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터지지 않은 PF 시한폭탄, 내년 봄으로
대부분 우발채무 만기 3개월 연장, 금융당국 선택에 운명 엇갈려
이 기사는 2022년 11월 28일 08시 2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이상균 IB부장] 최근 가장 에너지를 쏟고 있는 작업 중 하나가 각 건설사가 시행사에게 제공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의 전수조사다. 국내 개발사업은 주택공급을 보다 빠르고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 별도의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는 방식으로 대부분 이뤄진다. 이후 해당 SPC가 토지를 매입하고 PF 대출을 받으면 시공사가 여기에 PF 보증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실질적인 자금이 오가지 않는 보증의 형태이기 때문에 재무제표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좋게 말하면 부실 징후가 나타날 수 있는 사업을 숨길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구조 탓에 건설사의 재무제표만으로는 모든 재무적 리스크를 평가할 수 없다. 건설사가 PF 지급보증을 제공한 사업장을 모두 살펴보고 여기서 발생하는 부실이 건설사로 옮겨갈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봐야 한다.


다양한 건설사의 사업장을 살펴보면서 발견한 공통점은 현재 표면화될 수 있는 리스크를 잠시 미루고 있다는 점이다. 시행사가 토지를 매입한 뒤 아직 본PF로 넘어가지 않은 미착공 사업장 혹은 브릿지론PF 단계에서 이 같은 현상이 뚜렷이 나타난다. 


자본력이 열위한 시행사들은 시공사의 PF 보증으로 브릿지론을 연장시키고 있는데 레고랜드발 신용경색으로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에 놓였다. 시공사들은 직접 시행사에 자금을 빌려주거나, PF보증 제공을 조금이라도 연장하는 방안을 택하고 있다. 두 방법 모두 해당 사업이 본PF로 전환하지 못한다면 언제든지 사업 리스크가 건설사로 전환되는 구조다.


특히나 PF 보증 제공의 연장 기간이 고작 3개월에 그친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금리가 워낙 가파르게 오르고 분양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시장에 리스크가 높기 때문에 금융회사들이 만기를 되도록 짧게 설정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얘기다. 즉 부동산PF에서 터질 시한폭탄을 잠시 내년 봄으로 미뤄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직도 업계 관계자들이 지금 상황을 위기의 본격화가 아닌,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표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관건은 내년 봄이다. 금융당국의 스탠스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이때까지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상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부동산PF 시장에 어느 정도의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을지가 중요해질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PF 시장의 참여자인 증권사와 저축은행, 캐피탈 등이 디폴트에 빠지지 않도록 적절한 수준의 유동성 대책이 나와야 한다.


일각에서는 증권사 등 금융회사의 책임론을 거론하기도 한다. 부동산PF로 한창 돈을 잘 벌던 작년까지만 해도 성과급 잔치를 하던 증권사들이 위기가 본격화하기도 전에 구조조정을 하는 것은 모순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이들 증권사에게 다시 또 자금을 지원해주는 것은 모럴해저드를 키울 수 있다고 비판한다. 오히려 이 참에 금융당국의 개입을 최소화해서 부실이 쌓인 회사는 자연스럽게 문을 닫을 수 있도록 만들어 구조조정을 장려하는 것이 더 좋은 대책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선택은 금융당국의 몫이다. 시장에 맡겨서 한바탕 살풀이를 지켜볼지 아님 시장 개입으로 유동성을 공급할지. 내년 봄 위기를 진화할 수 있는 징조가 보일지, 아니면 대규모 구조조정을 향한 움직임이 가시화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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