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사태
예상 배상액 1.5조↑…시중銀, 분조위 갈듯
금융위 자율배상 압박…분쟁조정안에 은행권 난색
이 기사는 2024년 03월 13일 10시 3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4대 시중은행 본사 전경 (제공=각 사)


[딜사이트 이보라 기자] 금융당국이 발표한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분쟁조정안을 두고 은행권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 분쟁조정안에 따라 자율배상을 진행할 경우 은행권의 홍콩H지수 ELS 손실 배상액이 올해 상반기에만 최소 1조5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서다. 이 때문에 시중은행은 자율배상 대신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의 조정 절차를 거칠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홍콩H지수 ELS 손실사태 관련 분쟁조정안을 발표했다. 금감원은 은행권 기본 배상률을 23~50%로 제시했다. 여기에 개별 사례에 따라 투자자별 조정(45%)과 기타조정(10%)을 각각 가감하면 최종 배상비율은 0~100%까지 가능하다.


◆ 국민은행 1조, 신한은행 3000억 등 배상액 추산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의 배상안 기준 올해 상반기 은행권 배상액이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금감원은 홍콩H지수가 2월 말 기준 5678포인트를 유지하면 올해 총 손실액은 5조8000억원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은행권이 판매한 홍콩H지수 ELS 중 만기도래액 13조2000억원에서 손실액의 30~40%를 배상할 경우 배상금은 1조5200억~2조3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SK증권은 배상비율을 40%로 가정하면 올해 상반기 시중은행의 ELS 손실 배상액 합산액은 1조59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국민은행이 8800억원, 신한은행이 2500억원, 하나은행이 1400억원, 농협은행이 2700억원 수준을 배상해야 한다. 


NH투자증권은 투자 손실률 50%와 배상 비율 40%를 적용할 경우 올해 상반기 은행권이 1조4550억원 수준을 배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상반기 만기 도래액 기준 은행별 예상 배상액을 국민은행 1조원, 신한은행 3000억원, 하나은행 1500억원, 우리은행 50억원 수준으로 예상했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은행의 ELS 판매가 대부분 창구에서 이뤄짐을 감안하면 최소 30% 이상의 배상비율이 기본적으로 적용된다고 볼 수 있다"며 "고객별 가중·차감 항목 적용 수준에 따른 영향이 관건이지만 우리은행을 제외한 대형은행 중심으로 일정 수준의 부담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의 전반적인 투자상품 판매 위축, 자산관리 관련 순익 감소 등으로 이어질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향후 금융기관의 금융상품 판매가 좀 더 보수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며 "은행의 비이자 이익, 증권의 자산관리부문에 대한 성장 기대감이 낮아질 것"이라고 했다.


◆ 배임 이슈에 은행권 난색


배상안이 발표되자 판매사인 은행과 증권사의 희비가 엇갈렸다. 은행권에서는 불완전판매 요소인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를 위반해 모든 투자자에게 기본 배상비율(20~40%)을 적용해야 한다. 반면 증권사는 개별 사례에 따라 적용한다. 내부통제 부실에 따른 가중책임도 은행은 10%, 증권사에는 5%가 부과된다.


금감원은 증권사와 달리 은행이 의도적으로 손실위험을 낮췄다고 판단했다. ELS 상품을 신탁으로 판매하는 은행이 자체적으로 운용자산 설명서를 만들면서 손실위험을 집계한 기간을 20년에서 10년으로 줄였다. 2007~2008년 금융위기 기간을 제외해 손실률을 대폭 낮췄다는 것이다.


반면 증권사는 신탁을 통하지 않고 직접 판매해 손실위험기간을 20년으로 산정해 손실률이 높게 나타났다.


은행권은 이 같은 검사결과를 두고 난색을 보였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손실위험을 20년 주기로 집계해야 한다고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닌데 10년을 주기로 산정했다는 이유로 손실위험을 축소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비대면이 손쉽게 클릭만으로 페이지를 넘길 수 있는 만큼 대면보다 투자 설명이 더 잘 이뤄졌다고 생각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분쟁조정안을 토대로 은행들이 자율배상에 나설 것을 압박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2일 "금감원에서 나름대로 합리적인 기준을 만들어놓고 효율적으로 처리하자는 건데 왜 배임 문제가 나오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은행은 자율배상에 나서면 배임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판매사의 책임을 인정하게 돼 경영진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은행권은 자율배상보다는 분쟁조정위원회를 거쳐 배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분쟁조정안이 구체적이지 못한 탓에 은행권이 어느 정도 수용할지를 두고 조율하는 데 시일이 꽤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은 법무법인 김앤장과 화우와 함께 대응책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신한은행은 화우, 하나은행은 율촌·세종, 농협은행은 세종과 광장과 손을 잡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분쟁조정안이 발표되기는 했으나 모호한 부분이 많아 사실상 자율적으로 가이드라인을 만들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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