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지배구조 분석]
과도한 농지비·배당금…금융지주 자율성 '훼손' 우려
매년 농협중앙회 1조 이상 지원… 농협금융, CET1 0.66%p 손실 추정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2일 13시 3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농협금융지주는 2011년 '신경분리' 이후 농협중앙회에서 분리돼 독립적인 금융기관으로 탄생했다. 하지만 농협중앙회가 100% 지분을 가지고 있어 독립했음에도 불구하고 중앙회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반쪽짜리 금융지주'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최근 NH투자증권 사장 인사에서 불거진 중앙회-금융지주 간 갈등 표출은 기형적인 지배구조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출범 후 지속 반복되는 인사 논란을 계기로 농협의 지배구조를 면밀히 들여다본다.


(제공=NH농협금융지주)

[딜사이트 이보라 기자]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인선 갈등을 계기로 불거진 농협 지배구조 문제가 농협지원사업비(농지비)와 배당금의 타당성 논란으로  확산되고 있다.


농협금융지주 계열사가 농협중앙회에 납부하는 상황에서 금액이 매년 증가하고 있어서다. 특히 농지비와 배당금 규모에 대한 결정권이 농협중앙회에 있는 만큼 지배구조 문제와 맞닿아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이 농협금융과 농협은행 검사 과정에서 농지비와 배당금의 적절성 여부를 들여다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날까지 농협금융과 농협은행에 대한 수시검사를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농협금융이 농협중앙회에 납부하는 농지비와 배당금이 적절한지를 뜯어본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농협금융을 사실상 주인 없는 곳(소유분산 기업)으로 인식했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사태로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지주 인사권과 경영권에 개입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금감원이 농지비와 배당금을 들여다보는 이유는 자본적정성과 건전성 등을 고려해 규모가 결정돼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농협금융이 농협중앙회에 지원금을 과도하게 납부하면 금융사의 안정성이 낮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농지비는 농협금융 계열사가 농협중앙회가 추진하는 농업지원 활동에 수익 일부를 환원한다는 취지로 납부하는 분담금이다.


농업협동조합법에 따르면 농지비는 교육지원사업이나 유통지원사업 목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한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농협 명칭을 사용하는 법인에 대해 영업수익 또는 매출액의 2.5%의 범위에서 부과하도록 법에 명시됐다. 


실제로 농협중앙회는 농협금융에서 받은 농지비와 배당금으로 경제사업 적자를 메우고 있다. 농협경제지주는 2022년에만 37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농협금융 계열사의 매출이 커지면서 농지비와 배당금 규모도 점점 확대됐다. 최근 5년간 농협중앙회가 받아간 농지비는 ▲2019년 4136억원 ▲2020년 4281억원 ▲2021년 4460억원 ▲2022년 4504억원 ▲2023년 4927억원이다.


농협중앙회가 받은 배당금은 ▲2019년 5000억원 ▲2020년 3470억원 ▲2021년 9730억원 ▲2022년 6750억원 ▲2023년 6750억원이다. 2021년부터는 농지비와 배당금을 합쳐 매년 1조원 넘게 농협중앙회에 납부했는데 이는 농협금융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의 절반에 달한다.

(출처=농협금융)

문제는 지배구조상 농협금융이 자본적정성과 건전성을 고려해 농지비와 배당금 규모를 결정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농협중앙회→농협금융→은행·증권 등'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상 농협중앙회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선 농지비 부과율은 농협중앙회 총회에서 결정한다. 이는 농지비의 직접적 수혜를 받는 지역농협 조합장 또는 조합원이 결정권을 쥐고 있다는 얘기다. 결국 농협금융과 의지와 상관없이 농지비를 늘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배당금 규모를 결정하는 농협금융 이사회도 농협중앙회 영향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사회의 핵심 멤버들이 농협중앙회에 밀접한 관계다. 이사회 의장인 이종백 사외이사는 농협중앙회 감사위원 출신이다. 안용승 기타비상무이사는 현직 남서울농협 조합장이다. 기타비상무이사 자리는 농협중앙회 의견을 이사회에 전달하는 역할이라는 게 농협금융 안팎의 평가다.


배당금 규모를 농협금융 이사회가 자율적 결정을 해도 주주총회에서 통과해야 하는데 이 경우 단일주주인 농협중앙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사실상 농협중앙회의 의견을 무시한 채 배당금 규모를 결정할 수 없는 셈이다.


주목할 부분은 농협중앙회에 납부하는 과도한 농지비와 배당금이 농협금융의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점이다. 농지비의 경우 순이익이 아닌 매출을 기준으로 산정해 적자를 기록하더라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8년 농협생명은 114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음에도 농지비 628억원을 납부해야 했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도 농지비가 농협금융 계열사의 재무 현황을 반영하지 않아 산정 기준을 구체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과도한 농지비와 배당금 탓에 농협금융의 손실흡수능력을 저하시키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5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말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평균 12.95%로 집계됐다. CET1은 위기 상황에서 금융사가 지닌 손실 흡수 능력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다. 반면 농협금융은 12.88%로 평균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나머지 4대 금융지주의 CET1은 KB금융이 13.58%, 하나금융 13.22%, 신한금융 13.13%, 우리금융 11.94%다.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농협금융의 지난 2022년 말 기준 CET1은 12.71%다. CET1은 보통주자본을 위험가중자산(RWA)로 나눠 산출한다. 같은 시기 RWA는 170조627억원, 보통주자본은 21조6141억원이다. 농협금융의 CET1은 농지비를 납부하지 않을 경우 12.97%, 배당금을 납부하지 않을 경우 13.11%로 올라간다. 농지비, 배당금을 모두 납부하지 않으면 13.37%로 0.66%포인트(p) 상승한다. 


농협금융의 CET1 경우 농지비를 지원하지 않으면 0.2~0.3%p, 배당금을 납부하지 않는다면 0.4%p, 농지비와 배당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0.6~0.7%p가량 제고할 수 있는 셈이다.


수익성 역시 악화시키고 있다. 농협금융의 농지비 차감전 순이익은 우리금융보다 앞섰으나, 농지비 차감 후 당기순이익은 2조2343억원으로 5대 금융지주 중에서 제일 낮다. 농지비 차감전 기준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1.5% 증가했으나 영업수익을 기준으로 하는 농지비는 9.4%나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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