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바보야, 문제는 정치야"
불확실성이 위기로 전이되지 않도록 과잉 정쟁화 경계해야
이 기사는 2022년 11월 09일 08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현중 편집국장] 자금시장이 살얼음판이다. 믿고 거래하는 규율이 자금시장 관행인데 곳곳에서 터진 신뢰의 생채기가 완연한 병세로 악화되면서 불안이 커지고 있다. 여의도 곳곳에서 '금융위기'의 재림 시나리오가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오죽했으면 금융을 감독하는 곳이 유언비어와 가짜뉴스를 엄벌하겠다고 나섰겠는가. 그만큼 지금 분위기는 '흉흉'하다. 연이어 나오는 재정과 통화, 그리고 감독당국의 정책 대응은 불안의 차단에 맞춰져 있다.


줄어드는 인구와 소멸해가는 지역경제 앞에서 선거로 뽑힌 지방자치단체장들은 한 건의 이벤트에 빠져든다. 지역을 살리는 솔로몬의 지혜는 애당초 기대 난망이다. 일자리, 문화, 교육 등의 서울 쏠림이라는 구심력에 맞설만한 원심력의 소재는 빈곤하다. 기획력과 사업추진력에 문제가 있는 단체장의 모험은 지방소멸의 시간을 앞당길 뿐이다. 한 사람 정치인의 몰지각이 레고랜드 사태의 본질은 아닌 듯하다. 이벤트성 지역축제나 지역 토착세력과 연계된 지대추구 행위는 지방재정 파산 리스크를 키울 뿐이다. 이벤트와 개발 과정에 적절한 민주적 통제는 없다. 거버넌스의 부재는 언제라도 제2, 제3의 레고랜드 사태를 가져올 수 있다. ABCP를 통해 자본시장과 연결됐던 지자체가 주인인 사업주체들의 프로젝트는 이제 정치논리의 프리즘으로 채무상환 능력을 살펴야 하는 할 듯하다.


한전채는 경제의 정치 종속을 드러내는 대표 케이스다. 최고(AAA)등급 공사채를 대표하는 채권시장 대장주 한전채는 애물단지다. 지난해까지 연평균 발행규모는 4조9000억 원대다.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의 포트에 많이 담겨 있다. 그런데 올해 발행물량은 지난달(26일)까지 23조4900억 원이다. 어림잡아도 6배나 늘었다.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에 연초부터 발행물량이 몰린 측면도 있지만 원가에 비해 턱없이 싼 전기 값이 한전 만성 적자의 근본 원인이다. 전기 값 현실화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지 않는다면 한전 적자와 채권시장의 만남은 시장 기능부전의 악연으로 끝날 개연성이 크다. 기후 위기와 맞물려 화석연료 의존을 줄여야 한다는 임박한 파국의 경고까지 더해진다면 한전채 문제는 정치쟁점의 핫이슈가 된다.


반지성의 악다구니 속에서 대화와 타협이 숨 쉴 공간은 협소해진다. 모리배들의 자리다툼을 향한 이전투구 정쟁은 정치 혐오로 끝나지 않는다. 민의의 수렴이라는 민주 '정체(政體)'는 혐오의 간극만 넓히는 '제도(制度)' 앞에서 무력할 뿐이다. 이성의 힘으로 가까스로 봉인했던 각자도생의 야만의 시대다.


금융은 불안정(instability)이 본질이기도 하다. 금융이 자본주의 내용을 규정하는 시대에 주기적으로 위기가 돌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물과 금융의 연결고리가 느슨해질수록 쏠림이 출현한다. 위기를 증폭시키는 소음의 데시벨이 너무 높다. 태산에 걸려 넘어지지는 않는다. 자그마한 돌부리가 항상 문제다. 필연으로 위기(crisis)가 오지는 않지만 우연들이 쌓이면 그 결과는 우려했던 사건의 현현(顯現)이다. 정치적인 해석과 이를 이용하려는 세력의 준동이 자기충족적 예언까지 겹치면 위기는 이미 통제 불능이 된다. 지금은 정치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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