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 '유니버스' 매각설에 담긴 김택헌의 아쉬움
엔씨 2인자의 꿈 팬덤 플랫폼, 시장 경쟁 심화에 후퇴신호…엔터테인먼트 관심에도 성과는 불분명
이 기사는 2022년 12월 05일 16시 2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엔씨소프트의 팬덤 플랫폼 '유니버스'. (출처=엔씨소프트)


[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엔씨소프트가 팬덤 플랫폼 '유니버스' 매각을 추진한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유니버스 운영사 클렙의 향후 운명에도 관심이 쏠린다. 


클렙은 김택진 대표의 친동생이자 엔씨소프트의 2인자로 꼽히는 김택헌 엔씨소프트 수석부사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그만큼 클렙을 통한 유니버스 사업에 엔씨소프트가 기대를 품었던 것이다. 그러나 유니버스 매각설에 힘이 실리면서 김 수석부사장도 신사업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안게 됐다. 


◆ '유니버스' 매각설에 클렙 운명도 불확실


5일 엔씨소프트에 따르면 클렙은 유니버스와 관련해 엔터테인먼트사와 협업을 조율하면서 촬영물 콘텐츠를 기획하는 등의 역할을 맡고 있다. 2020년 7월 출범 당시부터 유니버스에 관련된 사업 수행을 위해 세워진 기업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유니버스가 다른 기업으로 넘어간다면 클렙의 존재 의의도 바뀌게 된다. 현재 클렙은 엔씨소프트에서 지분 67%를 쥐고 있는 자회사이다. 지분의 향방에 변화가 생기거나 아예 다른 사업 역할을 맡게 될 수도 있는 셈이다.


엔씨소프트는 클렙의 주요 사업 목적을 멀티미디어 콘텐츠 개발로 명시하면서 유니버스 외 사업을 추진할 길을 열어두긴 했다. 그러나 엔씨소프트가 유니버스 매각으로 엔터테인먼트 사업에서 손을 아예 뗀다면 클렙의 향방 역시 불확실해질 수밖에 없다.  


유니버스는 2021년 1월 서비스가 시작된 이래 하이브의 '위버스', SM엔터테인먼트의 '버블'과 함께 팬덤 플랫폼 3강으로 자리를 잡아왔다. 글로벌 누적 다운로드 수 2400만건 이상을 기록하는 등 일정 이상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도 받았다.


그러나 현재 팬덤 플랫폼 시장 상황에서 엔씨소프트가 유니버스의 사용자 확장에 한계를 느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위버스는 2021년에 누적 다운로드 5700만건을 넘어서면서 선두 체제를 굳혔다. 버블은 SM엔터테인먼트의 탄탄한 아티스트 라인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반면, 엔씨소프트는 전문 엔터테인먼트사가 아닌 만큼 자사 아티스트 입점을 통한 시너지 등을 누릴 수 없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주요 엔터테인먼트사가 확고하게 자리 잡은 엔터테인먼트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엔씨소프트가 관련 사업을 본격화하기에도 부담이 크다. 


클렙의 운영 상황도 엔씨소프트가 유니버스 매각을 추진한다는 관측을 뒷받침한다. 클렙은 2022년 상반기에 매출 56억원을 거두고 영업손실 2억원을 봤다. 매출 58억원에 영업이익 10억원을 올린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4% 줄고 영업수지는 적자 전환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엔씨소프트가 인공지능(AI)을 접목한 서비스 등으로 유니버스와 다른 팬덤 플랫폼의 차별화를 꾀했지만 실제 시너지로 이어졌는지는 의문"이라며 "본업인 게임 사업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시너지가 적은 사업을 접으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택헌 엔씨소프트 수석부사장 겸 클렙 대표이사. (출처=엔씨소프트)

◆ 엔터테인먼트 도전은 미완의 노력되나


엔씨소프트는 이전부터 단순한 게임사가 아닌 종합 콘텐츠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 이를 위한 기반으로서 엔터테인먼트 사업에도 관심을 보여왔다. 단순하게는 엔터테인먼트사와 제휴부터 시작해 관련 분야 기업의 투자 역시 지속해서 진행해왔다. 


앞서 엔씨소프트는 2010년 JYP엔터테인먼트, 2011년에는 IHQ와 업무협약을 각각 체결하면서 상호 시너지를 내겠다는 포부를 보였다. 2010년대 중반부터는 레진코믹스, 재담미디어, 문피아, 포스크리에이티브파티, 메리크리스마스 등 콘텐츠사에 지속해서 투자해왔다.


'버프툰'과 '엔씨코믹스' 등 웹툰 플랫폼을 운영하고 '스푼즈', '투턱곰', '도구리' 등 캐릭터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도 2015년 기자간담회에서 "게임뿐 아니라 웹툰, 영화, 애니메이션, 장난감 등을 만들어 '리니지' 세계관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유니버스는 엔씨소프트가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던진 출사표이기도 했던 셈이다. 엔씨소프트가 2021년 1월 CJ ENM과 콘텐츠 및 디지털 플랫폼 분야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도 유니버스와 연관된 행보로 풀이됐다.  


그러나 유니버스 매각설이 돌면서 엔씨소프트는 과감하게 추진했던 엔터테인먼트 사업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리게 됐다. 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한 신사업 추진을 맡아왔던 김택헌 엔씨소프트 수석부사장의 노력 역시 빛이 바래게 됐다.  


김 수석부사장은 엔씨소프트가 JYP엔터테인먼트, IHQ 등과 제휴를 맺었을 시절부터 자리에 꼬박꼬박 참석하면서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관심을 보여왔다. 클렙이 출범했을 때는 대표이사를 직접 맡으면서 힘을 실어줬다. 


엔씨소프트는 김 수석부사장 외에도 김정하 엔씨소프트 엔터사업실 실장과 심세란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이사를 클렙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등 관련 사업에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두 사람은 현재도 클렙 사내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현재 유니버스 인수를 논의 중인 유력 후보로는 심 이사가 몸담았던 스타쉽엔터테인먼트가 꼽힌다. 현재 김 수석부사장이 매각 논의를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김 수석부사장은 자신이 문을 연 신사업의 문을 닫는 역할도 맡게 된 셈이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유니버스 매각 여부와 관련해 확정된 사실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스타쉽엔터테인먼트 모기업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관계자 역시 "결정된 바가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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