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신용도 AA' 재무 부담 경감에 달려
지난해 순차입금 최근 5년 중 가장 높은 2조원 수준
송종휴 한국기업평가 평가3실 실장


[딜사이트 한보라 기자] 올해 SK하이닉스 회사채 신용등급(AA/안정적)은 개선된 현금 창출력으로 재무 부담을 얼마나 경감할 수 있느냐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독점 공급자(솔밴더) 지위를 기반으로 경쟁사 대비 빠르게 수익성을 개선하고 있다. 다만 아직 전체 매출 내 HBM 비중이 크지 않은 만큼 차입 부담 관리는 필수적이라는 진단이다. 


송종휴 한국기업평가 평가3실 실장은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KR 크레딧 세미나'에서 "SK하이닉스는 '인공지능(AI) 메모리' 선점 효과를 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면서도 "다운사이클을 거치며 차입금이 늘어난 만큼 개선된 현금 창출력으로 재무 레버리지 부담을 경감할 수 있는지가 신용도에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SK하이닉스의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손실은 각각 32조8000억원, 7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IT기기 등 전통적인 전방시장 업황 부진 때문이다. 아울러 메모리 반도체 평균판매단가(ASP) 하락을 막기 위해 적극적인 감산을 실시하면서 고정비 부담이 급증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런 가운데 HBM 기술 우위를 지키기 위한 투자는 꾸준히 이뤄지다 보니 차입 부담이 늘어났다. 실제 지난해 말 SK하이닉스의 순차입금 잔액은 최근 5년 중 가장 높은 2조54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실질적인 재무 부담이 현금 창출력의 몇 배 수준인지 진단하는 '순차입금/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전년 말 대비 2.6배 높은 3.5배까지 커졌다.


SK하이닉스가 경쟁 우위를 가진 HBM 시장에서는 올해도 공급량이 수요에 못 미치는 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전체 글로벌 D램 시장 내 HBM 비중이 비트그로스 단위로 한 자릿수 중반 수준에 불과한 만큼 현금 유입이 폭발적으로 상승하긴 어렵다. 추가적으로 차입이 늘어난다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송 실장은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어느 정도 지배력과 경쟁 지위를 유지하는지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며 "아울러 미중 패권 경쟁이나 주요국 반도체 정책 등 회사 개별로 통제할 수 없는 여러 리스크도 남아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를 고려하면 시황 회복기에 적극적으로 재무 역량을 확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기평은 올해 전반적인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회복 국면에 접어 들었다고 살폈다. 전체 업황을 좌우할 키로는 가동률을 꼽았다. 지난 다운사이클을 미루어 봤을 때 수요 환경 개선보다 공급 조절이 업황에 더 밀접한 영향을 끼친다고 판단한 결과다. 


송 실장은 "공정 미세화가 물리적인 한계에 다다르면서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들이 설비 증설을 통해 공급 능력을 확대하고 있다"며 "공급 과잉에 접어 들었을 때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가 감산을 진행, 얼마나 생산량이 빠르게 줄일 수 있는지가 업황 반등 시기와 강도를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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