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확충 시급 기업, 잇따른 사모 신종자본증권 '노크'
공모 자본성증권 투심 둔화되자 사모시장 선회…이자비용, 콜옵션 등 부담 지속
이 기사는 2024년 03월 12일 18시 2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백승룡 기자] 회사채 시장 강세 속에서도 최근 자본성증권에 대한 투심이 위축되자, 사모 방식으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부채비율을 낮춰야 하는 기업들로서는 투자자만 확보되면 상대적으로 쉽게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자본을 확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부터 롯데컬처웍스, 효성화학, CJ CGV, 풀무원식품 등이 줄줄이 사모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서는 추세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풀무원그룹의 식품사업 계열사인 풀무원식품은 이날 사모시장에서 5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만기는 30년으로, 금리는 연 6.4%다. 콜옵션(조기상환권) 행사 시점은 2년 뒤인 2026년 3월 12일이다. 2년마다 이자율을 변동금리로 재산정하는 조건이다. 주관업무는 한국투자증권이 맡았다.


풀무원식품은 원재료 가격상승, 해외사업 확장에 따른 투자 확대 등으로 차입 부담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2021년 말 5137억원 수준이었던 연결기준 총차입금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6274억원으로 2년도 채 되지 않아 20% 넘게 불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203%에서 242.7%로 악화됐다.


풀무원식품은 ▲2021년 685억원 ▲2022년 170억원 ▲2023년 200억원 등 매년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자본 확충에 나선 상황이다. 이번 발행까지 포함하면 4년 연속 발행을 이어가는 것이다.


신종자본증권은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는 채권이다. 통상 금융회사들이 자본적정성 지표를 개선하기 위해 발행하곤 했지만, 일반 기업들 사이에서도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택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다만 지난달부터 공모시장에서 ▲롯데손해보험(후순위채) ▲CJ CGV(신종자본증권) ▲푸본현대생명(후순위채) 등이 연달아 미매각에 처하면서 기관들의 자본성 증권 매수세가 약해지자 사모시장에서 발행하려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이날 풀무원식품과 함께 CJ CGV도 사모시장에서 2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당초 CJ CGV는 이달 1200억원 규모 공모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서 최대 1500억원까지 증액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 6일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매수주문이 240억원에 그치면서 증액 발행이 어렵게 되자, 사모시장에서 추가로 발행에 나선 것이다. 만기는 30년이지만 콜옵션 시점은 불과 3개월 뒤인 6월12일에 도래한다.


앞서 이달 초에는 SK인천석유화학도 46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사모로 발행했다. 지난 2019년 발행한 6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 행사 시점이 돌아오자 차환에 나선 것이다. SK인천석유화학은 지난해 10월 공모시장에서 14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일부 차환 발행한 바 있다.


지난달에는 ▲롯데컬처웍스 2000억원 ▲효성화학 1000억원 ▲에스지씨이테크건설 800억원 등이 사모 방식으로 신종자본증권을 찍었다. 공통적으로 실적 저하로 재무 안정성이 저하된 곳들이다.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표면적인 재무지표는 즉각적으로 개선할 수 있지만, 신종자본증권 특유의 높은 이자비용 등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재무부담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신종자본증권의 발행 조건에 따른 자본인정비율과 지급보증 잔액 등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재무부담은 재무제표 수치보다 더 높다"며 "그룹 내에서 신종자본증권 매수자로 나선 경우를 제외하면 콜옵션 도래에 따른 차환 리스크도 부담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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