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봤더니]
'태양광 게임체인저 꿈' 한화큐셀, 차세대 셀로 美 공략
진천공장, 2023년 탑콘·2026년 탠덤 상업화 목표
이 기사는 2022년 10월 13일 16시 0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큐셀 진천공장 전경. 사진제공/한화솔루션


[딜사이트 김진배 기자] 현재 태양광 패널의 전력 효율은 23%다. 태양에서 판넬에 쏘아지는 에너지 중 23%만 전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수치만으로 봤을 때는 효율성이 떨어지지만, 1%포인트를 올리는데도 상당한 기술력이 필요하다. 한화솔루션은 현재 평균 24% 이상의 효율을 가진 탑콘 셀을 내년부터 상용화 할 준비를 마쳤다. 2026년부터는 이론상 44% 효율을 가진 고효율 셀을 양산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현재 이 모든 과정이 이뤄지고 있는 곳이 한화솔루션 큐셀부문 진천공장이다.


충청북도 진천군 이월면에 위치한 진천공장은 한화솔루션에서 태양광을 담당하는 큐셀부문이 태양광 셀·모듈을 생산하는 곳이다. 수입해 온 웨이퍼를 공정을 거쳐 태양광 셀로 만들고 이를 판에 붙여 태양광 전력을 만드는 모듈까지 생산해낸다.


축구장 26개 규모에 해당하는 19만㎡ 부지(5만7000평)에 2개 동으로 구성된 진천공장은 지난해 기준으로 셀과 모듈 각각 4.5GW의 생산능력을 갖췄다. 이는 연간 620만명이 가정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전력 규모다.


◆ 수율·상업성 모두 잡은 원동력, 독자기술


진천공장의 외관은 어느 공장과 다르지 않았다. 투박한 모양새에 꾸밈없는 외관은 물류창고를 연상시키기도 했다.


자동화된 진천공장 셀 생산라인. 사진/팍스넷뉴스

공장 내부로 들어서자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상황이 펼쳐졌다. 분주하게 일하는 직원들의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기계들만이 내부를 가득 채웠다. 진천 공장이 웨이퍼 입고부터 모듈 출하까지 전 공정이 자동화된 스마트팩토리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기계들은 현장에서 관리하는 직원 없이도 스스로 움직이며 계속해서 셀과 모듈을 생산해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품질관리다. 각 기계들은 공정을 거치며 지속적으로 불량품을 검수했는데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어떤 공정에서 문제가 발생됐는지 즉각 알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한화솔루션이 독자 개발한 트라큐(TRA-Q) 시스템이 이를 가능하게 했다.


트라큐는 셀 제조 초기 공정에서 셀 전면에 QR코드와 비슷한 레이저 식별마크를 새겨 품질 데이터를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 덕분에 진천공장은 공장 내 불량관리 현황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고 불량률을 크게 낮출 수 있었다. 태양광 셀 수율 99%를 달성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것이 이 트라큐 시스템이다.


자동화된 라인에서 기기 가동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는 직원 모습. 사진/팍스넷뉴스

셀 제조 과정 전체에서 찾아볼 수 있던 직원은 채 30명을 넘지 않았다. 간혹 공정 기계 앞을 지키고 있던 직원들조차 기계에는 손을 대지 않고 문제없이 돌아가고 있는지 확인만 하고 있을 뿐이었다. 모든 직원들은 스마트워치를 작용하고 있었는데, 공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시 모든 대처가 이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이뤄진다고 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완전 자동화를 이룬 태양광 제조 공장은 진천공장이 유일하다.


수율을 높인 것이 트라큐 시스템이라면 셀 자체의 경쟁력을 높인 것은 한화솔루션의 퍼크(PERC) 셀 생산 기술이다. 한화큐셀은 기존 퍼크 기술에 셀을 반으로 잘라 출력을 높이는 하프셀 기술을 적용했다. 여기에 셀 사이 간격을 없애 면적 대비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도록 제로갭(zero gap) 기술을 접목시켰다. 평균 효율은 23%다. 태양광 주요 시장으로 꼽히는 미국, 일본, 독일 한국 등에서 모듈 점유율 1위를 기록할 수 있었던 이유다.


◆ 탑콘으로 미국시장 사로잡는다


진천공장 주력 생산품은 퍼크 셀이지만 가장 집중하고 있는 것은 탑콘(TOPCon) 셀 양산이었다. 현재 연 300MW 용량의 파일럿 라인을 가동 중이다. 내년 4월 1.5GW 수준의 상업생산을 목표로 생산라인 전환 및 증설이 진행 중이기도 했다.


최경덕 한화큐셀 운영팀장은 "탑콘 셀 제조 공정은 기존 퍼크 셀 제조공정과 호환성이 높아 이미 대규모 퍼크 셀 제조라인을 보유한 진천공장에서 제조하기에 적합한 제품이다"고 설명했다.


한화큐셀 태양광 패널 시제품. 사진/팍스넷뉴스

탑콘 셀은 셀 후면 기판과 전극사이에 전기가 통과할 수 있는 얇은 산화막을 형성해 기판과 전극의 직접적인 접족을 없앤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전기적 손실을 최소화하며 효율을 개선했다. 기존 퍼크 셀 대비 효율이 2~3%포인트 높아 10%의 원가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화솔루션은 경쟁사 대비 약 3년 정도 탑콘 셀 개발을 늦게 시작했다. 그럼에도 현재 효율을 24.3%까지 끌어올리며 경쟁사 대비 소폭 우위에 서게 됐다. 내년 본격 양산 시점에는 24.85%까지 효율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렇게 생산된 탑콘 셀은 미국 시장을 집중 공략하는데 쓰일 예정이다. 한화솔루션은 내년부터 탑콘 셀을 활용하면 연간 20~30%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1조7000억원 수준인 진천공장 매출도 내년에는 2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기대된다.


◆ 2026년 게임체인저 '페로브스카이트로' 개발 집중


한화큐셀이 연구 중인 페로브스카이트-결정질 실리콘 탠덤 셀 시제품. 사진제공/한화솔루션

탑콘 셀 이후 한화솔루션이 집중하고 있는 것은 페로브스카이트 기반 셀이다. 완전한 페로브카이트 셀의 중간단계로 '페로브스카이트·실리콘' 기반 셀을 개발하는 단계다. 탠덤 셀로 불리는 이 셀은 차세대 고효율 셀로 불린다. 탠덤 셀은 이론적으로 최대 44% 수준까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식이다. 실제 양산 시에도 35%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탑콘 셀의 이론적 한계 효율은 29%다.


탠덤의 사전적 의미는 2인용 자전거다. 한 명은 오르막길을 오를 때 출력을 내고 다른 한 명은 평지에서 힘을 쓰는 방식으로 상호 보완작용을 통해 효율을 높이는 방식을 말하기도 한다. 탠덤 셀도 이와 같이 상호 보완작용을 통해 효율을 높이는 방식을 이용한다. 상부 셀에서는 페로브스카이트가 자외선이나 가시광선 등 단파장의 빛을 흡수하고, 하부셀에서는 실리콘이 적외선 등 장파장의 빛을 흡수한다. 위·아래 층에서 서로 다른 영역대의 빛을 상호 보완적으로 흡수해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페로브스카이트는 광물 자체를 말하기도 하지만 보통 해당 광물의 결정 구조를 지칭한다. 페로브스카이트는 막 두께 대비 흡수율이 우수하고 빛 흡수 영역을 제어하는데 용이하다. 또한 빛끼리 재결합을 감소시켜 전력 효율을 향상시킬 수 있다.


한화솔루션은 이와 관련한 연구를 계속해오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독일 헬름홀츠 연구소(HZB)와 협력해 최대 28.7% 효율을 기록한 탠덤 셀을 개발해 자체 최고 효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실험 단계에서 압도적인 효율을 보임에도, 열과 습기에 취약한 특성으로 높은 온도의 공정을 거쳐야 하는 상용화 단계에서는 생산에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다.


양병기 한화솔루션 큐셀 부문 개발팀장은 "기존 셀 대비 최대 2배 이상의 발전 효율을 가진 탠덤 셀 연구개발에 집중해 미래 태양광 시장에서도 기술 격차를 통한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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