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게이트RPG IPO, 올해도 글쎄
파생상품평가손실로 당기순이익 미실현…지분 희석 꺼리는 운영기조
이 기사는 2024년 02월 05일 17시 0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경기도 판교 스마일게이트 사옥 전경. (제공=스마일게이트)


[딜사이트 이태웅 기자] 스마일게이트RPG가 올해는 기업공개(IPO)에 나설까. 시장은 가능성을 낮게 점치고 있다. 이 회사가 새로운 회계기준을 도입하면서 상장요건을 채우지 못한 데다 게임업종 증시 상황이 좋지 않아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평가받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나아가  창업자 권혁빈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최고비전제시책임자(CVO)가 경영권 간섭을 극도로 경계하는 성향을 지니고 있는 부분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봐서다.


5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스마일게이트RPG는 상장 준비 일환으로 지난해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으로 감사를 받았지만 상장 시기는 확정하지 않은 상태다. 시기를 구체화하지 않은 것은 상장 체력을 갖추지 못한 결과로 풀이된다.


코스피 상장을 위해선 최근 매출액 1000억원 이상 및 3년 평균 700억원 이상이어야 하고 ▲영업이익 ▲법인세차감전계속사업이익 ▲당기순이익도 실현해야 한다. 스마일게이트RPG는 최근 3년(2020~2022년) 평균 4367억원의 매출과 2022년 364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다만 2022년 기준 2002억원의 법인세비용차감전순손실과 142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스마일게이트RPG가 법인세차감전계속사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이유는 앞서 두 번(2017년 12월, 2018년 4월)에 걸쳐 발행한 26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와 관련해 5357억원의 파생상품평가손실이 금융비용으로 반영된 탓이다. K-IFRS에 따르면 리픽싱 옵션을 포함한 CB는 기업가치가 변동하면 전환가액과의 차이만큼 평가손익으로 인식하게 된다.


이를 기반으로 스마일게이트RPG의 기업가치를 계상하면 CB를 발행했던 2018년 약 2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 회사가 발행한 1~2차 CB의 전환가액이 모두 4만6350원이고, 기발행 된 주식수가 431만5118주임을 고려했을 때 가치다. 반면 2022년 기업가치는 2018년 대비 33배 가까이 상승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스마일게이트RPG는 매출 7369억원, 상각전영업이익(EBITDA) 3679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해 코스닥 IT·소프트웨어업종 평균 멀티플(EV/EBITDA) 18.27배를 적용하면 기업가치는 6조7224억원에 달한다. 이에 따른 이 회사의 1주당 가격은 약 155만원이다. 즉 스마일게이트RPG의 CB에 따른 파생상품평가손실은 기업가치가 상승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스마일게이트홀딩스 관계자도 "2022년은 7년 동안 개발해 왔던 PC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로스트아크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키던 해였다"며 "적자를 기록했던 2018년과 비교하면 기업가치와 그에 따른 CB의 가치가 함께 오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이에 스마일게이트RPG가 CB 부담을 덜어낸 후 상장 준비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17년 12월 발행한 1차 CB는 지난해 12월 만료됐고, 2018년 4월 발행한 2차 CB는 오는 4월 만기 예정이다. 스마일게이트RPG는 2차 CB를 만기상환 할 방침이다. 앞선 회사 관계자는 "2차 CB와 관련해 구체적인 계약 내용을 말할 수 없지만 만기상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CB 외 상장 전 기업가치 평가기준이 되는 비교 대상기업 그룹의 주가 흐름이 좋지 않다는 점도 스마일게이트RPG가 IPO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이유라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실제 국내 게임사 대부분은 지난해 5월 엔데믹을 공식화한 이후 주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경우 지난해 5월 한 달간 평균 주가가 37만1775원을 기록했는데 올해 1월 평균 주가는 20만8291원으로 나타났다.


업계 한 관계자는 "스마일게이트RPG는 확실한 캐시카우와 넥스트 스탭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조 단위'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경제 불확실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상장을 추진했다가는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평가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권혁빈 CVO가 지분 희석을 극도로 꺼리는 점도 IPO 가능성을 낮게 점치고 있는 배경이다. 실제 권 CVO는 국내 게임사 CEO 가운데 유일하게 지분 전량을 쥐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그룹 지주사인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지분을 100% 보유 중이며, 스마일게이트홀딩스가 스마일게이트RPG, 스마일게이트엔터테인먼트, 스마일게이트메가포트 등 주요 자회사 지분을 전량 보유하고 있는 형태로 지배구조를 구축했다. 2017년과 2018년 발행한 1차, 2차 CB를 전액 만기상환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스마일게이트그룹이 비상장사로 운용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가 창업주 권혁빈 회장 때문"이라며 "권 회장이 IPO로 일반 주주가 생겨나고, 이들이 경영을 간섭하는 것 자체를 꺼리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전했다. 이어 "대표작 크로스파이어, 로스트아크 등이 해외에서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에 신작 개발 및 서비스 운영을 위한 현금 여력도 충분하다 보니 스마일게이트RPG의 IPO 역시 당장 이뤄지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스마일게이트홀딩스 관계자는 "국제 유동성이나 국내 증시 등 여러 가지 요인을 고려했을 때 지금 상황에서는 IPO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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