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누.담.협?
가구업체 2조원에 달하는 담합…윤리 경영에 맞는 방법 모색해야
이 기사는 2024년 04월 16일 10시 5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출처=한샘)


[딜사이트 조은지 기자] 요즘 MZ세대의 밈 중에 '누칼협(누가 칼들고 협박했나)'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누군가 칼 들고 협박한 상황이 아니라면 본인의 행동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는 말이다. 이번 가구사 담합에도 빗대어 쓸 수 있다. 누군가가 담합을 하라 협박한 것이 아니라면 담합에 가담한 가구업체들은 본인들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


10년간의 담합으로 인해 과징금 철퇴를 맞은 가구업체들은 업계의 구조적 문제로 인한 생계형 담합이라며 앓는 소리를 한다. 다만 소비자들과 공정위가 이를 귀 기울여 들어줄지는 의문이다.


이번 가구사 담합은 2011년 이후 건설 경기가 활성화되면서 아파트 입주 물량이 대폭 증가 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특판가구 시장에 너도나도 참여하기 시작했으며 이를 계기로 대형가구업체 위주로 유지됐던 시장의 경쟁이 더욱 심화됐다.


경쟁심화는 계약건 입찰을 위해 단가낮추기로 반영됐다. 나아가 지난 5년 전부터 원자재값이 급등하며 가구값도 덩달아 천정부지로 올랐다.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자 업체들은 결국 기준점을 맞추자는 의도에서 '생계형 담합'에 뛰어들었다. 가구사들이 담합을 단행한 것에는 물론 구조적인 문제가 작용했다.


계약 당시 나무 값을 1kg에 1만원을 책정 했더라도 납품할때는 자재값이 오르다보니 1kg에 1만4000원에 사들여야 한다. 이렇다보니 담합업체들은 시장자체가 황폐하고, 최소한의 손실을 내기 위해선 이 같은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담합이라는 나비효과는 결국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으로 돌아갔다. 업계 표준 건축비는 자재값과 임금 상승 등을 고려해 산정한다. 지난해는 제곱미터당 225만7000원으로 전년 대비 건축비가 약 6%상승했다. 이를 바탕으로 계산해보면 평당 기본 건축비가 745만원으로 조정돼 최근 10년 기준으로 가장 높은 인상률이다. 결국 분양가 상승에 가구업체 담합이 기여를 한 셈이다. 


이번 공정위의 회초리질에 가구업체들은 순응하고 잘못을 인정한다는 반응이다. 업체들은 과열된 경쟁속에서 살아남기위해 담합을 진행했다고 하지만 담합은 결국 경쟁을 피함으로써 이득을 취하는 행위다. 


가구업체들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담합이라는 악수를 둘게 아니라 정부와의 소통 등 윤리 경영에서 어긋나지 않는 다른 방법을 모색했어야 한다. 이제 와서 시장경제로 인해 어쩔 수 없는 생계형 담합이었다고 한들 누가 이해해 주겠는가. 최악의 수를 선택한 것은 본인들의 의지다. 누담협?(누가 담합하라고 칼들고 협박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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