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생명, 테니스장 사업비 '꼼수' 금감원 검사에 '덜컥'
테니스장 운영비, 광고비 등 명목 19억6000만원 집행…임원 배임혐의 가능성
[사진] 동양생명 전경.jpg


[딜사이트 박안나 기자] 동양생명이 광고비 등 명목으로 지급한 비용이 실제로는 우회적으로 테니스장을 운영하기 위해 사용된 사실이 금융당국 검사에서 드러났다. 저우궈단 동양생명 대표이사가 평소 테니스를 즐기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테니스장 꼼수 운영과 관련한 논란이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테니스장 운영권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합리적 검토 없이 대규모 비용을 집행해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표이사 등 임원의 배임혐의를 필요시 수사기관 등에 통보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은 생보사 사업비 운용실태에 대한 현장검사 결과, 동양생명이 테니스장 운영권 확보를 위해 회사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계약을 체결한 사실을 적발했다고 24일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동양생명은 지방자치단체 소유의 A테니스장에 실질적 운영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A테니스장은 스포츠시설 운영업체 B사가 지난해 10월 공개입찰을 통해 운영권을 확보한 곳이다.


당시 A테니스장 운영자 선정 입찰공고에 따르면 최근 5년 이내 테니스장 운영 실적이 있어야 입찰이 가능하다는 조건이 있었다. 낙찰자는 제3자에게 운영권 일부 또는 전부를 다시 임대하는 것이 금지됐다.


테니스장 운영 실적이 없는 동양생명은 입찰자격을 갖지 못했으며, 제3자를 통한 운영권 확보 역시 불가능했다.


하지만 동양생명은 A테니스장 운영자 선정 입찰에 스포츠시설 운영업체 B사를 참여토록 했다. 대외적으로는 B사와 테니스를 활용해 헬스케어 서비스를 지원하는 광고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처리하고, A테니스장 운영권 낙찰가액(26억6000만원)을 광고비 명목으로 3년에 걸쳐 B사에 전액 보전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1년차분에 해당하는 9억원은 지난해 말 기본광고비 명목으로 B사에 지급됐다. 이 외에도 동양생명은 지난해 12월 추가 광고비 명목으로 A테니스장의 시설보수 공사비용 9억원을 지급했다. 올해에는 A테니스장 운영을 위한 인건비, 관리비까지 광고대행수수료 명목으로 3차례에 걸쳐 1억6000만원이 지급된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동양생명이 B사에 ▲기본 광고비 ▲추가 광고비 ▲광고프로모션비 ▲광고대행수수료 등을 지급했지만 실제로는 테니스장과 관련한 ▲사용료 ▲시설개선공사비 ▲위탁운영비 ▲운영관리비 등에 해당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금감원은 동양생명이 A테니스장을 우회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B사를 통해 제시한 낙찰금액 등이 시세 대비 과도하게 고가로 책정됐다고 지적했다. A테니스장의 직전 운영권 낙찰가는 3억7000만원이었으며, 지난해 10월 공개입찰 당시 최저 입찰가는 6억4000만원이었다. 동양생명은 이보다 4.1∼7.1배 높은 금액으로 B사를 통해 운영권을 낙찰 받았다.


금감원은 A테니스장 입찰 금액 등이 상당한 고가임에도 동양생명 임직원이 합리적인 검토 없이 이를 전액 집행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것으로 봤다. 내부 심사 등을 거쳐 관련 법규에 따라 필요시 수사기관 등에 통보한다는 방침이다.


이 외에도 동양생명은 일부 임원에 대한 사업비 집행시 회사의 내부통제 절차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고 지적받았다.


금감원은 "테니스장 관련 계약체결 및 사업비 집행과정에서 나타난 위규행위에 대하여는 관련 검사·제재 규정에 따라 조치할 것"이라며 "향후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감독·검사업무를 강화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동양생명은 지속 가능한 사업모델을 개발하고 브랜드 이미지와 고객 충성도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테니스를 활용했다는 입장이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테니스를 접목한 헬스케어 서비스를 통해 신규고객 확보 및 마케팅, 사회공헌 등 효과를 노렸다"며 "금감원의 검사기간 중 이와 관련해 성실히 설명했지만 결과적으로 고객 여러분과 주주 그리고 임직원에게 심려를 끼쳐 매우 송구스럽다"고 전했다. 이어 "최종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 향후 진행되는 절차와 관련해 최선을 다해 조사에 성실히 협조하고 당사의 입장을 충실히 소명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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