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KT 수장뽑기
물러나는 윤경림...임헌문·박윤영·신수정에게 기회?
기존 심사 대상자 중 1인 선발 가능성 제기
이사진 물갈이로 대표 선임 절차도 원점 유력
이 기사는 2023년 03월 27일 08시 1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임헌문(왼쪽부터) 전 KT 매스총괄(사장), 박윤영 전 KT기업부문장(사장), 신수정 현 KT엔터프라이즈부문장(부사장).


[딜사이트 최지웅 기자] KT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결정된 윤경림 사장이 사퇴를 결심하면서 임헌문·박윤영·신수정 등 또다른 후보자들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윤 사장을 대신해 차기 CEO 후보로 추천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KT 이사회는 지난달 28일 윤 사장을 포함해 임헌문 전 KT 매스총괄(사장), 박윤영 전 KT기업부문장(사장), 신수정 현 KT엔터프라이즈부문장(부사장) 등 4명을 대표이사 후보 심사대상자로 결정했다. 이중 윤 사장이 최후의 1인으로 낙점되면서 차기 CEO에 가까워지는 듯했다. 


하지만 여권 등 정치권에서 전방위 사퇴 압박을 가하면서 윤 사장은 결국 백기 투항하는 모양새다. 그는 지난 22일 KT 이사회 조찬 간담회에서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 같다"며 후보직 사퇴 의사를 전달했고 27일 이를 공식화했다.


윤 사장 사퇴로 KT는 또 다시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미 세 번이나 대표이사 후보 선정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3개월이 넘는 시간만 낭비했다. KT 안팎으로 차기 대표이사 선임에 대한 피로감이 극에 달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 CEO 후보 임헌문·박윤영·신수정에 쏠리는 눈 


일각에서는 이사회가 이 같은 피로감을 덜기 위해 기존 심사 대상자 중 윤 사장을 제외한 1명을 CEO 후보로 다시 선발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 3인은 외부 전문가 5인으로 구성된 인선자문단의 객관적인 검증 절차를 통과했다는 점에서 합리적인 후보군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임헌문 전 사장은 1960년생으로 통신 영업과 마케팅 전문가로 꼽힌다. 2000년 KT 입사 후 주로 유·무선 영업과 마케팅 부서에서 근무했다. 2013년 KT를 떠나 충남대학교에서 경영학부 교수를 맡기도 했지만 황창규 회장 시절 복귀해 매스총괄사장에 올랐다. 임 전 사장은 지난 2019년 구현모 대표와 KT 대표이사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박 전 사장은 1962년생으로 KT 연구직 출신이다. KT에서 통신과 B2B 사업을 총괄하며 비통신 영역 확장에 힘을 쏟았다. 임 전 사장과 마찬가지로 2019년 KT 대표 경선에 참여해 최종 9인의 후보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구 대표 취임 이후 2021년 사장으로 승진했으나 같은 해 임원인사에 밀려 회사를 떠났다. 


신수정 전 부사장은 박 전 사장이 떠난 자리를 채웠던 인물이다. 그는 1965년생으로 지난 2014년 KT에 몸담기 전 삼성DS, SK C&C, SK인포섹(현 SK쉴더스) 등을 거치며 IT 전문가로 명성을 쌓았다.


◆ 여전한 외풍 가능성 


문제는 이들 3인이 모두 KT 출신이라는 점이다. '그들만의 리그'라고 공격하는 여권의 반발에 또다시 홍역을 치를 수 있다. 다만 이전처럼 정치권의 노골적인 인사 개입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KT를 향한 관치가 도를 넘어섰다는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어서다. 


실제로 KT 안팎으로 정치권의 부적절한 인사 개입에 대한 반감이 거세지고 있다. KT 새노조 관계자는 "정치권의 노골적이고 대담한 관치는 대놓고 인사에 개입하겠다는 선언"이라며 "KT를 흔드는 정치권과 국민연금을 향한 주주와 임직원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소액주주들도 외풍으로부터 주주가치 훼손을 막겠다며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KT 이사회에 대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야권에서도 KT에 대한 관치가 계속되고 있다며 질타를 쏟아내고 있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24일 국회 논평을 통해 "정부와 여당이 조리돌림으로 윤경림 후보자를 쫓아낸 것"이라며 "검찰 수사가 예고되는 등 정부·여당의 전방위적인 외압 속에서 윤 후보자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말로는 자유와 시장을 지켜야 한다면서 실상은 민간기업 대표까지 제 식구로 채우려고 광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이사회 새판짜기 새로운 변수


반대로 이들 3인이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추천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세 번이나 대표이사 선임에 실패한 KT 이사회에 쇄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게 일고 있어서다. KT 새노조 관계자는 "이사회의 3번에 걸친 후보 선출 실패는 흠결이 이미 드러난 이들을 무리하게 뽑은 데서 비롯됐다"며 "이는 결코 실수일 수 없으며 이사회에 준엄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사회 구성도 윤 사장의 계획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것으로 점쳐진다. 현재 KT 이사회는 사내이사 2명(구현모·윤경림), 사외이사 6명(김대유·유희열·김용헌·강충구·여은정·표현명)으로 구성돼 있다. 연임을 포기한 구 대표는 오는 31일 주주총회를 끝으로 대표이사와 사내이사 자리에서 모두 물러난다. 8명으로 구성됐던 사외이사는 이강철·벤자민 홍 사외이사가 일신상의 사유로 사퇴하면서 빈자리가 늘었다. 


이사회는 이번 주총에서 윤 사장의 대표이사 선임 건과 사내이사 2인, 사외이사 3인을 선임하는 건을 각각 의결해 차기 경영진을 꾸릴 예정이다. 사내이사에는 서창석 네트워크부문장과 송경민 KT SAT 대표가 내정됐다. 사외이사에는 주총일에 임기 만료되는 강충구·여은정·표현명 3명이 재선임에 도전한다. 


그러나 윤 사장의 사퇴가 결정되면 새롭게 사내이사에 오르는 후보자들도 자격을 잃게 된다. KT의 정관 제25조에 따르면 대표이사 후보가 주총에서 선임되지 못할 경우 그가 추천한 사내이사 후보 자격은 무효로 규정하기 때문이다. 김대유·유희열·김용헌 사외이사 3명을 제외한 이사진 전체가 물갈이되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이 경우 KT 대표이사 선임 절차는 원점으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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