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우리금융 곳간은 화수분인가
M&A 큰 손 몸집 불리기…CEO 업적쌓기용 경계해야
이 기사는 2023년 11월 08일 08시 2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이진철 부국장] 중국 진시황이 만리장성을 쌓을 때 황하수(黃河水)를 길어다 물동이를 채웠는데 그 크기가 얼마나 컸던 지 한번 채우면 아무리 써도 없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황하수 물을 채운 동이라는 뜻의 '하수분'은 나중에 그 안에 온갖 물건을 넣어 두면 그 내용물이 줄어들지 않고 끝없이 나온다는 설화의 보물단지인 '화수분'이라는 말로 유래됐다.


요즘 금융증권업계 인수합병(M&A)시장에서 화수분을 갖고 있는 듯 단골로 등장하는 금융그룹이 있다. 증권사는 물론 보험사, 저축은행까지 매물이 나오기만 하면 인수 후보 1순위로 우리금융지주가 거론된다. 시장에서는 매번 이름이 거론되는 우리금융은 M&A시장에서 사모투자펀드(PE)나 벤처캐피털(VC) 같다는 우스개 소리까지 나온다.


우리금융이 M&A 시장에서 큰 손으로 언급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고금리로 자금조달에 애로를 겪고 있는 PE나 VC와 달리 우리금융은 은행이라는 든든한 곳간을 두고 있어서다. 하지만 은행계열 5대 금융지주 중에서 계열사 포트폴리오가 가장 취약한 곳이 우리금융이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 증시 호황으로 증권사들이 돈을 많이 벌던 때 증권계열사가 없는 우리금융은 다른 금융지주사가 역대최대 실적을 올리는 것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봐야 했다. 


물론 증시가 침체로 돌아서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와 펀드판매 부실로 일부 증권사들이 충당금을 쌓으며 호황 뒤의 실적 부진 부메랑이 돌아왔다. 하지만 올해 취임한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곧바로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기치로 내걸고 증권사 인수 의지를 공개적으로 피력했다. 우리금융이 과거 정부산하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우리투자증권을 NH농협금융지주에 매각한 것이 패착이었다는 지적도 있다. 당시 우리투자증권을 NH농협금융지주 품에 안긴 장본인이 바로 임종룡 회장이었다는 점에서 현재 우리금융의 증권사 M&A 인수 업적도 성사시킬 것으로 기대하는 시각도 많다.


실제로 우리금융은 올해 우리벤처파트너스(옛 다올인베스트먼트)를 인수해 완전자회사로 편입하는 성과를 이뤘다. 이 과정에서 주식 교환이 이뤄지면서 우리금융 주가에 끼친 영향은 관심 밖이다. 


우리금융은 최종 M&A 목적지는 증권사라고 말한다. 하지만 마땅한 증권사 M&A 매물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어쩌다 시장에서 매물 후보로 거론된 증권사는 매각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대주주의 매각 의사가 없는데도 소문이 도는 것이 오히려 회사에 혼란을 주고 있다며 우리금융에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고 불만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금융은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검토하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금융당국의 명령으로 원치않은 저축은행 계열사 매각 처지에 놓였던 상상인 측은 우리금융이라는 걸출한 인수후보가 나오자 행정소송 등 항변의 여지가 사라졌다. 우리금융이 저축은행을 인수하면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에 어떤 시너지가 날지 갸우뚱하지만 M&A시장에서는 PE나 VC에 견주어도 손색없는 큰 손의 존재감을 다시한번 드러내고 있다.   


이쯤되면 거대한 식욕을 자랑하는 우리금융의 M&A 곳간이 어느 정도 규모인지 궁금하다. 곳간의 뒷배는 물론 우리은행이다. 은행업은 외환위기 이후 공고한 과점체제를 유지하며 지속 성장했다. 최근 대통령까지 나서 은행들이 혁신없이 손쉽게 '이자 장사'로 번 막대한 이익으로 임직원 배불리기에만 나선다고 지적할 정도다. 


고금리 환경에서 취약계층에 대한 상생금융 요구가 높아지는 분위기와 맞물려 금융지주사들도 몸집 불리기 경쟁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하나금융은 최근 검토하던 보험사 인수를 포기했다. 높은 인수가격에 '승자의 저주'를 우려한 이사회에서 제동을 건 것이 결정적이었다. 신한금융도 진옥동 회장이 계열사 확장보다는 내실 경영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의 곳간이 화수분마냥 이자 장사로 번 돈으로 몸집 불리기에만 매달리는 것이 아닌 지 따져봐야 한다. 혁신 경쟁력보다는 최고경영자(CEO)의 업적 쌓기용이라면 더욱 큰 문제다. 견제받지 않은 권력은 나중에 문제가 터질 가능성이 크다. 우리금융의 진정한 민영화 마무리는 과점주주들의 경영 감시와 내부통제가 제대로 이뤄질 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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