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카드의 신종자본증권 발행…겉은 공모, 속은?
공모방식 통한 금리 인하 효과 노림수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7일 16시 2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주명호 기자] KB국민카드의 신종자본증권 발행 계획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동안 사모 방식으로만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던 카드업계와 달리 최초로 공모 방식을 통해 발행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통상적인 공모 방식과 달리 사전에 충분한 수요를 확보한 상태에서 진행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공모 방식을 내세웠지만 실질적으로는 사모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카드는 최대 2500억원에 이르는 공모방식 신종자본증권 발행 계획을 내놨다. 오는 28일 수요예측을 통해 모집총액 및 발행가액, 이자율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신종자본증권은 카드채와 더불어 카드사들의 대표적인 자금조달 방식이다. 카드채보다는 금리 부담이 있지만 만기가 30년 이상이라 준자본적인 성격을 지닌다는 점에서 활용도가 높다. 채권임에도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카드사 입장에서 신종자본증권은 자금조달 뿐만 아니라 레버리지배율을 낮춰 건전성 제고를 위한 용도로도 쓰이는 경우가 많다. 통상 발행 5년 이후 조기상환이 가능토록 콜옵션 조항을 넣기에 실제 만기 만큼 유지하지 않는다.  


그간 카드사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사모방식을 통해 이뤄졌다. 우선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되는 만큼 발행절차가 간편해 신속한 자금조달이 가능해서다. 공모방식 대비로는 발행 금리가 다소 높지만 발행사와 인수자가 일정조건을 사전 체결해 발행 규모를 확정하기 때문에 발행계획 대비 수요 미달에 대한 부담도 적었다.


카드사는 수신기능이 없어 계획 만큼 발행이 안될 경우 자금조달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수요가 확실한 시중은행들이 주로 공모방식을 통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이번 국민카드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두고 금융권에서는 인수단 구성으로 자금조달 리스크를 낮추고 금리 인하 효과를 노린 전략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공모방식의 경우 리테일 투자 수요를 흡수해 사모방식 대비 유리한 발행 금리를 기대한다. 또 수요예측이 흥행하면 금리 밴드 하단에서 조달 금리가 결정되는 경우도 있다.


국민카드는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인수단도 확정했다. 대표 주관사인 한양증권과 키움증권은 각각 400억원과 700억원을 총액인수한다. 이와함께 교보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각각 100억원씩, KB증권이 200억원씩 맡았다. 총액인수시 해당금액에 대한 모집은 주관사 및 인수자 책임으로 넘어간다. 국민카드로서는 2500억원 중 1500억원에 대한 미발행 부담을 줄인 셈이다.



금융지주를 통한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택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금융지주계열 카드사의 경우 채권발행 금리가 높아져서 부담이 커질 경우 금융지주가 대신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지원자금으로 넘기기도 한다. 일정 수준의 프리미엄을 카드사가 주더라도 직접 발행보다 부담이 적어서다.


카드사가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전체를 금융지주가 인수하는 식의 방식도 있다. 실제로 신한카드는 지난해 2월 3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신한금융지주가 모두 받는 식으로 발행한 바 있다. 우리카드 역시 지난해 9월 20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같은 방식으로 발행했다.


카드사 관계자는 "은행계 카드사가 기업계 카드사보다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라며 "이같은 방식을 택하지 못하는 내부 사정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현재 채권시장 수급 상황이 지난해보다 개선됐다는 점에서 공모방식 발행이 충분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올해 1분기간 채권 발행 규모가 예전보다 많지 않아 유동성이 전반적으로 풍부해진 만큼 보유 시 이자수익을 충분히 거둘 수 있는 채권에 수요가 몰리는 상황이라서다.


채권시장 한 관계자는 "시장 참여자 입장에서는 회사가 안전하다고 판단되면 이전보다 더 높은 캐리를 가져갈 수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종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