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언발에 오줌 누기
정부의 납품단가 지원, 할인지원 확대가 자칫 물가 자극할 수도
이 기사는 2024년 04월 05일 08시 4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부의 납품단가 지원 정책으로 지난 3월 27일까지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대파를 875원에 판매했다. <사진출처_뉴스1>


[딜사이트 김진욱 부국장] 얼마 전 저녁 식사 이후 늦은 시간 대형 마트를 찾았다. 아이의 준비물을 사러 나서는 김에 먹거리 장도 보기 위해서였다.


마트 주차장에 들어선 것이 9시에 가까운 시간이었다. 주차장에 주차를 하려고 했더니 예전과 다르게 주차된 차량이 다수였다.


'왜 이러지'라고 의아해하며 매장에 들어섰다. 아니나 다를까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었다. 마치 저녁시간 전 마트를 찾은 것 같이.


옆에 있던 아내가 "조금이라도 싸게 사려고 이 시간에 마트에 오는가 보다"며 나름의 해석을 내놓았다.


장을 보면서 오른 물가가 피부에 와닿았다. 사과 한 봉지, 야채 한봉지 카트에 담기가 무서웠다. 그나마 저렴한 냉동 과일과 저녁시간 세일에 들어간 몇몇 농산품과 계란만 장바구니에 담고 집으로 돌아왔다.


경제 관련 기사를 모니터링하다가 당시 보았던 광경을 그대로 옮긴 듯한 기사가 눈에 띈다. 주부들이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장을 보기 위해 마트의 반값 마감세일까지 눈치를 보고 있다는 기사다. 아내가 당시 상황을 정확하게 봤음을 깨닫는다.


천정부지로 오른 사과 값에 '금사과' 논쟁이 한때 뜨거웠다. 정부에서 해명 자료를 내고 사과 값 상승 원인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심상치 않은 물가를 확인한 듯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마트를 찾아 대파를 들고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875원짜리 대파를 들고 "적당한 가격"이라고 언급해 대파 논란이 금사과 논란을 잡아먹었다.


장바구니 물가도 물가지만 국민들의 가장 피부로 느끼는 점심가격의 인상 분위기도 만만치 않다. 3년여전 7000원 수준이던 점심 가격이 이제는 1만원 밑으로는 분식 말고는 먹을 것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체감 경기는 통계자료로 확인된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3월 외식 물가 상승률은 3.4%를 기록했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3.1%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외식 물가 상승률이 더 높은 현상은 34개월째 이어져오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물가 인상에도 가구 소득은 되레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가구소득 평균은 약 502.4만원이었다. 지난해 3분기 가구소득 503.3만원보다 0.9만원 줄었다.


물가는 오르고 수입은 줄었다. 국민들이 아우성이다.


선거를 눈앞에 둔 상황이어서 일지 얼마 전까지 물가에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던 정부가 술렁이는 민심에 부랴부랴 세금을 투입해 일부 농산품에 지원금을 투입해 가격을 내리고 있다. 또 납품 단가를 지원해 물가 잡기에 바쁘다. 하지만 이러한 대책은 시장 가격만 왜곡시킬 뿐이다. 한정적인 세금으로 고물가 해결의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다. 세금 지원이 자칫 물가를 더 자극할 수도 있다.


물가 상승의 요인은 여러 가지다. 공급의 부족, 원자재가격 상승, 높은 금리와 화폐가치의 하락 또는 유통과정의 문제 등등. 이러한 요인들을 파악하고 대비해야 할 책임은 정부에게 있다.


농업 인구 감소와 재배 면적 축소, 유통 구조의 불합리성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관심을 가졌어야 했다. 그런데 정부는 여전히 언발에 오줌 누기식 농축산물 가격안정자금 투입만 말하고 있다.


며칠 남지 않은 국회의원 선거에서 국민이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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