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차별화 없는 요금제, 언제 근절하나
소비자 후생보다 통신사 수익 올리기 급급 비판 쏟아져
이 기사는 2022년 09월 19일 08시 1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출처=LG유플러스)


[딜사이트 최지웅 기자] 새로운 통신 요금제가 나올 때마다 기대감보다 씁쓸함이 더 커진다. 이동통신 업계에 만연한 요금제 베끼기 행각 때문이다. 최근 5G 상용화 3년 만에 새롭게 출시한 중간요금제에 이어 '1폰 2번호' 시대를 알린 이심 요금제 등이 모두 '복붙'(복사+붙여넣기) 논란에 휩싸였다. 이동통신 시장은 2G 음성 통화에서 5G 데이터 통신으로 급격한 발전을 이뤄지만 여전히 요금제 베끼기와 같은 후진적 관행을 쉽게 버리지 못하고 있어 아쉬움을 남긴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달 이통 3사는 이심 도입에 따라 하나의 폰에서 두 개 번호를 이용할 수 있는 전용 요금제를 잇따라 출시했다. 가장 먼저 KT가 월 8800원에 두 번째 번호를 추가로 사용하는 '듀얼번호' 요금제를 선보였다. 듀얼번호는 두 번째 번호용 데이터 1GB를 기본 제공하고, 첫 번째 번호의 음성과 문자메시지를 공유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후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며칠 간격을 두고 비슷한 요금제를 내놨다. KT 듀얼번호와 비교했을 때 명칭과 세부조건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가격이 월 8800원으로 동일했다. 백원 단위까지 똑같이 맞추면서 통신사들의 요금제 베끼기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통신사들은 5G 시대에 접어들면서 요금제 차별화 전략에 상당히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5G 상용화 이후 이통 3사는 마치 짠 듯이 저가와 고가로 양분된 요금 체계를 고집했다. 


3년 넘게 버티다가 여론 압박에 떠밀려 내놓은 5G 중간요금제 역시 차별화를 기대하긴 어려웠다. 지난달 5일 SK텔레콤을 시작으로 이통 3사가 출시한 중간요금제 구성이 대동소이했기 때문이다. 월 5만9000원에 24GB 데이터를 제공하는 SK텔레콤의 중간요금제가 기준점으로 작용하면서 변별력 없는 요금제 경쟁만 벌어졌다.


차별화 없는 베끼기 행각에 이통 3사가 담합을 벌이고 있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된다. 통신사들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요금제 베끼기 논란까지 부정하긴 어려워 보인다. 모 통신사 관계자는 "베끼기 논란이라면 할 말이 없지만 담합은 절대 아니다"고 해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요금제 벤치마킹을 통해 리스크를 줄일 수밖에 없는 산업적 특수성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벤치마킹과 베끼기의 차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무지에서 비롯된 발언으로 읽힌다. 벤치마킹은 단순히 베끼는 행위를 의미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혁신에 이르는 단서를 얻기 위해 벤치마킹이 이뤄진다. 따라서 차별화 없는 벤치마킹은 베끼기 논란만 가중시킬 뿐 긍정적인 효과를 도출하기 어렵다.


현재 통신사들의 요금제 베끼기 행각을 차단할 방법은 마땅치 않다. 과거 '요금 담합'의 주범으로 지목됐던 통신요금 이용약관인가제(요금인가제)는 2년 전 폐지됐고, 숱하게 불거졌던 요금제 담합 의혹도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통해 무혐의 결론이 내려졌다. 통신사들이 마음 놓고 베끼기 행각을 벌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이 같은 행각이 거세질수록 시장 경쟁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소비자 후생보다 통신사 수익 올리기에 급급한 요금제가 출시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정부가 지금이라도 혁신적 경쟁과 다수 이용자 편익을 증진할 수 있는 처방 마련에 힘써야 할 시점이다. 올해 국정감사를 통해 요금제 베끼기 관행을 근절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의 장이 펼쳐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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