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일진 인수]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인수금 뚝 떨어져도 고민
고환율·수요부진에 3Q 적자 예상... 경제악화에 투자금 지출도 부담


[딜사이트 김진배 기자] 롯데케미칼이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에 약 2조5000억원을 투입한다. 당초 인수 예상금액보다 절반 가까이 줄어 자금 압박이 덜해졌지만, 마냥 웃지만은 못하고 있다. 불안한 국제정세와 고환율 상황이 지속되고 분기 연속 적자가 예상되는 등 주변 여건이 악화되고 있어서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와 관련 문제를 다뤘다. 이사회에서는 구체적인 인수 금액 등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케미칼은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사장이 보유한 지분 53.3% 인수금으로 약 2조5000억원 안팎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허 사장 보유 지분가치인 1조3000억원에 경영권 프리미엄 80~90%가 더해진 결과다.


당초 허 사장이 보유한 지분가치는 5조원에 달했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더해진 결과다. 상황은 4개월 만에 급격히 변했다. 불안한 국제정세와 고환율 상황이 계속되면서 국내 증시가 급락했다.


지난 5월 일진머티리얼즈가 처음 매물로 나왔을 당시 주가는 9만원대였으나, 현재는 5만3000원대에 머물고 있다. 약 40%가 감소한 셈이다. 5조원에 육박했던 일진머티리얼즈 시가총액도 현재 2조4000억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롯데케미칼은 당초 예상된 투자금액보다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게 된 셈이다.


대규모 투자금 감소에도 롯데케미칼의 표정은 밝지 못하다.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지만, 국제 경제 하락 영향을 피하지 못하면서 부진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증권가에서는 2분기에 이어 3분기 대규모 적자를 예상했다. 3분기 영업손실액은 2분기 214억원보다 약 7배 증가한 1481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된 원인은 수요 부진과 고환율이다. 원재료 가격 자체가 상승한데다 고환율이 겹치며 수입 비용이 늘어났다. 3분기들어 원재료 자체 가격은 안정세에 접어들었지만, 환율이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이날 환율은 1440원을 돌파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아직 3분기 실적이 모두 집계되지 않아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국제 상황 영향이 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국제 정세가 악화됨에 따라 거액의 투자금을 지출하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경기가 둔화된 상황에서 투자를 밀어붙였다가 자칫 대규모 손실을 발생시킬 수도 있어서다. 


특히 일진머티리얼즈 동박사업의 경우 인수 후에도 설비투자에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시장에서는 일진그룹이 유망사업인 동박사업을 포기하는 것도 추가 투자에 대한 압박과 관련이 큰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후에도 인수대금 외 대규모 추가 지출이 불가피하다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이와는 반대로 최근 날로 악화되고 있는 경제 상황에 비상경영에 들어간 기업들이 다수다. 긴축재정에 들어가고 투자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는 등 자금 지출을 최소화 하는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지난 6월 미국 공장 재검토에 나섰고, 현대오일뱅크는 원유를 정제해 석유제품을 만드는 설비인 상압증류공정(CDU), 감압증류공정(VDU) 신규 투자를 중단하기로 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현재 시점에서는 자금을 투자하기보다 현금을 보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며 "대규모 투자를 예고한 대부분의 기업들도 같은 생각일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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