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A 이슈어' KT&G, 공모채 시장 데뷔
주주환원·신규투자 확대…'실질적 무차입구조'에도 차입 조달
이 기사는 2023년 09월 04일 16시 1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백승룡 기자] KT&G가 창사 이래 첫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 그간 담배사업을 통한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에 힘입어 실질적 무차입 구조를 유지했던 KT&G는 주주환원, 국내외 생산능력 확충을 위한 자본적지출(CAPEX) 등으로 자금 소요가 높아지면서 외부 차입 기조로 선회했다. 


'AAA'라는 최상위 신용등급을 확보한 KT&G가 SK텔레콤, KT 등과 함께 향후 회사채 시장의 주요 이슈어(issuer)로 자리매김할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실질적 무차입' KT&G, 회사채 시장 데뷔…외부 차입 본격화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T&G는 총 3000억원 규모의 공모채 발행을 위해 이달 5일 수요예측에 나선다. 트랜치는 2년물 1000억원, 3년물 2000억원으로 구성됐다. 주관업무는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이 공동으로 맡았다.


KT&G의 회사채 발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02년 교환사채(EB)를 발행한 이력이 있을 뿐이다. 보유한 현금성 자산이 총차입금을 조(兆) 단위 규모로 웃도는 등 실질적 무차입구조를 유지하고 있어 외부 차입의 니즈가 적었던 탓이다. 다만 주주환원 규모 확대되면서 '순차입금'(총차입금-현금성자산) 규모는 눈에 띄게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20년 말 마이너스(-)2조4000억원 수준이었던 KT&G의 순차입금은 올 상반기 말 -1조1000억원 수준으로 올라섰다.


(자료=한국기업평가)

올해 초 중장기 성장 전략을 발표하면서 자금 소요는 더욱 커진 상태다. KT&G는 지난 1월 '인베스터 데이(Investor Day)'에서 ▲글로벌 궐련담배 ▲NGP(전자담배 등 차세대제품) ▲건강기능식품 등 3대 핵심사업을 중심으로 오는 2027년까지 3조9000억원 규모의 설비투자(CAPEX)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신규 설비투자의 절반 이상인 2조1000억원 규모는 글로벌 생산거점 확보와 생산능력 확충을 위해 투자할 예정이다. 이번 3000억원 규모 조달자금도 카자흐스탄·인도네시아 등 신공장 건설을 위한 투자자금으로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회사채 시장 데뷔를 필두로 KT&G의 외부 차입은 당분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실질적 무차입구조의 재무안정성에는 유의미한 변동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박세영 나이스신용평가 실장은 "주주환원과 투자정책에 따른 자금소요 확대로 인해 KT&G의 총차입금 규모는 증가할 것"이라며 "현금성자산 규모를 고려하면 차입규모 증가에도 실질적 부담은 크지 않은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AAA 등급민평금리 4% 초반…KT&G '언더 발행' 땐 3% 후반대 금리도 가능할 듯


KT&G는 지난 7월 초 국내 신용평가사 3사에 기업신용등급(ICR)을 의뢰해 최상위 신용등급인 'AAA'(안정적) 등급을 받은 바 있다. KT&G의 회사채 발행 계획을 내비친 행보로 풀이됐다. 


실제로 두 달이 지나서 첫 발행을 추진한 KT&G는 회사채 신용등급으로 기업신용등급과 동일한 AAA(안정적) 등급을 받았다. 공기업·금융기관을 제외하면 국내 일반 기업 가운데 AAA 등급을 보유한 곳은 KT&G와 함께 SK텔레콤·KT뿐이다.


SK텔레콤과 KT는 공모채 시장에서 최상위 신용도를 앞세워 올해 각각 두 차례씩 조달에 성공하면서 6500억~7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한 바 있다. 올해 매 발행 때마다 조(兆) 단위 투자수요를 끌어모은 덕분이다. IB업계 관계자는 "KT&G는 첫 발행이다 보니 아직 시장과의 접점이 없어 전액 신규 수요창출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채권시장에서 선호하는 성숙기 산업에서의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유지하고 있어 SKT나 KT에 비해서도 수요가 크게 밀리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T&G는 이번 공모 희망금리밴드로 AAA등급의 민평평균금리 대비 ±30bp(1bp=0.01%포인트)를 가산해 제시했다. 이달 초 기준 AAA등급의 2년물과 3년물 금리가 4.1~4.2% 수준에서 형성돼 있어, KT&G가 '언더 발행'에 성공하게 되면 3% 후반대 금리도 가능할 전망이다. 3년물을 기준으로 보면 SK텔레콤은 지난 2월 3.646%, 3.716% 등 3% 중반의 금리로 공모자금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KT는 올 초 3.869%, 지난 7월 초 4.146% 등 4% 안팎에서 발행금리를 확정 지었다.


증권사 관계자는 "한때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도 AAA등급에 올랐지만 지금은 각각 AA+로 낮아진 상태"라며 "KT&G가 새롭게 AAA 회사채로 발행시장에 나오게 돼 기관투자가들의 관심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달 들어 포스코인터내셔널, 연합자산관리, SK실트론 등의 수요예측에서 잇따라 조 단위 매수주문이 나올 정도로 투심은 나쁘지 않다"며 "KT&G의 경우 투자수요를 걱정할 등급이 아니다 보니 금리 결정 수준이 시장의 관심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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