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배보다 더 큰 배꼽"
신외감법 이후 감사비용 증대, 중소상장사 어려움 호소
이 기사는 2022년 10월 31일 08시 0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경련 제공


[딜사이트 한경석 기자] "신외감법으로 외부감사 더 오래, 더 비싸게 한다고 회계 투명성 문제가 해소되는 게 아니라 내부통제 시스템이 중요하다"


장경호 코스닥 협회장이 이달 말 모 경제지와의 인터뷰에서 전한 말이다. 그야말로 코스닥에서 규제로 신음하고 있는 많은 중소기업 처지를 대변하고 있다.


그의 이야기에 주목한 이유는 한 상장법인의 인터뷰를 진행하며 들은 얘기와 궤를 같이하기 때문이다. 해당 인터뷰뿐만 아니라 연초 감사보고서를 준비하는 상장사 대표 혹은 임원의 얘기도 맥락이 다르지 않았다.


2017년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당시 감사법인이었던 딜로이트안진은 금융당국으로부터 '업무정지 1년(신규 감사 계약 금지)' 징계를 받는 등 회계법인의 신뢰를 일부 깨뜨렸다.


이를 계기로 신외감법(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이 도입됐고,  도입 전인 2015년 당시 감사보고서에서 회계처리 '적정' 의견을 받는 기업이 99.4%에 달했다면, 지난해 기준 적정 의견을 받는 상장사의 비율은 97.2%로 눈에 띄게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감사의견 '거절'기업 비중이 늘어남에 따라 감사비용은 자연스레 늘어 회계법인의 매출이 늘어났다. 금융감독원의 지난해 회계법인 사업보고서 분석결과 따르면 209개 회계법인의 매출액은 총 5조972억원으로 2020년보다 7332억원 늘었으며, 증가 폭은 17%가량이다. 최근 3년간 추이를 들여다보면 ▲2019년 3조9226억원, ▲2020년 4조3640억원으로 매년 회계법인들의 매출액 증가세는 두드러졌다.


이 기간 수십억원의 비용을 감내해야 했던 감사 의견 거절 기업의 어려움은 가중됐다.  코로나19 환경 속 물류 대란과 함께 영업 적자를 극복하기 어려웠던 중소기업 관계자들에게 모호한 감사의견 거절 사유와, 이를 통해 감내해야 했던 포렌식 감사, 재감사 비용 등은 사업 영위를 더 힘들게 하는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같은 회사여도 비상장사로서의 감사 비용과, 상장사로서의 감사 비용이 무려 10배가량 차이 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업 적자를 이겨내야 하는 중소기업이 많게는 연간 10억원 이상의 감사 비용을 감내하기도 있다. 모 기업 대표는 "상장사가 된 이후 드는 비용이 너무 많고, 그 가운데 감사 비용이 어마어마하다"는 견해를 전했다.


연초부터 취재 과정에서 회계 감사를 준비하는 상장사들의 하소연을 심심치 않게 들어왔다. "회계법인이 요구한 사항을 모두 반영해 자료를 준비했으나, 의견 거절로 재감사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고 있는 상황", "이번 감사 결과는 억울하다"는 등의 반응이었다.


감사 비용에 대한 이슈가 지속해서 문제 제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문제를 인식한 듯 회계법인의 감사 품질 제고를 위해 품질 관리 수준 평가를 시행, 등록요건 점검 등 회계법인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겠다며 회계법인에 대한 사업보고서 분석 결과를 전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들어 기업과 회계법인의 감사인 지정 방식을 개선한 '감사인 지정제도 보완방안'을 내놨다. 기업의 회계감사를 수행하는 회계법인을 정부가 지정해주는 방식으로, 감사품질관리 수준이 높은 회계법인이 감사할 수 있는 기업군을 재분류하고, 품질관리 감리와 품질관리 평가 결과를 감사인 지정 점수에 반영하도록 개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신외감법 이후 회계 감사 대상 중소상장사들의 어려움을 설명하는 움직임이다. "자질이 부족한 회계사가 활개를 치고 있다"는 한 코스닥 기업 관계자의 얘기도 들려온다. 회계 감사 '갑(甲)질'의 역사를 하루빨리 마감할 때다.


최근 3년간 회계법인 업무별 매출액. 금융감독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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