부채 상환을 위해 보유 부동산을 유동화하고자 했지만, 매수자를 구하지 못하고 있었다. 반면 유동성이 풍부해진 은행들은 투자처를 찾지 못해 국채만 매입하는 실정이었다.


이들 두 곳을 연결해 '위기를 겪고 있는 기업에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대의를 품고 탄생한 것이 코람코자산신탁이다. 코람코의 주력 상품 브랜드인 코크렙 역시 한국기업구조조정펀드(Korea Corporate Restructuring Real Estate Fund)의 영문 약자다. 코크렙을 운영할 자산관리회사로 코람코(한국자산관리회사의 영문 약자)가 출범한 것이다. 이후 코람코자산신탁은 부동산 신탁업 영업인가를 받으며 2006년 신탁업계까지 발을 넓혔다.


설립 초기부터 코람코자산신탁이 업계에 안착하기까지 빼놓지 않고 언급되는 이름이 있다. 이규성 전 코람코자산신탁 회사발전협의회 회장이다. 재정경제부 장관 출신인 이 전 회장은 공직에서 물러난 뒤 금융회사, 소액주주 등과 함께 코람코자산신탁을 설립했다. 이 전 회장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김대중 정부 초대 재정경제부 장관을 맡아 외환위기 탈출을 진두지휘한 인물이다.


관료 시절부터 이 전 회장은 리스크 관리를 강조해 왔다. "오동잎이 지는 것을 보며, 겨울이 온다는 걸 알고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오동잎론'은 위기에 대한 선제 대응을 강조한 이 전 회장의 유명한 지론이다.


이런 이 전 회장이 이끄는 코람코자산신탁은 철저한 리스크 관리로 정평이 났다. 안정적인 신탁수주와 사업장 관리 능력으로 고객들로부터 신뢰를 얻으며 '믿을 수 있는 신탁사'로 거듭났다. 그 결과 한 때 코람코자산신탁은 한국토지신탁, 한국자산신탁 등과 견주는 업계 탑티어 신탁사로 꼽히기도 했다.


다만 근래의 코람코자산신탁은 신탁사업장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탁업계 관계자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코람코자산신탁이 신탁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하며 일부 부실한 사업장도 함께 떠안았다"며 "당장 피상적으로 부실이 드러나지는 않지만, 내부적으로는 부실 사업장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말했다.


◆ 수주 선구안 아쉬운 세종시 '엠브릿지' 담보신탁


대표적인 사례가 코람코자산신탁에서 담보신탁을 맡아 추진했던 세종시 엠브릿지 개발 건이다. 지난 2016년 코람코자산신탁이 사업 시행사인 에스에이치플러스와 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하고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했다. 이후 사업장에서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하고, 에스에이치플러스의 채무 상환이 어려워지자 코람코자산신탁이 자산 처분에 나섰다.


매각가를 낮춰가며 7차례에 걸친 공매를 진행했지만 연이은 유찰에 코람코자산신탁은 급기야 공매를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엠브릿지가 위치한 세종시 상권이 침체했을뿐더러 건물의 소유관계도 구분소유권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어 매각이 쉽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코람코자산신탁이 7차례 걸쳐 공매를 진행한 세종시 엠브릿지.

물론 코람코자산신탁이 이런 상황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쌓아놓은 만큼 엠브릿지 사업장의 부실이 코람코자산신탁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개발 사업장에 대한 코람코자산신탁의 선구안은 아쉽다는 평가다.


신탁업계 다른 관계자는 "엠브릿지 개발 과정에서 조달한 대출금 1200억원 중 700억원을 회수해야 하는데, 사정이 여의치 않아 이를 모두 손실처리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시설 설계, 사업 구조, 사업 진행 시점 모두 무리한 구석이 있는 사업장"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코람코자산신탁의 리스크 관리가 부실해진 주요인으로 최대주주 교체를 꼽았다. 코람코자산신탁의 주인이 LF로 바뀌는 과정에서 부실 사업장에 대한 인수인계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주요인력 이탈, 의사결정 지연, 사후 관리 미흡 등이 사업장 부실화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앞선 관계자는 "과거 신탁사업을 직접 수주해온 본부장급 인물 다수가 대주주 변경 이후 코람코자산신탁을 떠났다"며 "그들이 수주한 사업에 대한 인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사업장에 대한 사후 관리 및 의사 결정이 지연됐고, 그 결과 남겨진 실무자들이 부실화된 사업장을 놓고 폭탄 돌리기를 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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