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百그룹 형제, 자사주 마법에 지배력↑
지주사전환 예고한 백화점·그린푸드가 들고 있는 자사주 덕분
이 기사는 2022년 09월 16일 18시 4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왼쪽)과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 (사진=현대백화점그룹 제공)


[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가 16일 지주사 체제로 전환키로 한 가운데 재계는 정지선 그룹 회장과 정교선 부회장이 보다 공고한 지배력을 갖게 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출범 과정에서 양사가 들고 있는 자사주가 이들의 실효지배력을 높여준다는 이유에서다.


현대백화점은 내년 3월 1일자로 현대백화점(존속법인)과 현대백화점홀딩스(가칭, 투자회사)로 분할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홀딩스를 지주회사로 세우는 차원이다. 같은 이유로 현대그린푸드 역시 같은 날에 현대지에프홀딩스(존속법인)와 현대그린푸드(급식, 식자재 유통업)로 분할하기로 했다.


분할이 끝나면 현대백화점 계열은 정지선 회장→현대백화점홀딩스→현대백화점→손자회사로, 현대그린푸드는 정교선 부회장→현대지에프홀딩스→자회사로 지배구조가 바뀌게 된다.


이번 인적분할은 단순히 지주사가 설립되는 것을 넘어 총수일가의 지분율에도 큰 변화를 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가 현재 보유 중인 자사주(154만7255주, 1039만7555주)의 의결권이 부활하는 까닭이다. 회사가 사들인 자사주는 원칙적으로 의결권이 없다. 하지만 인적분할 시에는 자사주에도 신주가 배정되는 터라 자사주 비중이 높을수록 대주주의 지배력이 확고해지는 효과를 낸다. 이를 '자사주의 마법'이라고 한다.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은 인적분할 시 존속법인인 현대백화점이 보유한 자사주(6.6%)를 신설지주사로 옮길 시 보유지분율을 17.09%에서 20% 중반으로 단번에 늘리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아울러 현대백화점홀딩스가 지주사 요건을 맞추기 위해 유상증자 등을 거쳐 계열사 지분을 늘릴 경우 이들은 추가로 더 많은 지주사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현물출자 유상증자 형식으로 존속회사 현대백화점 보유 지분을 지주사에 넘기면서 현대백화점홀딩스 주식을 추가로 취득하는 것이다. 정교선 부회장이 누릴 경영권 강화 효과는 더 크다. 현대그린푸드가 보유한 자사주 물량만 발행 주식의 10.6%에 달해서다.


이들이 자사주 마법을 부리게 된 배경에는 그간 주가부양 등을 목적으로 자사주를 꾸준히 취득한 반면 소각은 하지 않았던 것과 무관치 않을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 현대백화점은 2010년대에 총 세 차례에 걸쳐 자사주를 매입 했는데, 2020년대 들어선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주가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2020년과 2021년 각각 한 차례씩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다만 현대백화점그룹은 핵심계열사들의 지주사 전환에 대해 단순히 오너일가의 경영권 강화를 위한 것은 아니란 입장이다.


그룹 관계자는 "사실상 20여년 전에 오너 2세로의 승계작업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고 현재도 지배력에 문제는 없는 상태"라며 "이번 지주사 체제 전환은 각자 백화점, 식품사업을 벌이는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가 사업회사로서 본업에 충실하고 지주사가 될 투자회사는 계열사를 관리하는 형태로 운영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지선 회장 형제가 자사주를 소각할 지 여부도 관심사로 꼽히고 있다. 그간 자사주의 마법이 오너일가의 배만 불려왔다는 지적이 많은 터라 이들이 정공법으로 지주사 체제를 확립할 수도 있단 이유에서다. SK텔레콤의 경우를 보면 지난해 SK스퀘어를 인적분할 할 당시 자사주 마법 논란을 소거키 위해 보유 중인 자사주 869만주를 소각한 바 있다. 다만 재계는 정지선 회장과 정교선 부회장이 각각 보유 중인 현대백화점, 현대그린푸드 지분이 17.09%, 23.8%에 그치는 만큼 자사주를 활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단 반응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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