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에서]
변화의 기로
'뉴삼성'의 시작은 지금부터
이 기사는 2024년 03월 11일 08시 3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도착해 출석하고 있다(사진=김가영 기자)


[딜사이트 김민기 차장] 변화는 어렵다. 사람은 늘 최적의 조건에서 벗어나는 변화를 최소화하고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려는 항상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직이나 기업도 마찬가지다. 변화를 두려워한다. 오죽했으면 고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회장이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고 강조했겠는가.


삼성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 25년 동안 삼성은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과학 기술 등 모든 영역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반도체, TV, 휴대폰 등 세계 1위를 차지했고 국내에서도 삼성을 능가할 기업은 없었다. 기업의 성장을 위해 개인의 고통은 잠시 미뤄졌다. 보상이 달콤했던 만큼 성장 속 희생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빛이 밝았던 만큼 어두움도 많았다. 안기부 X파일, 김용철 변호사 내부고발, 삼성SDS 전환사채, 반도체 백혈병, 최순실 국정 농단, 노조 파괴 공작 등 세계적인 삼성의 위상과는 달리 국내 여론은 좋지 못했다. 실적은 매분기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삼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오히려 반대로 더욱 커져만 갔다.


하지만 최근 삼성은 과거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뉴삼성'의 길을 걷고 있다. 수십년동안 삼성이 단기간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생각했던 '무노조 경영'을 과감히 포기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성장과 속도보다는 동행과 상생을 이야기했다. 불법과 편법은 사라지고 원칙과 공정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이 회장은 권위주의를 벗었고, 직원들과의 눈높이를 맞췄다.


겉모습만 바뀌었을 수도 있고, 아직 완전히 변화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국민들은 이러한 삼성의 변화를 조금씩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최근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승계' 1심 재판에서도 무죄판결이 내려졌지만 이에 대한 비판이 비등하지는 않았다. 이 회장이 2번이나 감옥을 다녀왔고, 최근 삼성이 어려운 상황도 많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삼성이 진정으로 변화하려면 '반칙과 특권'이 아니라 '실력과 정도'로 글로벌 1위의 길을 걸어야 한다. 최근 흔들리는 삼성을 보며 과거의 삼성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삼성은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 사회도 바뀌고 삼성도 바뀌었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고 세계를 호령했던 삼성이 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바뀌고 더 변화해야한다. '뉴삼성'의 시작은 지금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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