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평 "콜옵션 번복한 흥국생명 신용도 재검토"
"롤오버 없는 조기상환으로 자본력 저하···신제도 영향도 고려"
이 기사는 2022년 11월 09일 17시 0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한보라 기자] 한국신용평가가 흥국생명보험의 외화 신종자본증권(영구채) 조기상환권(콜옵션) 행사 결정에 따라 신용등급 재검토에 나서겠다고 9일 밝혔다. 


흥국생명은 지난 2017년 발행했던 5억달러(발행 당시 5571억원) 규모 해외 영구채에 대한 콜옵션을 예정대로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상환 자금은 ▲은행권을 통한 환매조건부채권(RP) 발행(4000억원) ▲보험사 대출(1000억원) ▲대주주(태광그룹)의 유상증자(나머지 일부 금액)을 통해 마련한다. 


앞서 흥국생명은 지난달 31일 이사회를 열고 오늘(9일)로 예정됐던 5억달러 규모 외화 영구채 콜옵션 행사를 포기했었다. 국내외에서 자본성 증권을 발행해 이를 차환하려 했으나 레고랜드 사태 등 채권시장 경색으로 자금 조달이 쉽지 않아지면서 콜옵션 행사일을 6개월 뒤인 내년 5월 9일로 미룬 것.


보험업 감독규정에 따르면 보험사가 영구채 콜옵션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해당 채권을 조기 상환한 뒤에도 지급여력(RBC)비율이 금융감독원 권고치(150%)를 상회해야 한다. 올해 상반기 말 흥국생명의 RBC비율은 157.8%으로 자본 조달 없이 콜옵션을 행사할 경우 해당 감독규정을 충족할 수 없었다. 이에 따라 콜옵션 행사일을 내년 상반기로 미뤘지만 금융당국이 감독규정을 일부 완화해주면서 해당 결정을 번복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한신평은 이번 외화 콜옵션 행사와 관련해 흥국생명의 신용도를 재검토할 방침이다. 자본성 증권 발행 없는 상환으로 현행 건전성 지표인 RBC비율의 하락은 예정돼 있다. 여기에 ▲콜옵션 행사 번복으로 인해 떨어진 채권시장 접근성 ▲하락한 자본력이 신지급여력제도(K-ICS),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등 내년 도입되는 제도 하에 어떤 영향을 받을지 등을 면밀하게 고려해 신용도를 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선영 한신평 애널리스트는 "영구채 발행 없는 상환으로 RBC비율 하락이 예상되는 만큼 향후 대주주 증자계획이나 K-ICS 제도상의 자본 적정성, 보험계약마진(CSM) 규모 등을 고려해 흥국생명의 신용도를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신평은 과거 보험업계가 발행했던 영구채의 콜옵션 행사 시기가 올해부터 돌아옴에 따라 자본성 증권 의존도가 높은 업체의 자본관리현황을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콜옵션 행사시기 및 만기도래에 따라 보험업계가 상환해야 하는 자본성 증권 물량은 올해만 총 2조1191억원이다. 내년 상환 예정 물량은 총 4조6278억원으로 추정된다.


김 애널리스트는 "흥국생명의 콜옵션 행사 번복으로 인해 보험사 자본성 증권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 만큼 단기적인 수요 감소가 예상된다"며 "자본성 증권 의존도가 높고 콜옵션 행사일 및 만기도래가 가까운 보험사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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