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카, 절묘한 흑자 타이밍
공모가 낮춰 상장 강행…조달 자금으로 미래투자 가능
이 기사는 2023년 02월 16일 17시 0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박재욱 쏘카 대표이사. (사진=쏘카)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유니콘 특례상장 1호 기업인 쏘카가 첫 영업흑자를 달성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기업공개(IPO) 당시 흥행실패로 공모자금 유입이 40%나 줄었던 상황에서 적자까지 봤다면 사업 확장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었던 까닭이다.


국내 카셰어링 선발주자인 쏘카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976억원, 94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매출은 37.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흑자전환 했다. 카셰어링 업체가 흑자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1년 10월 자본금 3억원으로 설립된 쏘카는 공유경제 트렌드와 맞물려 연평균 38%의 외형 성장을 그려왔다. 2013년 147억원 수준이던 매출을 30배 규모로 키우는데 걸린 시간은 10년이 채 안 된다. 다만 렌터카를 매입하고 주차장을 임대하는 초기 투자비 부담이 높았던 탓에 내실을 다지기 쉽지 않았다.


잠재 성장성을 인정받은 쏘카는 2020년 국내 12번째 유니콘(기업가치가 1조원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으로 등극했다. 특히 쏘카는 이 시기 사모펀드로부터 600억원을 투자받으며 2023년까지 상장을 완료하겠다고 약속했고, 2021년 말부터 본격적인 상장 절차에 착수했다.


쏘카의 상장 추진에 대한 시장의 초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유니콘 특례상장 제도를 활용했기 때문에 진입장벽도 높지 않았다. 실제 쏘카는 상장 예비심사(예심) 신청서를 제출한지 3개월 만인 지난 4월 예심을 통과했다. 2분기엔 처음으로 분기 흑자를 달성했는데, 수익 기반을 갖췄다는 점은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미국발 긴축정책에 증시 침체 분위기가 이어졌고, 공모주 시장 인기도 냉랭해졌다.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오일빙크, SK쉴더스 등 상장을 추진하던 굵직한 대어들은 줄줄이 상장을 철회했다. 쏘카 역시 코스피 시장 하락세를 인지했음에도 상장 작업을 멈추지 않았다. 최초 공모주식 총수는 455만주, 주당 공모 희망가 범위는 3만4000원~4만5000원이었다. 공모 예정 금액은 1547억~2048억원 규모였으며 시가총액으로 1조5944억원을 제시했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경쟁률은 56.07대 1에 그치며 흥행 참패를 겪었다. 


일각에선 기업가치가 과소평가된 만큼 코스피 진입 시점을 다시 조율해야 한다는 반응이 나왔다. 하지만 쏘카는 오히려 공모가를 대폭 낮추며 상장 작업을 이어갔다. 중장기 성장을 위한 투자를 단행하려면 충분한 유동성을 갖춰야 하고, 이를 위해 상장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공모가는 2만8000원으로 다시 책정됐고, 공모 물량도 기존보다 20% 줄어든 364만주가 됐다.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9666억원으로 낮아졌다. 쏘카가 최종적으로 조달한 자금은 1019억원에 그쳤다.


쏘카가 지난해 흑자로 돌아서면서 사측 부담은 다소 완화된 모습이다. 안 그래도 몸값을 제대로 받지 못해 유입 자금이 축소됐는데, 적자까지 낼 경우 미래 투자 기회가 줄어드는 까닭이다. 지난해 말 기준 쏘카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1410억원으로 나타났다. 상장 이전인 2021년 말 695억원보다 103%(715억원) 증가한 숫자다.


쏘카는 조달 현금 가운데 60%를 인수합병(M&A)에, 40%를 신사업·신기술 확보에 쓸 예정이다. KTX와 숙박, 액티비티와 연계한 서비스를 제공해 차세대 모빌리티 플랫폼을 선보일 계획이다. 또 차량 관제 시스템(FMS)을 서비스화해 신규 수익원을 확보하는 한편 FMS를 물류, 항공, 기타 운송 기업 등에 제공하는 B2B 사업에도 진출한다.


쏘카 관계자는 "카셰어링 수익기반 구조를 추가 개선하고 간접비를 통제해 영업이익률을 증대할 것"이라며 "또 카셰어링 이용 전후의 다양한 결합 상품을 판매하고, 모빌리티 테크 기술을 상품화해 추가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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