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충당부채 덜고 재무체력 키웠다
판매보증비 절반 '뚝', 수익 강화 효과…고수익車 비중 확대, 리콜 부담 완화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5일 17시 0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현대차 본사 사옥. (출처=현대차)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현대자동차(현대차)의 재무융통성이 한층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실적 호조와 더불어 판매보증충당부채 축소가 상당한 기여를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가 매년 반영 중인 '세타2GDi 엔진 사태'에 따른 품질 관련 비용이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진 것이 큰 영향을 끼쳤다.


현대차가 추후 충당금을 추가 반영하더라도 이에 따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고부가가치 차종 중심의 수익 구조를 구축한 만큼 이익 방어가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 '부채' 세타2엔진 품질비용, 전년보다 50% 축소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62조6636억원과 영업이익 15조126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4.4% 성장했으며, 영업이익은 50.4% 늘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53.7% 증가한 12조2723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 모두 창사 이래 최고치다.


이 같은 호실적은 현대차의 수익성 지표를 한층 견조하게 만들었다. 실제로 현금창출력을 가늠할 수 있는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마진율은 12.3%로 전년(10.4%)보다 1.8%p(포인트) 상승했다. 재무건전성 지표인 부채비율은 181.4%에서 177.4%로 4%포인트 개선됐다. 차량부문만 떼 놓고 보면 부채비율은 61.6%로 더욱 낮다.


(출처=금융감독원)

눈길을 끄는 부분은 판매보증충당부채 전입액이 대폭 축소된 점이다. 현대차가 지난해 인식한 판매보증충당부채 전입액은 2조1757억원이었다. 2022년 반영한 4조3475억원과 비교하면 50% 가량 축소됐으며, 2018년(1조7032억원) 이후 최저치다.


판매보증충당부채는 판매한 제품의 품질관리를 위해 미래에 발생할 보증(AS·리콜) 관련 비용을 선제적으로 쌓는 것을 의미한다. 부채항목의 충당금으로 반영되기 때문에 회계상 비용으로 처리되며, 해당 계정이 줄어들수록 영업이익이 늘어난다.


◆ 충당부채, 2018년부터 급증…신용등급 상향과 직접 연관


현대차가 판매보증충당부채 계정을 집중 관리하기 시작한 것은 2018년부터다. 현대차는 세타2GDi 엔진을 장착한 차량을 대상으로 평생 보증을 결정했다. 외부감사인 역시 충당금이 대거 인식된 2018년부터 매년 판매보증충당부채가 적절하게 반영됐는지를 평가 중이다.


특히 현대차는 2018년과 2019년, 2020년, 2022년 총 4차례에 걸쳐 대규모의 충당금을 반영했다. 실제 이 기간 판매보증충당부채는 ▲1조7032억원 ▲2조4776억원 ▲5조1702억원 ▲4조3475억원이었며, 전년 대비 평균 증가율은 무려 56.6%였다.


(출처=한국기업평가)

판매보증충당부채가 중요한 이유는 현대차의 신용등급과 직접적인 연관을 가지기 때문이다. 한국기업평가(한기평)는 현대차의 신용등급 상향 조건으로 ▲그룹 전반의 사업적 역량이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의미 있는 수준으로 변경 ▲EBITDA 마진율 12% 이상, 현금유동성비율 200% 이상 등을 제시했다.


현금유동성비율은 통상적인 유동성비율(1년 이내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으로 1년 이내 만기 도래하는 부채를 상환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지표)과는 다소 차이를 가진다. 반면 현금유동성비율은 현금성 자산에서 단기성 차입금과 판매보증충당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이다. 유출이 예고된 부채보다 최소 2배가 넘는 실 현금을 보유해야 한다는 의미인 만큼 판매보증충당부채를 효과적으로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 추가 충당금 부담 적어…충분한 현금력·고수익차 판매 확대


업계는 현대차가 추가로 일회성 품질비용을 반영하더라도 부담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수차례에 걸친 충당금 설정은 현대차의 보수적인 재무운용 전략에서 기인했으나, 이익 체력 강화에 따라 대응력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돼서다.


실제 현대차는 친환경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 등 고수익 차종의 판매 비중이 확대되면서 믹스(차량용 구성 비율)가 개선됐다. 전기차 등 친환경차가 전체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7%(12.8→16.5%) 상승했다. 여기에 더해 SUV와 제네시스판매 비중은 각각 53.9%, 5.3%로 나타났다. 평균판매단가(ASP)가 인상되는 만큼 남는 돈은 더욱 많아지는 셈이다.


(출처=현대차그룹 홈페이지)

영업 환경은 나쁘지 않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빚어진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완전히 소거되면서 중고차 잔존연수는 단축되는 반면, 신차 판매 대수가 증가하고 있어서다.


김영훈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현대차는 지난해 신차 출시와 미래사업 관련 자본적지출(CAPEX) 및 지분투자 증가, 배당금 지급 등 자금소요 확대에도 실적 개선에 힘입어 자금잉여창출이 확대됐다"며 "향후 전동화와 전잔화 등 산업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하지만, 대부분 영업창출현금으로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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