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유통기업 옥죄면 전통시장 살아납니까?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전통시장 살리는 취지 희석, 막대한 사회적 비용만 들어갈수도
이 기사는 2021년 01월 12일 10시 4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이호정 산업1부장] # 1920년 1월 16일, 미국의 주점들은 때아닌 특수를 누렸다. 다음날인 17일부터 미국 영토 내 주류 양조 및 판매, 유통, 수출입을 금지하는 '볼스테드법(금주법)'이 시행됨에 따라 마지막 술잔을 기념하기 위한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뤄서다.


정상적인 주류 제조 및 유통이 금지된 미국은 이내 마피아 천국이 됐다. 밀주 사업에서 벌어들인 자금을 마피아들이 정관계 로비에 활용, 권력까지 쥐게 되면서 수백 명을 죽이고도 거리를 버젓이 활보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미국 최악의 마피아로 불리는 알 카포네가 활개치고 다닌 것도 이때(1925~1931년)였다.


수많은 비극을 낳았던 미국의 금주법은 대공황으로 궁핍해진 대중의 목소리에 눌려 1933년 폐지됐다. 부족한 곡물을 아끼고, 음주로 인한 범죄를 줄이자는 의도로 시행된 금주법이 사회적 문제만 야기하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셈이다.


# 폭설이 몰아쳤던 지난 6일, 더불어민주당이 복합쇼핑몰 월 2회 의무휴업 내용이 담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고, 이커머스 영업시간 및 판매품목을 제한하는 '상생협력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란 소식이 전해졌다.


당시 "전통시장 상인이 아니면 유통업을 하지 말라는 건가"란 비약과 함께 '탁상정치'의 대표적 사례인 미국의 금주법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마음만 먹으면 어떤 법안이던 통과시킬 수 있는 집권여당이 시장의 목소리를 전혀 경청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이해 당사자인 유통기업은 차치하더라도 경제전문가들조차 현 유통산업 규제안에 대해 쓴소리를 뱉고 있다. 아울러 코로나19 악몽 역시 현재진행형이다. 한국신용평가가 최근 국내 유통산업에 대해 비관적으로 전망하면서 유통기업들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단 소견을 밝힌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산업 활성화에 앞장서야 할 집권여당이 또다른 규제 만들기에 나선 건 혹시 4월 치러질 보궐선거를 염두한 움직임일까. 유통산업이 내수경기 활성화에 촉매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별의별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다.


집권여당의 계획대로 복합쇼핑몰과 이커머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 전통시장이 살아날까.


두 플랫폼의 소상공인 비중이 60%가 넘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회적 문제만 야기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실제 롯데몰과 신세계 스타필드에 입점해 장사를 하고 있는 소상공인 비중은 60~70%에 달하며, 이커머스 역시 직매입이 많은 쿠팡을 제외하곤 오픈마켓 형태라 셀러의 비중이 90%가 넘는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경제전문가들은 주말 매출이 평일 대비 10배 이상 많은 복합쇼핑몰의 규제 법안이 통과되고 나면 지금보다 매출이 33% 가량 감소할 테고, 이로 인해 부지기수가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커머스에 대한 전망도 다르지 않다. 품목 및 시간 제약을 받게 되면 셀러들은 물론, 이커머스에서 일하던 상당수 인력들도 이런저런 명분하에 거리로 내몰릴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유통 규제에 따른 영향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복합쇼핑몰이 월 2회 의무휴업만으로도 일자리가 6161개나 줄어든다. 


유통산업 관련 규제법안 통과 후 이러한 문제들이 불거진다면 전통시장을 살리자는 집권여당의 취지는 희석되고,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하는 부작용만 남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100년 전 시행됐던 미국의 금주법에서도 드러났듯 정부의 강제적 통제는 시장기능을 왜곡하기 마련이다. 정책은 시장의 원리를 이해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미국 경제학자 해럴드 뎀세츠가 지적한 '니르바나 정책 접근의 오류'처럼 현 정권이 이상사회 실현을 위해 득보다 실이 많은 규제로 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는 건 아닌지 심각하게 돌아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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