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여수 NCC 새 주인, 쿠웨이트 PIC?
JV 형태로 지분 절반 매각하는 것으로 가닥, 직원들 고용불안정 우려 확대
이 기사는 2024년 03월 12일 17시 2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제공=딜사이트)


[딜사이트 박민규 기자]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여수 나프타 분해 시설(NCC) 2공장 매각에 대해 "계획이 없다"고 거듭 일축한 것과 달리 내부적으로는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합작사(JV) 형태로 절반 가량의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면서, 석유화학 사업 본부 내부에서는 고용 불안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쿠웨이트 국영 석유회사인 KPC(Kuwait Petroleum Company)의 석유화학 자회사 PIC(Petochemical Industries Company)와 여수 NCC 2공장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이다. 아울러 폴리올레핀(PO) 등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타격이 큰 범용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기초소재사업부문을 2공장에 묶어 매각하는 방안 역시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2공장과 기초소재사업부문을 통합 후 물적분할 해 자회사를 출범시킨 뒤 해당 회사의 지분을 쪼개 파는 형태다.


IB업계 관계자는 "LG화학과 PIC가 지난해와 사뭇 다른 분위기 속에서 여수 NCC 2공장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쿠웨이트는 최근 100억 달러(약13조원) 규모의 알주르(Al Zour) 정유 공장을 완공했는데, 그 다음 단계가 석유화학 사업으로 확장하는 것이니 만큼 NCC 2공장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LG화학은 작년 이맘때부터 여수 NCC 2공장 매각을 타진해 왔는데, '조 단위' 눈높이가 맞는 상대는커녕 원매자조차 만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번에는 타결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시장의 시각이다. 쿠웨이트를 포함해 중동 국가들은 원유-정유-석유화학 순으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에쓰오일의 모회사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만 해도 2017년 중동 최대 석유화학 업체 사빅을 인수한 데 이어 이듬해 화학에 향후 10년간 1000억달러(약 13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한국에서는 에쓰오일을 통해 국내 최대 규모의 석유화학 단지를 조성하는 '샤힌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LG화학은 국내 최대 NCC 업체로 중동 정유사에는 충분히 탐나는 매물인 데다, NCC 전방의 기초소재 사업까지 얹어 준다는 점에서 더욱 매력적인 딜(Deal)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실제 이 같은 매각 방안이 'PIC 맞춤형' 전략으로 읽히면서, LG화학으로서는 이번 협상에 사활을 걸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나디아 알 하지 PIC 최고경영자는 '2040 전략'에 대해 "기존 시설을 확대하는 동시에 JV 설립과 인수 합병(M&A) 기회 창출 등을 통해 쿠웨이트 안팎에서 핵심 및 파생 상품 석유화학 포트폴리오를 지속 확장하는 것"이라고 밝혀 왔으며 PO와 프로필렌, 폴리프로필렌(PP), 폴리에틸렌(PE) 등 LG화학의 생산 품목을 여럿 언급하기도 했다. 


앞선 IB 관계자는 "NCC 2공장과 관련해 아직까지 합의되거나 결정된 사항은 없다"면서도 "지분율은 LG화학이 49~51%를 가져가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데 내부적으론 의사 결정권 등을 고려해 51%를 확보하는 계획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LG화학 내부 관계자도 "현 시점에서 에틸렌 등 기초 유분을 비롯한 석유화학 제품의 스프레드(제품가에서 원재료 가격을 뺀 값)가 워낙 안 좋다 보니, 현실적으로 정유사와 합작하는 것 외에는 별 다른 대안이 없다"며 "원료라도 저렴하게 확보하는 게 그나마 마진을 남길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PIC에) 매각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지분 절반가량이 외국 기업으로 넘어가면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보니 석유화학사업본부 직원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며 "노조에서는 고용 승계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60~90개월분 퇴직금을 요구할 것이란 이야기와 함께 신학철 부회장에 대한 불만 역시 나오고 있는 상태"라고 귀뜸했다.


한편 PIC은 이미 국내에 SK 계열사들과 설립한 JV를 두고 있다. SKC와는 SK피아이씨글로벌, SK가스와는 SK어드밴스드를 사이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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