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ABL생명 매각
재무건전성 관리, 자본조달 '분주'
③새 회계제도 도입 준비, 디지털 전환 힘써…대주주 매각 의지 엿보여
이 기사는 2023년 03월 15일 10시 4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박안나 기자] 수년째 인수합병(M&A)시장 잠재매물로 거론되고 있는 동양생명과 ABL생명보험이 새 주인 찾기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자본성증권을 발행해 자금 조달에 힘을 쏟고 있는데 성공적 매각을 위해 재무건전성 지표를 끌어올리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ABL생명, 후순위채 수요예측 미매각에도 발행 늘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ABL생명은 13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5년 조기상환권(콜옵션)이 부여된 10년 만기 후순위채로 금리는 6.66%다.


앞서 ABL생명은 발행규모를 700억원으로 잡고 6.0~6.6%의 금리를 제시해 모집에 나섰지만 투자자들의 수요는 없었다. 6%대의 높은 금리를 내걸었음에도 전액 미매각으로 자존심을 구겼다. 수요예측이 흥행 참패로 끝난 탓에 발행금리는 밴드 최상단으로 정해졌다.


ABL생명은 지난해 9월에도 후순위채를 발행해 630억원을 조달했는데 약 반년 만에 다시 자본성증권 발행에 나섰다. 


앞서 2018년과 2019년에 동양생명도 1000억원, 2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해 자금 수혈에 나선 바 있다. 보험사의 경영지표 가운데 하나인 지급여력(RBC)비율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RBC비율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제때에 지급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건전성 지표다. 지급여력금액을 지급여력기준금액으로 나눠서 구한다.


ABL생명이 최근 자금 수혈에 공을 들이는 이유도 재무건전성 지표 개선을 위한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ABL생명의 RBC(지급여력비율)는 215.11%다. 같은 기간 RBC의 업계 평균치가 202%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ABL생명은 RBC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올해 변경되는 지급여력제도에서는 ABL생명의 지급여력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올해부터 보험부채를 현재가치로 평가하는 새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이 시행된다. 이와 같은 회계제도 변경에 맞춰 보험회사의 보험금 지급 능력을 자산 및 부채의 공정가치를 기반으로 평가하는 신(新)지급여력제도(K-ICS)가 도입된다. 고금리 저축성보험 비중이 높은 ABL생명으로서는 건전성 관리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산된다.


ABL생명과 동양생명을 품고 있는 다자보험그룹(안방보험)으로서는 본격적 매각 추진에 앞서 건전성 지표를 끌어올려야 한다. 금리 상향 및 증액에 따른 자본비용 증가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오히려 발행규모를 두 배 가까이로 늘린 것도 지표 개선을 위한 결정으로 볼 수 있다. 매각을 향한 대주주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 디지털 전환 체질개선 나서…매력 높이기


다자보험은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몸값을 끌어올리기 위해 재무지표 개선 외에도 디지털 역량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본격적으로 매각을 추진하기에 앞서 디지털 전환을 통한 체질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평가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최근 보험 가입을 위한 상품설계 단계에서도 심사 결과를 알 수 있는 디지털 심사시스템을 구축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심사시스템을 도입해 보험 가입에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했으며 업무 효율성을 개선했다.


기존 시스템에서는 보험 가입을 원하는 고객이 서류를 작성해 제출하면 별도의 심사과정을 거친 뒤에야 보험 가입 여부를 알 수 있었는데, 동양생명과 ABL생명 모두 이와 같은 불편을 줄이는 시스템을 내놓은 것이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최대주주인 중국 다자보험이 매각을 저울질하는 상황에서 두 회사가 비슷한 시기에 디지털 심사시스템을 도입한 점이 눈길을 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국내 보험시장가 장기간 저성장 국면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디지털 혁신이 업황 침체를 극복할 수 있는 돌파구로 떠오르고 있다"며 "M&A시장 매물로 나오기에 앞서 디지털 전환을 추진해 내실 다지기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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