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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글로비스
R&D 강화 전략, 외형 대비 투자 '잰걸음'
②실집행액 매출 대비 0.04% 불과…올해 조단위 시설투자 여력 불투명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0일 15시 3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글로비스 자동차운반선 글로비스 센추리호. (제공=현대글로비스)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현대글로비스가 연구개발(R&D) 역량을 강화하고 있지만, 실제 투자비 집행에는 인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조원이 넘는 연간 매출 대비 R&D 비중은 0.1%에도 못 미쳐서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연결기준 113억원의 R&D 비용을 집행했다. 전년 82억원과 비교할 때 37.7% 늘어난 금액이다. 특히 현대글로비스의 R&D 비용 증가율은 현대자동차그룹(현대차그룹) 내에서도 단연 돋보인다. 예컨대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3사의 지난해 R&D 비용 증가율은 각각 18.9%, 20.6%, 16.1%였다.


◆2018년부터 R&D 착수, 수차례 재편 거쳐 핵심 조직 부상


현대글로비스가 R&D 투자를 시작한 것은 오래된 일이 아니다. 현대글로비스가 현대차와 기아 등 계열사 물량을 실어 나르기 위한 전담 물류회사로 탄생한 만큼, 그동안은 R&D 필요성이 대두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형 성장의 한계를 인식한 현대글로비스는 2018년 7월 R&D 전담 조직인 종합물류연구소를 세우고 신사업 개발에 착수했다. 이 연구소는 글로벌 공급망 관리(SCM) 컨설팅과 빅데이터, 신사업 인큐베이팅을 담당했다. 2020년부터는 R&D 비용이 보고서에 별도 집계되기 시작했으며, 2021년에는 '물류혁신연구소'로 명칭을 바꿨다.


현대글로비스는 2022년 7월 물류혁신연구소를 전사 별도 조직으로 분리하며 '미래혁신기술센터'로 전환했다. 실급으로 조정된 해당 센터는 엔지니어링과 선행 기술 역량을 내재화해 주력 사업을 고도화하는 동시에 신사업 기회 창출이라는 임무를 수행했다. 나아가 지난해 1월에는 사업부급으로 승격됐고, 전사 차원의 테크·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IT 역량 확대를 꿰하고 있다.


(출처=금융감독원)

문제는 현대글로비스의 매출 대비 실제 R&D 투자 규모가 초라하다는 점이다. 이 회사의 최근 4년 간 매출 대비 R&D 비중은 ▲2020년 0.06% ▲2021년 0.02% ▲2022년 0.03% ▲2023년 0.04%로 나타났다. 지난해 평균 1만원의 매출을 벌 동안 R&D에 쓴 비용은 고작 4원꼴이었다. 현대글로비스가 R&D 조직을 재편하며 사내 입지를 격상시킨 것과 달리 실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에는 소홀하다는 시각이 나오는 배경이다.


◆신사업 본격화 의지, 투자 비중 확대 가능성


일각에서는 현대글로비스가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사업 다각화 계획을 구체화한 만큼 올해부터 R&D 활동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한다. 대표적으로 수소 에너지 사업과 폐배터리 사업을 꼽을 수 있다.


먼저 현대글로비스는 공급망 관리(SCM) 운영 노하우를 살려 수소 에너지의 생산과 저장, 운송, 공급 등 전 영역에서 밸류체인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올해 1월 밝힌 미래 수소전략인 'HTWO 그리드 솔루션'과 일맥상통한다. 해당 전략은 그룹 내 각 계열사의 수소 사업을 연결한다는 내용이 골자인데, 이를 위해선 현대글로비스의 SCM 고도화가 필수다.


EV 사용 후 배터리 사업은 배터리 회수와 운송, 보관, 진단, 재활용, 재사용을 총 망라한다. 예컨대 현대글로비스는 폐배터리를 효과적으로 회수해 운반하고, 전처리하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SCM을 개발해야 한다. 특히 폐배터리를 모으고 방전시키는 등의 작업이 다거점에서 이뤄지는 만큼 권역별 최적화된 네트워크·프로세스 설계도 중요하다.


이규복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 역시 신사업 의지를 내비쳤다. 이 대표는 20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폐배터리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본격적인 거점 확보와 설비 구축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대글로비스가 대규모 시설 투자를 계획 중인 터라 R&D 여력이 충분할 지를 놓고 물음표가 붙은 상태다. 지난해 말 연결기준 현대글로비스의 순현금은 전년(1조2818억원) 대비 79.2% 증가한 2조297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신조선 도입과 국내·외 인프라 구축 등에 총 1조1000억원 가량이 투입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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