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호실적 KDB생명, 영업력은 '뒷걸음질'
신평사 "대주주 없이는 영업 정상화 어렵고 재무구조 개선도 지연"
이 기사는 2022년 10월 13일 08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한보라 기자] 지원 여력이 충분한 대주주 없이는 KDB생명보험의 재무구조가 개선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호실적도 환율 급등 등 대외 변수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근본적으로 재무구조를 개선시킬 영업력은 여전히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KDB생명의 당기순이익은 769억2703만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01.12% 증가했다. 실적을 끌어올린 건 환차익과 법인세수익 효과다. 


우선 상반기 외환거래 순이익은 환율 급등에 힘입어 전년동기대비 192.87% 증가한 1883억7571만원으로 집계됐다. 보통 보험사는 환율 급변으로 인한 리스크를 헷지하기 위해 파생상품을 연동하는데 이 때문에 환차익이 나더라도 순익에 반영되는 값은 미미하다. 그러나 KDB생명의 경우 같은 기간 통화 파생상품 거래손실은 98억원에 그치면서 환차익이 고스란히 순익에 반영됐다.


법인세도 발생하지 않았다. 대신 미미한 규모의 법인세수익을 인식했는데, 지난해 상반기 241억원에 달하는 법인세가 인식된 걸 고려하면 비용 절감효과는 컸다. 금리상승으로 매도가능금융자산평가손실이 3배 넘게 커지면서 이연법인세가 반영되지 않은 덕을 봤다. 


결국 영업 정상화보다는 외부환경 변동에 따라 실적 개선 효과가 나타난 셈이다. JC파트너스와 금융당국의 법적 공방으로 대주주 불확실성이 컸던 만큼 영업력은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실제로 신계약 수주의 바로미터인 신계약비는 전년동기대비 9.02% 줄어든 298억86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보험사의 매출 격인 보험료수익(1조484억원,-13.9%)은 줄었으나 고객에게 나간 보험금(1666억원,+20.1%)은 커지면서 본업인 보험부문의 영업력이 위축됐다. 


이에 따라 전체 보험료수익에서 저축성보험 비중이 감소한 것처럼 보이는 착시현상도 나타났다. 그러나 실질적인 보험 포트폴리오의 개편은 어려웠던 만큼 이차역마진은 더 크게 벌어졌다. 이차역마진이란 계약자에게 보증한 이율을 투자이익으로 보전하지 못하는 상황을 말한다. 상반기 말 운용자산이익률(2.80%→2.81%)은 전년 말 대비 0.01%포인트 떨어졌지만, 책임준비금 부담이율(3.33%→3.38%)은 0.05%포인트 올랐다.


건전성 지표 개선도 외부 영향이 컸다. 지급여력(RBC)비율이 개선됐는데 시장금리 상승의 영향이 컸다. 상반기 말 KDB생명의 RBC비율은 199.62%로 전년 말 대비 30.75%포인트 개선됐다. 


금융감독원은 새 국제회계제도(IFS17) 도입에 대비해 보험사들이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해 책임준비금을 적립하도록 하는 책임준비금적정성평가(LAT) 제도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은 쌓아둔 준비금이 LAT평가액에 미달할 경우 추가로 준비금을 적립해왔다.


이와 관련해 올해 초 금감원은 금리가 올라 추가로 쌓아야 하는 준비금이 이전보다 줄어들 경우 '추가 준비금의 차액'을 이익잉여금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시행세칙을 개정했다. KDB생명은 과거 LAT결손액으로 타사대비 추가로 적립한 준비금이 더 많았고,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자본의 하위항목인 이익잉여금으로 흘러 들어가는 준비금의 차액도 상당했다. 또, 금융당국이 상반기 말부터 채권평가손 한도 내에서 LAT잉여액의 40%까지 가용자본(지급여력금액)에 반영할 수 있게 해주자 RBC비율은 실제 여력보다 더 크게 회복된 것.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KDB생명을 신용등급 하향검토 감시 대상에서 배제한 건 사모펀드(PEF)보다는 KDB산업은행의 계열 지원성이 높다는 기계적 판단이 개입된 것"이라며 "다만 산은이 후속 매각절차에 빠르게 돌입한 만큼 대주주 불확실성은 여전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확실한 대주주 없이는 영업 정상화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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