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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28㎓ 장비…헐값에 적자 회사에 넘기나
소비자, 5G 품질에 비해 비싼 요금 내놓고 서비스 못 받아 피해
이 기사는 2024년 04월 11일 17시 0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스테이지엑스가 각종 수수료와 유통구조를 간소화해 고객 맞춤형 통신서비스 혁신을 이뤄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사진은 서상원 스테이지엑스 대표가 7일 여의도 페어몬트 앰베서더 서울에서 진행된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28GHz 통신 사업 전략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 [사진=스테이지엑스]


[딜사이트 김민기 기자] 과기정통부로부터 5G 28㎓ 대역 주파수 할당 취소 처분을 받은 KT가 기존에 구축했던 5G 28㎓ 기지국 장비를 제4이통사인 스테이지엑스에 헐값에 넘기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제4이동통신 사업에 힘을 싣는 만큼 KT 입장에서는 헐값에 장비를 넘길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업계에서는 애초에 정부가 제4이동통신사에 5G 28㎓ 주파수를 넘겨줄 때부터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과거 KT는 연구·개발에 약 3000억원이 투입된 무궁화 3호 위성을 200억원이라는 헐값에 매각한 사례도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1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제4이동통신업체인 스테이지엑스가 KT의 5G 28㎓ 장비 매입 논의를 진행 중이다. 아직 구체적인 협상은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스테이지엑스가 현금창출 능력이 없고, 지난해 13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만큼 헐값에 장비가 넘어갈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스테이지엑스가 KT의 장비를 가져가려는 것은 현재 스테이지엑스가 가져간 주파수 대역과 똑같기 때문이다. KT가 반납한 5G 28㎓ 중 800㎒(26.5~27.3㎓ 대역)는 스테이지엑스가 경매를 통해 가져간 것이라 KT가 쓰던 장비를 그대로 가져다가 쓸 수 있다. KT가 구축한 기지국 장비는 이통3사가 구축한 5G 28㎓ 기지국 약 5059대 중 1586대다. 1대당 구축 비용이 약 2000~300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KT의 1586대를 2000만원에 구입한다고 하더라도 최소금액만 약 317억원이 넘는 금액이다.


업계에서는 스테이지엑스가 수도권 지하철역에 구축한 5G 28㎓ 백홀 와이파이용 기지국을 먼저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이통3사가 지하철 총 1526대의 기지국을 설치했는데 이 중 3분의 1인 약 500대가 KT 몫이다.


문제는 스테이지엑스의 자금력이 좋지 못하다는 점이다. 스테이지엑스 컨소시엄의 주축인 스테이지파이브는 지난해 13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폭이  2.35배 확대했다. 특히 판매비와 관리비가 199억원에서 437억원으로 두 배 넘게 뛰었다. 코어망 등 인프라 투자와 함께 인건비 및 프로모션 비용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자본잠식 규모도 약 1685억원으로 전년보다 3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이 회사는 향후 5년간 주파수 할당 대가 4301억원, 통신 인프라 의무 구축 비용 1827억원 등 최소 6128억원을 투자해야 한다. 과기부는 스테이지엑스에 3년 내로 28㎓ 기지국을 총 90곳의 핫스팟에 최소 6000대 구축하도록 했다. 스테이지엑스는 당장 오는 5월 4일까지 주파수 경매 대가의 10%인 430억원도 일시에 지불해야 한다.


이처럼 들어갈 비용이 많은 상황에서 스테이지엑스가 KT의 유휴 장비를 비싸게 사들이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미 정부 차원의 제4이통에 대한 대대적인 개입이 이뤄지고 있어 KT도 장비를 그대로 두기보다는 스테이지엑스에 넘기는 게 낫다는 판단에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할 가능성이 높다. 총선에서 야당에게 밀린 정부가 제4이통마저 실패한다면 국정 운영의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높아 KT에 압력을 가할 수도 있다는 예측이다. 


특히 최근 KT는 김영섭 대표가 취임한 이후로 재정 건전성 강화를 위해 허리띠 졸라매기에 들어간 만큼 장비 매각에 적극적일 것으로 보인다. 대대적인 조직 슬림화와 긴축재정을 통해 KT의 방만경영을 잡겠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자산 매각 기조는 KT의 새로운 대표가 올 때마다 보여줬던 경영 수순이다. 


KT는 과거 우주영토 상실, 국부 유출 등 각종 논란을 일으켰던 KT의 무궁과위성 3호를 헐값에 팔아 넘기며 오점을 남기기도 했다. 또 지난 2015년엔 KT렌탈과 KT캐피탈을 매각하기도 했다. 당시 KT렌탈이 KT가 보유한 알짜 회사였던 만큼 매각하기에 시기가 이르다는 시각도 존재했지만 과감히 팔아버렸다. KT서브마린은 지난 1995년 설립, 2002년에 상장한 KT 내에서도 유서 깊은 기업이지만 LS전선에 매각했다.


문제는 KT가 비싸게 5G 장비를 구축해놓고 헐값에 넘기면서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한테 돌아간다는 점이다. KT를 비롯한 이통3사는 5G를 중심으로 실적 호조세를 기록하며 수조원의 이익을 올렸지만 5G 28㎓는 수익성이 안 된다는 이유로 기지국 구축에 소극적이었다.


소비자는 5G의 서비스를 받기 위해 높은 요금제를 이용했지만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지 못했다. 반면 통신사는 3.5㎓ 대역이나 3.7∼4.0㎓ 대역 등 수익성이 나는 사업에만 집중하고 수익성이 안 나는 곳은 포기하는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행태를 보였다는 지적이다. 최근 3만원대의 중저가 5G 요금제를 출시했으나 1GB당 단가가 높아 실질적으로는 더 비싼 요금제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대해 KT관계자는 "스테이지엑스와 협력 방안은 확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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