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스몰캡]
IPO 철회 잇따라…사업자금 조달 차질
③증시 부진 여파, 몸값 제값받기 어려워져…투자유치 경쟁 심화
이 기사는 2022년 11월 10일 13시 4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거래소.


[딜사이트 강동원 기자] 한산했던 기업공개(IPO) 시장이 지난달 모처럼 북적였다. 사업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기업들이 대거 상장에 나선 영향이다. 하지만 다수가 공모흥행에 실패하면서 내실은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시장 유동성 축소로 중소기업마저 IPO를 철회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어 투자자 유치 경쟁이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증시 입성에 성공한 기업(이전상장 제외)은 20개로 올해 최대치를 기록했다. 8~9월 각각 8개, 9개 기업이 상장한 것과 비교하면 증가 폭은 도드라진다. IPO 시장 호황이 정점에 달한 것으로 평가받는 2020~2021년과 비교해도 유사한 수준이다. 이달에도 다수 기업이 공모일정을 예고한 상태다.


상장 기업 평균 시가총액과 공모금액은 각각 877억원, 170억원으로 절반 수준에 그쳤다. 대형 기업 대신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과 중소형 기업(시가총액 1000억~3000억원)이 주를 이뤄서다. 10월 상장 기업 중 시가총액 1위는 탑머티리얼(2935억원)이다. 4조원대 몸값에 도전한 라이온하트스튜디오는 공모 적기를 노리기 위해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출처=각 사 증권신고서)

이들 기업의 공모자금 사용 계획을 살펴보면 시설투자 등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경우가 많았다. 금융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채무상환 목적도 있었다. 바이오 기업 샤페론은 기타목적으로 분류한 자금을 정기예금 등으로 운영해 이자 이익을 거두겠다고 제시했다. 일단 현금부터 확보한 뒤 계획을 세우겠다는 계산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자금 압박을 느낀 중소형 기업들이 영업흑자, 성장성 등 투자 매력도를 높일 요소를 마련하지 못했음에도 서둘러 상장에 나서는 것으로 보고 있다. 주식시장 여건 악화로 유상증자 실패사례가 잇따르는 데다 금리 상승으로 외부 차입도 부담돼서다. 금융감독원에게 자료 부족을 지적받아 증권신고서를 정정하는 사례도 이어졌다.


10월 이후 기관 수요예측 일정을 진행한 23개 기업 중 7개 기업이 공모가를 희망밴드 최하단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결정했다. 골프존커머스·밀리의서재 등 3곳은 IPO를 철회했다. 공모가를 희망밴드 상단에 확정한 기업들도 일반 공모청약에서 한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투자자들에게 외면받았다.


(출처=한국거래소)

문제는 IPO 시장 내 자금이 말라버리면서 중소기업들도 증시 입성을 자신할 수 없게 됐다는 점이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IPO를 철회한 기업은 SK쉴더스와 원스토어, 현대엔지니어링 등 조 단위 시가총액을 목표로 하는 대어가 다수였다. 하반기 쏘카와 더블유씨피(WCP) 등 대어도 몸값을 대폭 낮춘 후 증시에 입성했다.


중소기업들은 공모흥행에 실패해도 꾸준하게 상장했다. 하지만 최근 기관투자가의 옥석 가리기가 심화하며 골프존커머스(3360억원)와 밀리의서재(2163억원) 등 철회사례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주로 대어급 IPO에서 살피던 기업가치 책정 기준도 엄격하게 바라보고 있다. 시장 눈높이가 낮아지는 만큼, 증시 입성 문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투자자 유치 경쟁이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이날 기준 상장예비심사(예심) 승인을 기다리는 기업은 34개다. 심사승인 뒤 공모일정을 조율하는 기업도 다수다. 컬리와 케이뱅크, 골프존카운티 등 대어급 IPO도 시장 눈치를 살피는 중이다. 시장 자금이 한정적인 만큼, 알짜 기업에 투자자가 몰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지난 2년 IPO 시장은 유동성이 넘쳤던 탓에 규모와 관계없이 다수 기업이 상장할 수 있었지만 올해 상황은 확연히 다르다"며 "공모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기업도 철회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것을 보면 현재 IPO를 준비 중인 주자들도 안심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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