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와인家, 지금은 강점을 갈고 닦을 때
종합주류기업 꿈꾸는 와인수입사…기존 사업 경쟁력도 지켜내야
이 기사는 2022년 10월 20일 07시 5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최재민 기자] "퇴근하고 우리 와인 한 잔 하러 갈까?"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어색한 문장이다. '와인'을 '맥주'로 바꾼다면 더욱 자연스러운 문장이 될 것 같다. 그만큼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아직까지 와인 소비가 주류 문화로 정착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가정 시장 중심으로 소비되는 제품의 특성상 대중화가 쉽지만은 않은 게 사실이지만, 시장 파이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어느 업종보다도 치열해지고 있다. 코로나19 특수를 등에 업은 와인수입사들이 IPO(기업공개)를 추진하면서다. 


와인수입 업계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창궐했던 지난 2년(2020~2021년)간 전례 없는 호황을 누렸다. 이른바 '집콕문화'가 활성화하며 일반 소주∙맥주로 대표되는 유흥 시장이 침체하고 수제맥주∙와인 등이 강세를 보이는 가정 시장이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관세청 수출입 통계만 봐도 2020~2021년 국내 와인 수입액은 8억8983만달러로 2018~2019년(5억325만달러) 대비 76.8%나 늘었다.


이에 와인수입사들은 올 초 잇따라 IPO 추진을 선언했다. 시장 호황을 발판 삼아 사업 확장을 본격화하고 주류 시장 내 선제적인 입지를 다지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폭발적이었던 와인 시장의 성장세는 올해 들어 한 풀 꺾인 모습이다. 엔데믹 시대가 열리면서 소비자들의 주류 수요가 유흥시장 쪽으로 다시금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시장 1위 사업자인 신세계L&B는 올 상반기 매출 1012억원을 올려 전년 동기 대비 6.5% 증가하긴 했지만, 작년 상반기 증가폭(60%, 594억원→951억원)에는 한참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이 같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와인수입사들이 꺼낸 카드는 와인수입과 다소 동떨어져 있단 점이다. 이들은 와인에 치우쳐 있는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소매∙빌딩 개발 사업에 나서는 등 종합 주류기업으로 발돋움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IPO를 앞둔 와인수입사가 마련한 돌파구가 오히려 '탈(脫) 와인수입' 전략에 가까운 셈이다. 


물론 사업 영역 확대는 당장의 기업가치 제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롯데칠성음료, 현대백화점 등 대기업들이 자금력을 앞세워 수입 계약 확대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현재, 다른 사업으로 눈을 돌리는 게 과연 합리적일지 의문이 든다. 당장 신세계그룹만 해도 올 초 미국 나파밸리 와이너리 '쉐이퍼 빈야드'를 인수하며 해당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의 판권을 계열사 신세계L&B로 넘겼다. 이전까지 나파밸리 와인을 수입∙유통해 오던 나라셀라가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못하던 것을 잘하는 것보다는 잘하는 것을 더욱 잘하는 게 쉽다. IPO를 앞둔 와인수입사들도 마찬가지다. 금양인터내셔날과 나라셀라는 모두 와인수입업 업력이 30년이 넘는 시장의 전통 강자다. 거래 상대방과의 계약 관계가 기본이 되는 와인수입업 특성상 그들이 그간 쌓아온 노하우와 경쟁력은 차별화된 강점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만으로 부족하다. 대기업에 맞설 만한 회사 측의 노력과 어느 정도의 자금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IPO에 성공한다면 '돈 문제'는 해결된다. 이제는 와인수입업 경쟁력 역시 강화하겠다는 회사 측의 뚜렷한 의지를 보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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