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생명, 매각 불발시 '4500억 콜옵션' 어떻게?
잠재적 원매자 없을 경우 산은 지원 불가피···"협의 이미 시작"
이 기사는 2022년 12월 01일 08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한보라 기자] KDB생명보험이 내년 조기상환권(콜옵션) 행사일이 돌아오는 자본성 증권을 상환하기 위해 대주주인 KDB산업은행과 협의에 나섰다. 현재 산은 주도로 KDB생명 매각 절차가 진행 중에 있지만 성사 가능성이 불투명한 만큼 대주주 차원에서 콜옵션 행사를 위한 우회적인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생명이 지난 2018년 발행한 자본성 증권 약 4500억원에 대한 콜옵션 행사일이 내년에 돌아온다. 차례로 내년 5월 외화 신종자본증권(영구채) 2300억원(2억 달러), 내년 9월 후순위채권 2000억원 등이다.


금리 상단을 쉽게 점칠 수 없는 데다가 레고랜드 발(發) 시장 충격이 진화되지 않은 만큼 당장 자본성 증권을 새로 발행해 콜옵션 대금을 마련하기는 어렵다. 동일하게 내년 외화 콜옵션 행사 시기가 도래하는 흥국생명과 한화생명은 추가 자본조달 없이 조기상환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흥국생명은 대주주(태광그룹)의 자구적 노력에 더해 보유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환매조건부채권(RP)을 발행해 콜옵션 대금을 마련했다. 한화생명은 외화 영구채 발행대금을 모두 외화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었던 만큼 해당 자산을 매각해 자금 상환에 나설 계획이다.


KDB생명의 경우 매각 절차에서 콜옵션 이행 대금까지도 감당해 줄 수 있는 원매자를 찾는 게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다. 최근 산은은 KDB생명 매각 공고를 내면서 내년 1분기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2분기 매각 절차를 종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수합병(M&A)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만큼 콜옵션 행사 시기가 도래하는 자본성 증권을 문제 없이 상환하기 위해 산은과 KDB생명 간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KDB생명 관계자는 "대주주인 산은과 긴밀하게 협의해 콜옵션 행사일이 내년 5월로 다가온 외화 영구채를 조기 상환할 예정"이라며 "현재 금융시장이 불확실성이 큰 만큼 구체적인 콜옵션 행사 방법과 시기 등은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KDB생명의 자체 자본력으로는 '차환 없는 상환'이 불가능한 만큼 매각이 불발될 경우 산은의 지원은 불가피하다. 


따라서 실행 가능성이 있는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다. 흥국생명과 같이 보유채권을 기반으로 RP를 발행해 단기자금을 조달하거나 높은 금리를 감당하고 신규 자본성 증권을 발행하는 것. 이때 사모 방식으로 채권을 발행해 산은이 시장보다 낮은 금리에 매입해준다고 하면 자본력이나 수익성 저하를 일부 막을 수 있다. 산은이 유상증자 등의 방식으로 직접 실탄을 투입하는 방안도 있지만 KDB생명이 매각 대상이라는 점에서 산은 입장에서도 부담이 따른다. 


이 때 KDB생명 입장에서는 유동성 확충 외에도 최대한 자본 버퍼를 늘릴 수 있는 선택지를 골라야 한다. 보험업법에 따르면 보험사가 발행한 영구채와 후순위채는 각각 자기자본의 25%, 50%까지만 자본으로 인정된다. 내년 5월 차환 없이 외화 영구채를 상환하고 나면 자본으로 인정되는 후순위채는 단순 계산으로 지난 3분기 말 기준 300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줄어든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으로 부채가 자산보다 더 크게 줄면 수치상으로는 자본이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인 자본력 저하는 불가피한 셈이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콜옵션 대금까지 감당할 원매자가 나타나는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최근까지도 산은의 매각 공고에 잠재적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은 만큼 장담할 수 없는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결국 콜옵션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산은이 우회적으로나마 지원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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