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온시스템, 선제적 리파이낸싱 '신용등급 강등 대비'
사채 만기 7개월 앞두고 차환용 자금조달…'AA-'→'A+' 하향 가능성 제기
이 기사는 2024년 04월 24일 17시 0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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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한온시스템이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를 리파이낸싱(차환)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현금을 조달한 점이 '신의 한 수'가 될 전망이다. 불안정한 재무구조가 지속하면서 신용등급 하방 압력이 거세지고 있는 만큼 자금조달 부담을 사전에 낮춘 것이기 때문이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온시스템은 올해 중으로 2019년 6월 발행한 2700억원 규모의 5년물과 2021년 9월의 1700억원 규모 3년물의 만기가 도래한다. 


한온시스템은 해당 회사채들을 리파이낸싱(차환)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한온시스템은 지난 2월 총 4000억원 규모의 무보증 사채를 찍어냈다. 통상 만기 한 달 전에 차환용 회사채를 발행한다는 점에서 매우 빠른 움직임이다.


◆ 연내 만기 사채 4400억원 차환 예정…가용 현금 부족


한온시스템은 2월 만기가 다가온 6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차환했고 나머지 3400억원은 각각 시기에 맞춰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1000억원 가량의 현금이 부족한 만큼 회사채를 추가로 찍어야 한다.


한온시스템이 상환이 아닌 차환에 의존하는 배경에는 당장 가용할 수 있는 현금이 부족해서다. 한온시스템은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현금곳간을 쉽사리 채우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온시스템은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판매 호조와 고부가 차량 비중 확대에 힘입어 지난해 역대급 매출(9조5593억원)과 영업이익(2773억원)을 달성했다. 하지만 부채 상환과 배당 등으로 빠져나간 돈이 더 많았다. 


실제로 한온시스템은 지난해 단기차입금 4642억원과 사채 4600억원 등을 상환했다. 특히 배당금으로 순이익(연결 589억원)의 약 3배인 1804억원을 지급했다. 그 결과 지난해 말 별도기준 이 회사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금융자산 포함)은 1314억원에 그쳤다.


한온시스템이 올해 부담해야 할 이자 비용은 대폭 늘었다. 실제 사채 이자율은 1.89~1.96%에서 4.47~4.77%로 인상됐다. 단순 계산으로 올 2월 발행한 4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이자는 종전 연간 84억원에서 187억원으로 122.6% 늘어난 것이다.


◆신용등급 하락 트리거 발동…조달 난이도 상향에 대비


업계에서는 한온시스템의 발 빠른 리파이낸싱을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염두에 둔 행보라고 분석한다. 한온시스템이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제시한 등급 하향 조건(트리거)을 대부분 충족시킨 만큼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어서다. 


앞서 신평사들이 지난해 말부터 일제히 한온시스템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으로 내린 점은 우려를 더한다.


(그래픽=딜사이트 이동훈 기자)

한국기업평가(한기평)은 ▲수익창출력 회복 지연 ▲순차입금/연결기준 상각전영업이익(EBITDA) > 3배를 하향 변동 요인으로 꼽았다. 한기평은 수익창출력을 가늠할 수 있는 구체적인 지표를 제시하지 않았지만, 매출 대비 순이익율이 0.6%(연결기준)에 불과하다는 점으로 미뤄볼 때 한온시스템의 이익 체력은 현저하게 낮다. 한온시스템은 지난해 말 기준 58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는데, 매출 대비 순이익률은 0.6% 수준이었다.


정량평가 기준인 '순차입금/EBITDA > 3배'의 경우 이미 2022년부터 부합한 상태다. 한온시스템은 2022년 말 기준 해당 지표가 3.5배로 나타났으며,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3.8배로 오히려 더욱 높아졌다.


한온시스템은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가 제안한 ▲EBITDA/(금융비용+CAPEX) 1.0배 이하 ▲순차입금의존도 35% 초과 뿐 아니라 한국신용평가(한신평)의 ▲연결기준 순차입금/(EBITDA-배당금지급액) 4배 이상을 충족시키며 하향 트리거를 넘어다. 실제 한온시스템은 지난해 말 연결기준 EBITDA/(금융비용+CAPEX)가 0.9배이며, 순차입금의존도는 36.3%다. 또 순차입금/(EBITDA-배당금지급액은 4.9배로 계산됐다.


한온시스템의 신용등급이 AA-에서 A+로 하향 조정될 경우 자금조달 난이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채권시장에서 A+ 이하부터 비우량채로 분류하고 있는 터라 회사채가 원활하게 발행되지 못하거나 비용부담이 더 높아질 수 있다.


한온시스템 관계자는 "연초 발행한 4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로 다가오는 만기에 대응할 계획"이라며 "신용등급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올해부터 원재료 및 물류비용 절감, 비효율성 개선 등으로 수익성 회복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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