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리, 자본 확충 나서는 이유는 '영업 확대'
신제도 우려 낮은 만큼 자본력 확보로 사업 확대 준비 차원
이 기사는 2022년 10월 27일 08시 2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한보라 기자] 코리안리재보험이 자본 확충을 통해 국내외 사업 저변 넓히기에 나섰다. 포트폴리오 구조상 국제회계제도(IFRS17)와 신지급여력제도(K-ICS) 영향이 미미한 만큼 '위기 속 기회'를 찾아 실탄을 확보하고 있는 것.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코리안리는 지난 20일 진행한 신종자본증권(영구채) 수요예측에서 250억원의 투자 주문을 받았다. 모집액은 1000억원 규모, 추가 수요에 대응해 최대 2000억원까지 증액할 수 있도록 했으나 얼어붙은 채권시장에 모집액 규모를 채우기도 어려웠다.


애당초 확보하고자 했던 자본 규모는 더 컸다. 지난달 이사회에서 거론한 영구채 발행 규모는 3500억원 안팎이었다. 레고랜드 발(發) 충격에 자본시장이 경색되면서 금리밴드 상단을 높이고 모집액를 줄였으나 투자자 확보에 실패했다. 다만, 총액인수 계약을 맺은 만큼 미달분은 대표 주관사가 전량 인수하게 돼 있어 모집액 물량을 확보하는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게 코리안리의 입장이다.


일반적으로 보험사들이 자본성 증권 발행에 나서는 이유는 지급여력(RBC)비율 하락을 막기 위해서다. RBC제도에서는 금리가 오를 때 채권평가손실이 늘어나면서 건전성 지표가 하락하게 된다. 일부 보험사들은 실질 듀레이션을 고려해 신제도 도입 이전 미리 자본을 확충하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 유일한 전업 재보험사인 코리안리의 경우 신제도가 도입되면 현행 기준으로 과소평가되고 있는 건전성 지표가 오히려 개선되는 이른바 '신제도 수혜사'다. 재보험이란 보험사를 위한 보험으로 보험사(원수사)는 경영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자사가 감당할 수 있는 책임한도액을 초과하는 위험의 보상책임을 재보험을 통해 전가한다.


지난 6월 말 코리안리의 RBC비율은 189.3%로 집계됐지만, 재재보험 등을 통한 보험 포트폴리오 분산 효과를 반영하면 관련 지표는 현재보다 상승한다. 신제도에서 관련 리스크가 분산되는 만큼 내실을 다지기 위한 자본 확충은 현 시점에서 필요하지 않은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도 코리안리가 자본 확충에 나선 배경에는 국내외 출·수재 사업 확대가 있다. 출재란 국내 보험사가 해외 재보험사에 재보험을 드는 것을 뜻한다. 수재는 반대로 해외 보험사가 국내 재보험사에 재보험을 드는 것이다. 


우선 국내의 경우 내년 신제도가 도입되면 보험부채가 시가 평가되면서 고금리 확정형 저축성보험을 대거 판매한 일부 보험사들의 건전성 지표에 빨간불이 켜지게 된다. 단순히 장기채 매입을 확대해 자산 듀레이션을 늘리는 전략으로는 투자이익을 보전하기 어려운 만큼 효율적인 자산‧부채종합관리(ALM)를 위해 재보험사를 통해 리스크를 헤지하려는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아울러 글로벌 재보험시장에서는 기후위기로 인한 자연재해 증가에 코로나19로 인한 가계성 보험 손실 확대가 겹치면서 원수사와 재보험사 간 '재보험료 인상'에 대한 암묵적 합의가 이뤄졌다. 코리안리는 상위 글로벌 재보험사와 비교했을 때 관련 손실 규모가 적다. 이에 매출격인 재보험료 인상을 포함, 실탄을 채워 안정적인 담보력을 확보함으로써 레드오션인 해외 재보험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코리안리 관계자는 "내년 신제도가 도입되면 일반 원수사의 리스크 헤지 요구가 커지면서 재보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재보험료 인상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 만큼 국내외에 새롭게 생겨난 사업군을 확보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자본 확충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코리안리는 원래도 중상위 정도의 건전성 지표를 유지하면서 사업을 영위하는 전략을 꾀하는 회사"라며 "코로나19, 기후변화 등 국내외 상황이 변하면서 시장에 파고들 수 있는 비즈니스 기회가 늘어난 만큼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자본 확충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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