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금리 급등…공모채 시장 '개점휴업'
미 연준 '자이언트스텝'…회사채 시장불안에 사모채·장기CP 발길 돌리는 기업들
이 기사는 2022년 11월 03일 18시 1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백승룡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또다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면서 국내 채권금리가 큰 폭의 상승세를 나타냈다. 미 연준은 올해 6·7·9월에 이어 4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은 것이다. 


지난달 발표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기록적인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이번 자이언트 스텝은 시장 안팎에서 예상된 결과였다. 하지만 미국발 금리인상 기조에 국내 회사채 시장의 불안정한 흐름이 지속하면서 기업들은 사모사채·기업어음(CP) 등으로 자금조달 통로를 다각화하고 있다.


◆ 최종 정책금리 상단 불확실해져…"5.0~5.5%까지 전망치 계속 높아져"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일 대비 6.3bp(1bp=0.01%포인트) 오른 4.158%를 기록했다. 이날 새벽(한국시간) 미국이 4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여파다. 미 연방기준금리는 3.75~4.00%로 오르게 되면서 우리나라 기준금리(3.0%)와의 격차도 100bp까지 확대됐다. 이날 3년 만기 신용등급 AA-, BBB- 무보증 회사채 금리는 8.3bp씩 올라 각각 5.616%, 11.461%를 나타냈다.


이번 미국의 자이언트 스텝은 시장에서 예견된 결과였다. 지난달 발표된 9월 근원 CPI 상승률이 40년 만의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금리인상 발표 직후 회견에서 "금리인상 속도를 줄일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며 "이르면 다음 회의가 될 수도, 아니면 그 다음 회의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해 속도조절론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그럼에도 채권 전반의 금리가 큰 폭 상승세로 돌아선 것은 최종금리 불확실성이 심화되면서다. 파월 의장은 이날 금리인상 중단 가능성에 대해선 "매우 시기상조"라며 "최종금리 수준은 지난번 예상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연준이 제시한 내년 기준금리 상단 수준인 4.6%를 넘어설 것으로 시사한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그간 시장에서는 이번 자이언트 스텝을 예상해 시중금리에 반영을 해오면서 이후 연준의 인상 기조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웠다"며 "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부터는 금리인상 폭이 둔화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와 달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은 오히려 최종금리 수준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강경 기조였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연준은 천천히 갈 수는 있어도 더 높게 갈 것이라는 기조를 밝히면서 시장에서는 또 한번 충격을 받은 것"이라며 "미국의 최종 정책금리 상단은 5.0~5.5%까지 전망치가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 얼어붙은 공모시장…기업들 사모사채, 장기 CP로 자금조달 다변화


금리 변동성에 따른 채권 시장 불안이 지속되면서 기업들은 주요 자금조달 창구인 공모 회사채 시장을 떠나 자금조달 방안을 모색하는 데 분주해졌다. 지난달 과감히 회사채 수요예측에 나선 LG유플러스(AA/안정적), 한온시스템(AA-/안정적), 한화솔루션(AA-/안정적) 등은 우량한 신용등급을 앞세우고도 모집액을 채우는 데 실패했고, 통영에코파워(A+)는 510억원을 모집했지만 단 한 건의 주문도 받지 못했다.


국내 회사채 시장에서 매년 가장 많은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 중 하나였던 '빅 이슈어'(Big issuer) SK㈜도 장기 CP로 방향을 선회했다. SK㈜는 오는 10일 3년물, 5년물 각각 1000억원씩 총 2000억원 규모의 장기 CP 발행에 나선다. SK가 만기 1년 이상의 장기 CP를 발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K 관계자는 "자금조달 전략을 다변화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사모 방식으로 회사채를 발행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발행된 사모사채는 총 360건으로, 전년동기(303건) 대비 20% 가까이 늘었다. 진에어(620억원, 8.6%)를 비롯해 코리아세븐(200억원, 7.083%), 듀산퓨얼셀(150억원, 8.0%), 삼성중공업(300억원, 7.05%), SK렌터카(200억원, 6.95~7.0%), 롯데글로벌로지스(200억원, 6.262%), 이마트24(200억원, 6.5%) 등도 사모채로 자금조달에 나섰다. 사모 회사채는 비교적 투자자 확보에 용이한 측면이 있지만, 현재 투자자 우위 시장이다보니 기업들이 발행금리 측면에서까지 우위를 점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기관투자가들의 채권 자금 집행이 극도로 위축되면서 공모채 시장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며 "자금조달이 급한 기업들은 사모시장 등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데, 7~8%대에 달하는 발행금리를 감수하고 조달에 나선다는 것은 기업들이 처한 자금난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행도 이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는 데다가 미국의 최종 정책금리 상단도 예상보다 높아질 것으로 전망돼 기업들의 자금조달은 내년까지도 어려운 흐름을 이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10월 사모채 발행 기업. 한국예탁결제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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