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증권사 CEO
난제 산적한 키움증권, '구원투수' 엄주성 역할은
미수금 4분기 실적 반영 시 컨센서스 상 순손실 1565억…최우선 과제 '신뢰회복'
이 기사는 2023년 12월 20일 17시 4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키움증권 본사 사옥 전경. (사진 제공=키움증권)


[딜사이트 이소영 기자] 올해 키움증권의 연이은 사고로 인해 리스크 관리 부실 논란이 커지면서 결국 수장이 교체됐다. 올해 발생한 '라덕연 사건', '주가조작 연루 의혹' 등의 책임을 지고 임기가 2년가량 남은 황현순 전 대표가 자진 사임하면서다. 신임 대표 자리엔 엄주성 키움증권 전략기획본부장이 낙점됐다. 


엄주성 대표의 어깨는 무겁다. 황 전 대표가 부임했을 당시 리스크 관리와 내부 통제에 애를 먹었던 만큼 해당 부문의 역량을 강화 해야할 뿐 아니라 '국내 리테일 점유율 1위' 타이틀을 유지하기 위해 추락한 투자자 신뢰 회복에도 힘을 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연이어 발생한 악재로 중단된 초대형 IB 인가를 앞당기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임기 약 2년 남은 황현순 전 키움 대표, 1년 11개월 만에 '자진 사임' 

황현순 전 키움증권 대표 (사진제공=키움증권)

2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취임한 황현순 전 키움증권 대표는 올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임기가 3년 더 연장됐으나, 지난달 9일 자진 사임 의사를 표명했고 같은 달 28일 이사회는 이를 받아들였다. 황 전 대표가 임기가  채우기도 전에 사임 결정을 내린 건 올해 키움증권의 연이은 악재에 도의적 책임을 통감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키움 증권은 올해 불명예스러운 사건 사고들이 반복되며 몸살을 앓은 바 있다. 지난 4월 '라덕연 사태'를 시작으로 잇따라 주가조작 사건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키움 증권은 지난 4월 차액결제거래(CFD)를 악용한 라덕연 일당의 '주가조작사건'에 연루돼 홍역을 치렀다. 당시 사태는 대성홀딩스·서울가스·선광·삼천리·세방·다우데이타·하림지주·다올투자증권 등 8개 종목이 일제히 하한가를 맞으면서 촉발됐다.


라덕연 사태는 라덕연 호안투자컨설팅 대표 일당이 수년간 차액결제거래(CFD)를 악용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는 시세 조종 행위를 해오다, 당국이 수사에 들어가자 일부 물량이 시장에 대거 쏟아지면서 발생했다. 당시 하한가 사태 직전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은 다우데이터 주식을 대거 매도했다가 논란에 휩싸여 회장직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이어 키움증권은 지난 10월에도 곤욕을 겪었다. 영풍제지의 하한가로 인해 고객 위탁 계좌에서 4943억원의 미수금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키움증권은 공시를 통해 "고객 위탁계좌에서 약 4943억원의 미수금이 발생했지만 반대매매를 통해 전량 회수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여전히 4333억원에 달하는 미수금이 남아있는 상태다.


미수금은 미수거래(증거금을 내고 주식을 매수)에서 받지 못한 돈이다. 고객이 2 거래일 뒤인 결제 일까지 주식을 매수한 돈을 갚지 않으면 증권사는 반대 매매(해당 고객 계좌에 있는 주식을 임의로 파는 것)를 통해 손실을 방지한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키움증권의 미수금 회수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이미 회사 측에선 충당금을 설정해 둔 상황"이라며 "미수금 회수 여부보다 예방책 마련 및 이행 여부를 더욱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흔들리는 키움증권 '구원투수' 등판

엄주성 키움증권 신임 대표 (사진제공=키움증권)

키움증권은 이런 위기를 타개할 구원투수로 최근 엄주성 전략기획본부장 부사장을 새로운 대표로 내정했다. 오는 1월 임시주총서 엄 신임 대표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면, 본격적인 임기가 시작된다.


새 수장으로 엄 대표가 선정된 건 리스크 관리 강화와 수익성 향상을 모두 달성할 수 있는 준비된 인재란 시각 덕분이었다. 키움증권 측에선 당장 불안정한 사내 분위기를 다잡으며 올해 연달아 있었던 악재 재발을 막을 수 있는 맞춤형 인재가 필요했는데, 엄 신임 대표가 자금관리 경험이 있어 키움증권의 강점과 약점을 모두 파악하고 있는 전략 통인 데다, 인사 업무를 담당한 적도 있어 조직 개편과 리스크 관리 강화를 모두 이뤄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엄 대표는 옛 대우증권 출신으로, 지난 2007년 자기자본투자(PI) 팀장으로 키움증권에 합류한 뒤 키움증권 PI본부의 성장을 주도한 인물이다. 당시 대체투자 등에서 성과를 내면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어 투자운용본부장 등을 거쳐 지난 2022년부터 전략기획본부장을 역임했다.


업계는 엄 대표가 투자운용과 전략기획에서 입지를 다져온 점을 주목하고 있다. 일련의 사태로 키움증권 이미지가 크게 타격을 받으면서 고객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한 방향성을 다시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전략 수립의 전문가로 통하면서 리스크 관리 총괄 임무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리스크관리·투자자 신뢰 회복·실적 반등 과제 '산적'


엄 대표는 가장 먼저 리스크 부실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리스크관리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후속 조치에 나섰다. 엄 대표는 이 TF를 통해 사내 전반 시스템을 검토하고 개선안 도출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TF는 리스크 관리 강화와 신용 관리 강화 등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엄 대표는 내부 리스크 관리 조직의 인력 확충 또한 고려하고 있다. 


조직 강화 외에도 엄 대표는 최근 여러 리스크 발생으로 낮아진 고객들의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 일련의 사태로 키움증권 이미지가 크게 실추되면서 고객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한 방향성을 재정립해야 하기 때문이다. 키움증권이 개인투자자 점유율이 높은 리테일 강자로서 투자자들에게 잃은 신뢰를 되찾는 건 중요한 문제다. 키움증권 역시 이 점을 인지하고 여러 방안을 구상 중이나,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는 설명이다. 이미지 제고를 위해 사회공헌 확대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내년 실적 회복도 엄 대표의 과제다. 키움증권은 올해 1~3분기 별도기준 순이익 5656억원을 기록하면서 증권사 실적 1위에 올랐지만, 4000억원 이상의 미수금을 4분기에 손실처리하게 되면 컨센서스 상(대신·유안타·삼성 증권에서 발표한 실적 추정치 평균) 순손실 1565억원으로 적자전환하게 된다. 


엄 대표가 향후 리스크관리 및 투자자 신뢰 회복을 토대로 초대형 IB 인가도 다시 추진할 수 있을지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키움증권은 자기자본을 4조원 웃돌아 올해 초대형 IB 인가에 나설 것으로 관측됐지만, 올해 연이은 이슈로 인해 전면 중단된 상태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초대형 IB에 지정되기 위한 조건으로 별도 기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을 충족하는 것 외에도 최근 1년간 기관경고 조치도 받지 않아야 한다. 키움증권의 경우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로 인해 금융감독원이 증거금률 산정 적정성과 관련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어, 초대형 IB 도전은 요원해진 모습이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만 봐도 2017년 초대형 IB 인가를 신청했으나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제기되면서 인가에 차질을 빚은 바 있다. 2020년 공정위 조사가 마무리되고 이듬해가 돼서야 초대형 IB 인가를 받을 수 있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키움증권이 종합금융투자 사업자다 보니 초대형 IB로 지정돼 어음 발행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히고자 하는 욕구는 강할 테지만, 금감원이 키움증권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만큼 초대형 IB 인가는 한동안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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