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사이클 시동
낸드플래시 "지금이 가장 쌀 때"
D램 낸드 회복으로 업황 반등 기대, 하반기 IT 수요 회복이 관건
이 기사는 2024년 04월 02일 18시 0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메모리반도체 시장 성장률 추이. (출처=한국기업평가)


[딜사이트 김민기 기자] "지난해 낸드플래시 가격이 바닥을 쳤고 고강도 감산이 이어지면서 지금 안 사면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분위기 때문에 세트 업체들이 미리 확보하려고 사들이는 것 같습니다."(반도체 업계 관계자)


예상치 못한 낸드플래시 가격 상승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세가 예상보다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도체 제조사들이 고대역폭메모리(HBM) 투자와 부족한 현금 흐름으로 케팩스(CAPAX) 투자가 어려워 출하량이 줄면 가격 상승세도 커질 것으로 보여 본격적인 반도체 업사이클에 들어설 것이라는 기대감도 감돌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지난해 감산 효과와 낮은 가격으로 인한 수요 반등이 주된 이유고, 본격적인 반등을 위해서는 인공지능(AI) 수요 이외에 일반 서버, PC, 모바일 등 범용 IT 제품 수요가 뒷받침 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낸드 가격은 전 분기 대비 23~28% 상승했다. 이는 지난 1월 전망치(15~20%)보다 오른 수치다. 3월에는 통상 분기 마지막 달이라 계약 주기 등으로 인해 가격 인상이 주춤했지만 2분기에도 낸드 고정 거래 가격은 13~18% 정도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올 초까지만 하더라도 낸드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실적 반등을 막는 걸림돌이었다. D램은 지난해 10월부터 회복세를 보였지만 낸드 부진은 길어지면서 "팔수록 적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수익성이 악화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지난해 낸드 부문 적자는 21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올해 2분기는 돼야 낸드 가격이 조금씩 회복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짙었다. 


하지만 올 초 갑작스레 낸드 가격이 크게 상승한 것은 AI와 클라우드 컴퓨팅 등에 쓰이는 고성능·고사양 제품인 232단 낸드 수요가 늘어나고,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반등했기 때문이다. 온디바이스AI 등 고성능 기기에 들어갈 고용량 낸드의 필요성이 높아지며 회복세가 당초 예상보다 더 빨라졌다. 서버 수요 역시 AI투자가 늘면서 일부 낙수효과로 인해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도 늘면서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섰다.


무엇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중국 시안 공장 팹 가동률을 20~30%까지 떨어뜨릴 정도로 초강도 감산을 진행하면서 낸드 가격이 많이 빠진 것이 주효했다. D램보다 낸드 시장이 훨씬 더 안 좋으면서 가격이 많이 하락했고 강력한 감산으로 재고가 줄어들면서 가격이 오를 것을 대비해 세트업체들의 구매가 늘어난 것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온디바이스AI 제품이 나오면서 세트업체들이 낸드 용량을 좀 더 높이려는 수요가 생겼다"며 "여기에 낸드 가격이 워낙 낮은 상황이라 지금 많이 사두자는 분위기도 나오면서 가격 상승도 동반됐다"고 말했다.


D램에 이어 낸드까지 가격 상승이 이어지면서 반도체 업사이클이 본격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일각서 나오고 있다. 한국기업평가(한기평)는 지난 28일 진행된 KR 크레딧 세미나에서 2023년 하반기 이후 다운 사이클은 일단락 됐고 업황 회복 초입기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한기평은 2012년부터 반도체 사이클이 8~9개 분기 상승과 4~5개 분기 하락을 반복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22년 2분기부터 2023년 3분기까지 5개 분기 하락이 끝나고 지난해 4분기부터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메모리 반도체 업체의 강도높은 감산 정책으로 인해 D램은 재고 정상화가 이뤄졌고 낸드 역시 올해 안으로 재고가 줄어들 전망이다. 트랜스포스에 따르면 1분기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램 재고주수는 각각 9주와 7주로 축소됐다.


다만 본격적인 업사이클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IT 수요 증가와 업체별 캐팩스 투자규모 및 가동률 수준이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글로벌 AI 투자 규모는 올해 2360억달러로 증가해 30%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AI서버와 일반 서버 수요는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도 11억9000만대로 2.5%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PC출하량은 2억6000만대로 전년 대비 3.4% 증가할 전망이다. IT수요가 경기 민감도가 높은 만큼 하반기에도 주요국 경기동향과 지정학적 이슈 등 변수는 존재한다. 


신석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온디바이스 AI가 적용되는 스마트폰 출시와 프리미엄 스마트폰 판매 증가는 성장 모멘텀이 묘연했던 스마트폰향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핵심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올해는 AI중심으로 전반적인 수요는 완연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D램과 낸드의 경우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인해 가동률이 빠르게 회복되면서 양산 경쟁이 벌어질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지난해 대규모 적자로 인해 낸드 업체들의 현금 여력이 부족해 신규 투자 여력이 없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자비용 증가와 HBM 투자로 인해 재무적으로도 빠듯해 낸드 치킨 게임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만 해도 차입금이 크게 늘어나면서 부채총액이 전년보다 21.5% 증가한 38조4310억원에 달한다. 이자 비용만 1조1510억원으로 전년 3530억원에 비해 226.2% 증가해 30대 기업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삼성전자 역시 부채 총액이 72조700억원으로 42.2% 늘었다. 이자비용은 5960억원으로 105.4% 늘었다.


송종휴 한기평 기업3실장은 "전방 수요 회복, 점유율 경쟁 등에 따른 조기 생산 정상화가 가능하다"며 "업계 전반의 설비투자 규모와 가동률 수준이 업황 개선 기간을 좌우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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