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3Q 리그테이블]
DCM
순상환으로 돌아선 기업들
금리 불확실성 지속돼 3분기 회사채 발행량 급감
이 기사는 2022년 10월 11일 08시 1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백승룡 기자] 올해 3분기 금리인상 여파로 회사채 투자수요가 급감한 와중에도 포스코를 비롯해 롯데케미칼, SK텔레콤, ㈜SK 등 4개 기업이 조(兆) 단위 투자수요를 끌어모았다. 반면, 신용등급 A급 이하 기업들은 투자수요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양극화가 지속됐고, 이자부담을 느낀 기업들이 차환 대신 상환을 택하면서 전체적인 회사채 시장은 위축된 흐름을 이어갔다.


◆ 포스코, 3분기 '8000억원' 최대 발행…그룹 단위 '빅이슈어'는 SK그룹


11일 '2022년 3분기 팍스넷뉴스 자본시장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이 기간 회사채 시장을 통해 가장 많은 자금을 조달한 기업은 포스코로 집계됐다. 올해 3월 포스코홀딩스의 100% 자회사로 신규출범한 포스코는 지난 7월 7일 ▲3년물 6500억원 ▲5년물 1500억원 등 총 8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에 성공했다. 당초 포스코는 4000억원 규모 모집에 나섰지만,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1조4650억원에 달하는 투자수요가 몰리면서 조달규모도 두 배로 늘렸다.


포스코는 조달자금 전액을 채무상환으로 활용했다. 올해 만기도래 회사채는 ▲7월 2000억원 ▲10월 6100억원 등 총 8100억원 규모로, 포스코는 단번의 자금조달로 차환에 성공한 셈이다. 발행금리 측면에서도 유리한 조건을 누렸다. 희망금리밴드를 개별민평금리 대비 ±20bp(1bp=0.01%포인트)를 제시한 포스코는 발행금액을 두 배로 증액하면서도 3년물, 5년물 모두 개별민평금리로 확정했다. 현재 포스코의 신용등급은 AA+로 장기 등급전망에 대해 나이스신용평가는 '긍정적',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안정적' 전망을 각각 부여하고 있다.


롯데케미칼(AA+/안정적)도 지난 8월 2500억원 모집 대비 1조3900억원의 매수주문을 받아 발행액을 5000억원으로 증액했다. 같은달 SK텔레콤(AAA/안정적)도 2000억원 모집에 1조1150억원의 투자수요를 확보해 총 3950억원으로 발행액을 늘렸고, ㈜SK(AA+/안정적)는 지난달 3000억원 모집에 1조500억원의 매수주문을 받아 3700억원을 조달했다. 금리인상이 지속돼 회사채를 비롯한 금융시장 전반의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기관투자가들의 우량채 선호 현상이 짙어진 모습이었다.


대기업 그룹별로 보면 SK그룹이 상반기에 이어 3분기에도 회사채 시장에서 가장 많은 자금을 조달했다. SK그룹은 조 단위 매수주문을 받은 ㈜SK·SK텔레콤 외에도 SK E&S(3500억원), 울산GPS(1500억원), SK플라즈마(600억원) 등의 계열사들을 앞세워 총 1조345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올해 장기 기업어음(CP) 등 우회적인 자금조달로 눈총을 받았던 롯데그룹도 3분기 롯데지주(4000억원), 롯데케미칼(5000억원), 롯데쇼핑(2500억원) 등 주력 회사들을 앞세워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해 갔다.


2022년 3분기 공모 회사채 발행 실적. (단위 : 원)

◆ 신용등급 따라 벌어지는 양극화…상환 기조도 뚜렷해져


3분기 회사채 시장은 '바닥 밑에 지하실'을 연달아 거쳤다. 3분기 초까지만 해도 7월 미국의 소비자 물가지수(CPI)가 예상치를 밑돌면서 인플레이션 피크아웃(정점통과) 기대감이 시장 전반에 확산하면서 채권 금리가 하향 안정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8월 잭슨홀 미팅에서 강도 높은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데 이어 8월 CPI도 다시 시장 전망치를 웃돌면서 채권시장은 '발작' 수준의 금리 변동성이 나타났다. 지난달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공개된 '점도표(Dot plot)'에서는 FOMC 위원들이 올해 금리 전망을 4.0~4.5% 사이로 보고 있다는 사실에 채권시장은 또 한번 요동쳤다.


이같은 시장의 충격이 고스란히 반영되면서 7월 초 3.5%를 밑돌던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9월 말 4%를 훌쩍 넘어섰고, 같은기간 신용등급 AA- 무보증 회사채 금리는 4.2% 수준에서 5.3%로 치솟았다. 회사채와 국고채 간 금리차이를 의미하는 크레딧 스프레드도 3분기 말 100bp를 돌파했다.


일부 신용등급 상위 기업을 제외하면, 대다수 기업들은 높아진 회사채 시장 난이도로 인해 자금조달 자체에 어려움을 겪었다. 3분기에만 SK디앤디(BBB/안정적)를 비롯해 GS엔텍(지급보증, A/안정적), 삼척블루파워(A+/안정적), 통영에코파워(A+/안정적, A/부정적), 에스엘엘중앙(BBB+/안정적) 등이 투자수요를 채우지 못해 줄줄이 미매각에 처했다. 신용등급에 따른 투자수요의 양극화가 지속된 모습이다.


전체적인 회사채 발행량도 급감했다. 3분기 수요예측을 거쳐 발행된 공모 회사채 규모는 5조9730억원에 그쳐 1분기(13조9670억원), 2분기(9조5850억원)에 이어 지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신용등급이 우량한 기업들도 금리인상으로 이자부담이 높아지자 차환 대신 상환 기조로 돌아선 영향이다. SK하이닉스(AA/안정적, 1400억원)를 비롯해 에쓰오일(AA/긍정적, 500억원), 현대제철(AA/안정적, 2200억원), 만도(AA-/안정적, 900억원) 등이 3분기 중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를 보유 현금으로 상환했다.


김은기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3분기에는 전체적으로 기준금리 인상 영향으로 시장금리도 큰 폭 상승하면서 기업들이 발행 물량을 많이 줄였다"며 "신용등급 AA급 회사채 금리를 보더라도 3분기엔 5%를 웃돌게 되면서 조달비용 부담을 느낀 기업들이 은행 대출이나 기업어음(CP) 발행으로 대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연말이 다가오면 채권 자금이 빠져 4분기엔 수급 측면에서도 불리해 대다수 기업들이 내년 자금조달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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