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불안 증폭' 유통街 M&A, 누굴 탓하랴
"업황 예측 어렵다"는 지적 필요하나 성장위한 노력도 인정해야
이 기사는 2022년 11월 21일 08시 1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미지=어페리안글로벌 홈페이지 캡처)


[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올 3분기 성적표를 받아든 유통가의 표정이 밝지 않다. M&A(인수합병)가 회사 실적에 발목을 잡은 촌극이 벌어졌기 때문. 유통 맞수로 꼽히는 롯데쇼핑과 이마트는 이러한 경향이 특히 두드러져 눈길을 끈다.


롯데쇼핑은 2012년 사들인 롯데하이마트 영업권에 가해진 손상차손으로 인해 올 3분기 951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이마트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인수한 이베이코리아(現 G마켓)가 PPA(인수가격배분) 상각비 등으로 적자전환함에 따라 연결실적이 저하됐다.


더 문제는 M&A 충격이 여기서 안 끝날 가능성이 적잖다는 점이다. 오프라인 양판점은 LG·삼성전자 등에 더해 이커머스와도 경쟁을 펼치고 있고 한 때 이커머스 1위인 G마켓은 쿠팡·네이버쇼핑에 밀리며 존재감이 옅어지고 있는 까닭이다.


이 부분에서 주지할 점은 이들이라고 이렇게 될 줄 알았을까 라는 것이다. 현시점에서 롯데·신세계그룹이 롯데하이마트, G마켓 인수에 쓴 돈 4조8072억원은 명백히 오버페이라 할 만 하다. 하지만 사들일 당시에는 그럴 만 한 이유가 있었다.


2010년대 초는 대형마트가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기였다. 롯데쇼핑 입장에선 롯데하이마트를 통해 마트사업부와 양판점 간의 시너지 창출을 기대할 수 있었다. 신세계 역시 SSG닷컴 만으론 역부족이었던 이커머스사업 경쟁력을 G마켓 인수로 단숨에 끌어올리는 효과를 노렸다. 발현이 안돼서 문제지만.


결과적으로 M&A가 독이 된 건 맞다 보니 시장과 주주가 이들을 고운 시선으로 바라보긴 어렵게 됐다.


다만 나름 성장을 위해 단행한 M&A를 결과 값만 놓고 평가하는 건 다소 가혹하단 생각도 든다. 근 10년 간 유통산업에서 벌어진 변화는 IT 기술의 발전 속도만큼이나 컸기 때문. 당장 1년 전만 해도 대규모 적자를 내 오던 쿠팡이 올 3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할 지 예측한 이가 몇이나 될까. 이 정도로 최근의 유통은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산업이 됐고 그만큼 M&A의 성공을 점치기도 어려워 졌다. 욕을 먹을 순 있지만 기업이 M&A로 새로운 시장과 고객을 발굴, 주주가치 제고에 노력을 기울인 점까지 폄훼당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롯데와 신세계는 이러한 M&A를 통해 주주들에게 나름 긍정적인 시그널도 제시했다.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했다면 언제든 뛰어들 준비가 돼 있단 것. 한국 유통가는 과거 10년이 그랬던 것처럼 향후에도 이커머스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도태되지 않고 늘 성장하려는 기업들의 행보에 의심 만큼 응원의 눈길을 보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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