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정밀기계 '독립'의 의미
한화비전을 캐시 카우로 한화정밀기계 키운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05일 22시 4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정밀기계의 '하이브리드 본더' (제공=한화정밀기계)


[딜사이트 박민규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회사인 한화정밀기계(산업용 장비)와 한화비전(보안 솔루션)이 신설 사업 지주사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가칭) 하에 새 둥지를 튼다. 그동안 방산, 항공 우주 등 간판 사업에 가려 상대적으로 조명 받지 못했지만, 앞으로는 새로운 지주사의 지원 사격 아래 성장 동력 육성에 집중할 방침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5일 기업 설명회를 열어 인적 분할을 공식 발표했다.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를 약 9 대 1의 비율로 분할하고, 한화정밀기계와 한화비전은 신설 법인의 100% 자회사로 귀속되는 형태다.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는 재상장을 완료하고 한화비전을 흡수 합병한다는 계획이다.


한화정밀기계와 한화비전의 경우 방산과는 산업 환경, 제도가 상이한데도 한 회사에 묶여 있어 그동안 경영상의 의사 판단이나 재원 할당이 비효율적이었다는 전언이다. 이들 회사의 사업 전문성과 경영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도 분할은 필요하다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설명했다.


이날 한상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IR팀 전무는 인적 분할의 기대 효과에 대해 "한화비전의 견조한 현금 흐름을 토대로 한화정밀기계의 차세대 반도체 장비로의 영역 확장이 실현되면, 그간 방산 사업에 가려져 있던 한화정밀기계와 한화비전의 기업 가치가 온전히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정밀기계는 반도체 장비를 신성장 동력으로 낙점,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월 ㈜한화 모멘텀 부문(한화모멘텀)의 반도체 전공정 장비 사업을 인수하면서 전공정 및 후공정 장비 사업을 모두 아우르게 됐다. 이 중 반도체 전공정 장비 사업은 ALD(Atomic Layer Deposition) 장비 납품을 통해 시장 입지를 확보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ALD란 원자 단위로 박막을 증착하는 방식이다.


반도체 후공정 장비 사업 경우 인공 지능(AI) 반도체 시장의 성장으로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가 늘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HBM용 신공정 장비인 '하이브리드 본더'를 개발해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설명이다. QY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웨이퍼 하이브리드 본딩 장비 시장은 올해 9억4100만달러(약 1조2800억원)에서 2030년 15억4370만달러(약 2조900억원) 규모로 연 평균 8.5% 성장할 전망이다.


한상윤 전무는 "반도체 장비의 매출액 비중은 아직 낮으나, 투자를 집중하면서 향후 매출도 현 수준 대비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화정밀기계의 매출액에서 반도체 장비는 10% 정도를 차지한다. 현재 표면 실장 기술(SMT) 등 산업용 장비와 공작 기계에서 발생하는 매출액이 90% 수준이다. 이 중에서도 공작 기계가 20~30%, SMT 장비가 나머지를 견인하고 있다.


다만 한 전무는 "이제 연구 개발(R&D) 투자 단계이므로 차세대 반도체 출시에 맞춰 (하이브리드 본더 등을) 양산할 시점까지는 아무래도 투자가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투자금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한화정밀기계의 반도체 장비 투자가 오는 2027년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정밀기계는 투자를 뒷받침하기 위해 자금 조달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금성 자산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662억원, 이익 잉여금은 82억원에 불과하다. 최근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정밀기계의 반도체 공정 사업 확대를 지원하기 위해 1700억원 규모의 유상 증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이에 한화그룹은 한화정밀기계 상장을 타진하기보다는 일단 한화비전을 캐시 카우로 활용할 방침이다. 한 전무는 "(한화정밀기계와 한화비전은 인적 분할 이후에도) 연결된 회사로서 재원 등 공유하는 부분이 있을 테고, 투자도 연결된 회사 차원에서 감당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화비전의 경우 작년 매출액이 약 5%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5% 감소한 등 주춤하기는 했지만, 2년 연속 연간 매출 1조원 이상을 달성했다는 점에서 견실한 실적이라는 평이다. 곳간 상황도 한화비전보다는 나은 편이다.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879억원, 이익 잉여금은 1991억원이다.


한 전무는 "한화비전은 2023년 4분기에 영업이익률이 조금 하락했고 매출액도 줄어들었는데, 많은 재고를 떨어내면서 나타난 일시적 현상"이라며 "올해 1분기에는 수익성이 지난해 1~3분기 수준으로 회복됐기 때문에 앞으로도 견조한 영업 현금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화비전은 차세대 사이버보안, 인공지능(AI), 클라우드 기술을 포함한 솔루션 확장에 투자를 지속하며 글로벌 시장을 확대 중이다. 특히 북미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한화비전 폐쇄 회로 TV(CCTV)에 해당 지역의 선호도는 2019년 10%에서 지난해 상반기 16% 수준까지 올랐다. 게다가 글로벌 보안 시장(카메라·소프트웨어·백엔드) 규모가 지난해 149억달러에서 2027년 216억달러로 연 평균 10% 이상의 성장률이 전망되는 상황이다.


한 전무는 "한화비전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2021년에 4위였다가 2022년 3위로 올라왔는데 지난해 경우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3위는 유지했을 것"이라며 "올해 1분기부터 (매출액을) 회복되면서 미국 시장에서의 성장세와 점유율은 최소한 유지는 하고, 그 이상으로 성장도 노려볼 수 있다"고 했다.


이밖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잇따른 사업 구조 재편에 한화오션 지분 변동 가능성을 묻는 질문도 나왔지만, 한 전무는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제공=한화그룹)

한편 인적 분할인 만큼 한화정밀기계와 한화비전에 대한 ㈜한화의 지배력(지분율 33.95%)은 이전과 같다. 다만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 출범을 비롯해 지난 3일 결정한 스몰딜(Small Deal)로 한화모멘텀의 배터리 장비 사업이 물적 분할 되면서 배당금과 상표 사용권 수입이 늘 전망이다. 이는 곧 지배 주주의 배당 수익 확대로 연결된다. ㈜한화는 자회사로부터 수취하는 브랜드 로열티와 배당 수익의 30~50%를 배당금으로 지급해 왔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개편으로 ㈜한화는 자회사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력을 강화하는 한편, 자회사 가치 극대화를 통해 더 많은 브랜드 로열티와 배당 수익을 수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회사 매출액 증가가 예측되는 가운데, 2024년 사업연도 현금 배당 총액은 전년 대비 53.8% 확대된 1134억여 원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한화의 최대 주주는 김승연 회장(지분율 18.84%)이며, 김동관 부회장도 지분 4.64%를 보유해 2대 주주로 자리하고 있다. 2023년 사업연도 배당금으로 김승연 회장은 139억여 원, 김동관 부회장은 35억여 원을 수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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