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관 부회장이 그리는 지상 방산사업은
지상 방산 종합연구소, 사업본부 산하로 편입…업계, 경쟁력 후퇴 우려
이 기사는 2023년 12월 26일 18시 3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9A1 자주포 (제공=한화그룹)


[딜사이트 박민규 기자] 한화디펜스의 연구개발(R&D) 컨트롤타워였던 종합연구소가 사실상 없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11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합병 후 단행된 조직개편에서 독립기관이던 종합연구소가 사업본부 산하 연구센터로 격하된 것.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올해 한화오션에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을 걸 고려하면 'K-방산' 흥행을 이끈 지상 방산사업은 홀대하고 있단 반응이 업계서 나오고 있다.


26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일각의 주장과 달리 한화디펜스 종합연구소를 여전히 운영 중"이라며 "조직개편으로 명칭 등이 바뀌었을 뿐, 자사의 산하 연구기관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의 말대로 종합연구소의 기능은 유지되고 있다. 다만 경기 성남과 경남 창원에 위치했던 종합연구소 2곳은 ▲기동연구센터 ▲발사연구센터 ▲수상연구센터 ▲화력연구센터 ▲IPS(통합체계지원)연구센터로 쪼개져 사업본부 산하로 편입됐다. ㈜한화 방산부문도 마찬가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흡수합병 된 이후 한화디펜스와 같이 ㈜한화 방산부문 종합연구소 역시 판교R&D센터 산하로 편입돼 레이저사업센터로 명칭이 변경됐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독립기관이었던 종합연구소를 사업본부 산하로 배치했다는 것은 하나의 사업부가 된 것을 의미한다"며 "사실상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는 지상 방산 R&D 총괄조직이 사라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구원 입장에선 독립적으로 있는 것과 사업본부 산하에 존재하는 건 상당한 차이"라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일부 연구원 사이에선 R&D가 아닌 영업부서에서 필요한 자료를 만드는 조직으로 전락했단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자회사 중 독립 R&D 조직이 사라진 곳은 한화디펜스와 ㈜한화 방산부문 뿐이다.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및 위성 사업을 전개 중인 한화시스템의 경우 오히려 3곳이 늘어났고, 한화 우주 사업 협의체인 스페이스허브의 연구 기지도 신설됐다.


다른 방산 기업들과 비교해도 이례적이다. 기아와 현대위아의 모회사인 현대자동차그룹은 화성에 있는 남양연구소가 종합연구소 역할을 수행 중이며, 현대로템은 의왕에 독자 연구기관을 보유 중이다. 아울러 HD현대그룹 경우 R&D 인력 유인을 위해 울산 종합연구소를 성남에 이전해 '글로벌 R&D 센터'로 확대했다.


앞선 업계 관계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경우 안 그래도 지방에 종합연구소가 있어 R&D 인력 확보에 제한이 있는 상황이었는데, 심지어 이것조차 없앴다"며 "무인 체계 등 미래 기술을 개발하는 데 있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현 구조는 단기간 내 사업화가 가능한지 따지는 영업 부서와 다를 바 없다"고 꼬집었다.


업계에서 이러한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는 지상 방산사업이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영업이익만 봐도 3분기까지 지상 방산사업에서 전체의 51.4%에 해당하는 536억원이 창출됐다. 아울러 해당 사업의 수주 잔고는 9월 말 기준 20조원을 넘어섰고, 이후 K9 및 천무 폴란드 2차 계약, 레드백 호주 수출 등도 성사되는 등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경쟁력 유지를 위해 R&D 투자를 늘려야 하는 시점인데 반대 상황을 연출하니 업계에서 기우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난 5월과 9월, 한화오션 유상증자에 참여해 올해만 1조5000억원 가량의 투자를 단행했단 점이다. 이로 인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재무 부담이 상당히 커진 상태다. 작년 말 3123억원에 불과했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순차입금은 지난 5월 한화오션 지분 인수와 미국 Hanwha Futureproof 지분 투자 등으로 인해  연이은 대규모 출혈로 9월 말 기준 2조4015억원으로 불어났다. 이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부채비율 역시 같은 기간 286.3%에서 309.7%로 23.4%포인트나 상승했다. 아울러 차입금의존도 역시 이 기간 17.7%에서 49.8%로 32.2%포인트나 올랐다.


이렇다 보니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내부에서는 김동관 부회장이 우주 사업, 본진인 한화솔루션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한화오션에만 집중하고 지상 방산에는 관심이 없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는 게 업계 일각의 전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김동관 부회장이 K9과 레드백 등 지상 방산 제품들에 대해 논의하는 국제행사는 물론, 조 단위 수출 계약을 맺는 자리에도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다"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된 K9 등의 미래를 위해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다지만, 주요 국가들이 재래식 무기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지상 방산사업) 경쟁력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 경쟁력 유지를 위해 많은 투자와 연구가 꾸준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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