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미약품그룹 명성에 가려졌던 진실
열악한 재무상황 드러나…싸우더라도 회사 생채기 조심해야
이 기사는 2024년 03월 05일 08시 3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미약품 본사 전경(제공=한미약품)


[딜사이트 최광석 기자] '현금 및 현금성자산 1억3213만원'. 언뜻 보면 어느 이름 모를 중소기업 재무제표에 적힌 내용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제약사 한미약품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작년 3분기 말(별도기준) 현금 상황이다. 시가총액 2조8000억원이 넘는 기업이 가진 현금이 1억원에 불과하다는 점이 놀라울 뿐이다.   


반면 단기차입금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의 1364.9배에 달하는 1801억원이다. 올 3분기까지 갚아야할 돈이 1800억원이 넘지만 현금자산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회사의 지급능력이나 신용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인 유동비율도 24.9%에 불과하다. 이는 제약업계 내에서도 매우 낮은 편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회사 상황은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이 제기한 한미사이언스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재판에서 공론화됐다. 송영숙 회장측이 OCI홀딩스와의 통합을 통한 자금 조달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하며 언급한 내용이다. 사실 회사 재무상황 등을 담은 분기보고서는 작년 11월 공시됐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회사의 재무상황보다 얼마의 매출을 올렸는지에만 관심을 두면서 이러한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다. 한미약품그룹이라는 명성에 눈이 어두워 정확한 실체를 보지 못했다. 


가처분 심문과정에서 한미약품이 삼성바이오로직스, 효성, 솔브레인 등을 통합 대상으로 검토한 사실이 알려졌다. 그러다 결국 OCI홀딩스와 손을 잡고 통합을 결정했다.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이 1973년 회사를 창업한 후 50년간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며 국내 대표 제약사로 자리매김한 한미약품이 제약업을 주력사업으로 하지 않는 OCI홀딩스와의 통합을 결정하기까지는 무수한 고민과 갈등이 있었음이라 추측된다. 그럼에도 어려움에 처한 회사를 지속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송 회장이 나름의 결단을 내렸다는 업계 평가다. 


임종윤 사장의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외에 3월에 있을 정기주주총회 의안 상정과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 등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신청한 상태이다. 모자 간 경영권 다툼이 본격화된 셈이다. 그리고 앞으로 이뤄질 법정싸움에서 한미약품그룹 이름에 가려졌던 또 다른 진실이 알려질 전망이다.


법정싸움을 시작한 이상 상대에게 매너를 갖춘 공격과 방어가 이뤄질 가능성은 작다. 특히 가족 간 이뤄지는 법적분쟁은 진흙탕 싸움으로 번진다. 다만 진흙탕 싸움을 벌이더라도 양쪽 모두 명심해야 할 원칙이 있다. 한미약품그룹이 절대 다쳐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상대 공격을 위해 그간 알려지지 않은 불필요한(?) 정보까지 공개하며 회사에 흠집을 내지 말아야 한다.  


한미약품그룹이 대한민국 제약업계에서 가지는 상징성과 국민 건강 증진 및 경제 발전에 기여한 그간 성과는 이루 말할 수 없다. 만약 이번 법정다툼으로 한미약품그룹이 상처를 입는다면 이는 국가적 차원에서도 큰 손실이다. 송영숙 회장과 임종윤 사장 모두 임성기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각각 OCI홀딩스와 통합을 결정하고 이를 반대하고 나선 만큼 무조건적인 승리보다는 회사를 지키려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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