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부동산은 파도
등락 거듭하는 흐름 속 예측 불가능한 변수 많아져
이 기사는 2022년 10월 28일 08시 1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박성준 기자] "올라갔으면 내려가고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는 거야"


수많은 명대사를 양산한 영화인 '타짜'에서 호구 역할을 맡은 권태원 배우가 극 중에 도박을 파도에 비유하는 말이다.


이 대사를 보면 최근 부동산 시장을 떠올리게 된다. 역사상 부동산 시세는 파도처럼 오르락내리락 주기를 반복했다. 누가 개입하지 않더라도 경기가 좋아지면서 부동산 투자 열풍이 불었고, 그러다가 경제 위기를 겪으며 썰물처럼 투심이 빠져나갔다. 전문가들은 이 주기를 대략 10년 정도로 인식했다.


1998년 IMF와 2008년 리먼사태 그리고 올해의 부동산 위기론이다. 당초 올해 일어날 부동산 하락기도 2~3년 전 즈음 터져야 했지만 당시 코로나로 유동성 공급이 확대되면서 시기가 늦춰졌다는 게 중론이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 불어 닥친 유동성 위기도 사실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굳이 10년 주기설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위기의 징후는 이미 연초부터 나타났다. 아파트 거래량이 급감하고, 서울 도심에서도 미분양 매물이 발생하는 등 전년과 다른 흐름을 보였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이 파도를 가볍게 여겼다. 수년 간 이어져 온 상승장을 과신한 영향도 있다. 최근 몇 달까지는 모두 적당히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결과를 살펴보면 대중의 안이한 예상과는 조금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과거의 경험과 달리 지금의 위기는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로 변수가 너무 많은 것이 차이점이다. 과거가 1차원이라면 현재는 고차원이다. 이 때문에 누구도 이 파도의 끝을 쉽게 예측하기 힘들다. 기자가 최근 만난 부동산‧금융업계의 두 임원도 서로 굉장히 다른 예상을 내놨다.


한 분은 과거 10년 전 겪었던 저축은행 사태만큼 위기는 오지 않을 것으로 봤다. 그간 겪었던 기업들의 학습효과와 그로 인한 기초 체력이 과거보다 우월하다는 게 근거다. 그러면서 우리가 겪었던 부동산 등락 사이클은 더 빨라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사회구조가 더욱 디지털화되고 플랫폼을 통한 정보수집이 활발하다 보니 플레이어들의 대응도 빨라져서다.


실제로 과거 리먼사태부터 저축은행사태까지 이어진 부동산 하락기간은 4~5년에 달한다. 반면 최근의 부동산 하락은 불과 반년도 걸리지 않았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급락 매물에 달려들고 있다. 정부도 규제를 완화하며 힘을 보탰다.


또 다른 한 임원은 다른 전망을 제시했다. 과거의 위기보다 지금의 위기가 더 큰 파도라는 주장이다. 1998년 IMF는 국가적 사태였고, 2018년 리먼사태는 발원지가 미국인만큼 지역을 넘어서서 후폭풍이 불었다. 그리고 최근의 코로나 팬더믹 이후의 경기 불황은 전 지구적 사태라는 것이다. 여기에 인구구조의 고령화 등 하락론자들의 근거를 덧붙였다. 그는 국내 부동산이 본격적으로 상승한 초입인 2019년 이전 시세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두 전문가는 매우 상반되는 주장을 펼쳤지만, 한 가지는 일치한다. 그것은 부동산이 바닥을 찍고 다시 오른다는 점이다. 화폐의 가치가 낮아지는 인플레이션은 역사상 꾸준히 진행되기 때문에 부동산의 가격도 이에 맞춰 오를 수밖에 없다. 단지 중간중간 등락의 반복만 있을 뿐이다.


그것 이외엔 누구도 부동산 사이클의 정확한 예측은 불가능하다. 세월이 흐를수록 파도에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더욱 많이 끼어들어서이기도 하다. 누가 올해 우크라이나 전쟁과 강원도발 레고랜드 사태를 예측이나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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