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장기CP '눈길'…"자금조달 다각화"
롯데글로벌로지스 2년 만기 CP 발행…롯데하이마트 이후 6개월만
이 기사는 2023년 10월 16일 15시 5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경. (제공=롯데그룹)


[딜사이트 백승룡 기자] 롯데그룹 물류업체인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장기 기업어음(CP)으로 자금조달에 나섰다. 장기CP는 단기 신용등급으로 장기 자금을 조달해 '자본시장의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시장의 비판을 의식해 장기CP 발행을 줄여가던 롯데그룹은 자금조달이 어려워지자 다시 변칙적 조달에 나선 것이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지난 11일 300억원 규모 CP를 발행했다. 만기는 2년(733일물)으로 할인율은 연 5.25%였다. 할인업무는 한국투자증권이 맡았다.


만기 1년 이상인 장기CP는 자본시장의 사각지대로 통한다. 대표적인 이유로는 단기 신용등급을 토대로 장기 자금조달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이는 투자자 보호가 취약해진다는 문제로 이어진다. 공모 수요예측을 통한 가격결정 시스템도 부재하다. 안영복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장은 "장기CP 시장은 신용평가·수요예측·시가평가 등 국내 자본시장을 규율하는 3가지 주요 수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환경에서 상당한 규제 차익을 얻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롯데그룹의 노골적인 장기CP 발행이다. 올해 발행된 장기CP 발행액은 총 8800억원 규모인데, 이 중 롯데그룹의 장기CP 물량은 4100억원으로 절반에 육박한다. 호텔롯데가 2800억원 규모 장기CP를 발행한 것을 필두로 ▲롯데하이마트(1000억원) ▲롯데글로벌로지스 (300억원) 등이 동참했다. 롯데그룹을 제외하면 올해 장기CP를 발행한 곳은 롯데카드(2200억원), 한국광해광업공단(2000억원), 에이치라인해운(500억원) 등 세 곳 뿐이다. 롯데카드는 지난 2019년 롯데그룹에서 계열분리된 상태다.


롯데그룹은 지난 4월 롯데하이마트의 발행을 끝으로 수개월간 장기CP를 자제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상반기 말 롯데케미칼을 필두로 롯데지주, 롯데캐피탈, 롯데렌탈, 롯데물산, 롯데오토리스 등 주요 계열회사들이 줄줄이 신용등급 강등에 처했지만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정면 돌파하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었다. 올 하반기 롯데쇼핑(7월), 롯데케미칼(8월), 롯데렌탈(9월), 롯데칠성음료(10월) 등이 연달아 공모채 발행에 나선 바 있다.


그러나 롯데그룹의 이같은 '정면 돌파' 의지는 반년이 채 가지 못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지난 2021년에만 해도 두 차례에 걸쳐 공모채 발행을 순조롭게 마쳤던 곳"이라며 "지난해부터 금리인상으로 조달비용이 높아진 데다가, 롯데그룹 전반에 대한 기관투자가들의 투심이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 보니 CP 시장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장기CP를 통해 동일 등급 대비 금리를 낮춘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A0(안정적)로, 시가평가 기준 A0등급의 사모 2년물 등급민평금리는 5.67% 수준에서 형성돼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이번 CP 할인율(5.25%)은 동일 등급의 시장 금리는 물론, 1노치(notch) 높은 A+등급의 사모 2년물 금리(5.44%)보다 낮은 수준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는 기업에게 다양한 자금조달 수단을 제공하는 입장이다 보니 장기CP도 하나의 선택지로 보고 있다"면서도 "신용등급 측면이나 가격결정의 투명성 측면에서 분명 사각지대의 측면이 있긴 하다"고 말했다. 이어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하반기 공모채 시장에 나서 기대 이상의 수요를 모으긴 했지만, 금리 측면에서 보면 민평 대비 '오버'가 대부분이었다"라며 "비주력 계열사일수록 공모조달은 어렵다 보니 다른 선택지를 강구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다양한 자금조달의 한 일환"이라며 "장기CP를 포함해 회사채 등 다양한 루트를 통해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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