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효과 점검
A급 발행사에 관심 집중…공사채 수급 부담 우려
③시장 온기 확인되자 회사채 물량 쏟아져…연초효과 지속 여부에 이목 쏠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05일 07시 3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백승룡 기자] 연초 회사채 시장에서 AA급 우량채를 필두로 A급·BBB급 비우량채까지 온기가 확산되자, 시장의 눈치를 살피던 A급 발행사들이 대거 자금조달에 나서고 있다. 


시장 안팎에서는 이달까지 안정적인 투심이 이어질 것으로 보면서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있는 발행사들이 시장의 경계감을 높일 수 있는 만큼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크레딧 시장의 '맏형' 격인 공사채 발행도 줄줄이 예정돼 있어 수급 부담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달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은 지난 2일 기준 30여 곳으로, 이 중 신용등급 A급 이하 비우량등급 기업이 절반에 달한다. 


통상 기관투자가들의 선호도가 높은 AA급 이상 기업들이 회사채 시장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53개 기업이 공모 수요예측에 나선 가운데, AA급 이상 기업은 38곳으로 70%가 넘는 비중을 차지했다.


이달 5일 하나에프앤아이(A0)가 1500억원 규모 수요예측에 나서는 것을 시작으로 ▲LX하우시스(A+) ▲SK스페셜티(A+) ▲이지스자산운용(A-) ▲한국토지신탁(A0/A-) ▲녹십자(A+) ▲동아에스티(A+) ▲대성홀딩스(A+) ▲대성에너지(A+) ▲㈜한화(A+) ▲HD현대(A+) ▲에코프로(A-) ▲대한항공(A-) ▲LS전선(A+) 등이 줄지어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있다. BBB+ 등급인 두산에너빌리티도 회사채 시장에서 현금 확보에 나설 예정이다.


비우량등급으로 분류되는 A급 기업들이 이처럼 앞다퉈 회사채 시장에 나서는 것은 연초 자금이 몰리면서 지난달 투심의 온기가 AA급 우량채에서 BBB급 비우량채까지 확산한 영향이다. 지난달 비우량등급에서 단 한 건의 미매각 없이 모든 발행사가 자금 확보에 성공했고, SK렌터카(A+)·E1(A+) 등이 A급 신용등급으로도 수요예측에서 1조원 이상의 매수주문을 받았다. BBB급에서는 AJ네트웍스(BBB+)와 두산퓨얼셀(BBB0)이 각각 개별민평금리보다 100bp(1bp=0.01%포인트) 안팎 낮은 수준에서 모집액을 채웠다.


IB업계 관계자는 "AA0등급과 AA-등급 회사채의 금리 차이는 10bp 안팎 수준인데, AA-등급과 A+등급의 금리 차이는 50bp가 넘는다"며 "연내 금리인하 기대감으로 국고채에 이어 우량 회사채로 돈이 몰리면서 금리가 많이 낮아진 상황이다 보니, 비우량채인 A급 회사채의 금리 메리트가 부각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기관투자가들이 우호적인 매수세를 보이고 있어 회사채 발행에 관심을 보이는 A급 기업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증권사 본부장은 "당초 A+등급까지는 시장에서 원활하게 소화되더라도 A0등급이나 A-등급 회사채는 녹록지 않을 것으로 봤다"면서도 "시장의 투심이 예상보다 우호적으로 나타나 적어도 이달까지 연초효과가 지속돼 발행시장이 순항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이달 중 증권사와 신탁사 등 부동산 PF 리스크가 있는 곳들도 회사채 시장에 나올 예정이라 시장의 반응과 여파를 눈여겨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상위 신용등급을 보유한 공기업들의 채권 발행도 수급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정혜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통상 공사채는 연간 발행 승인을 받은 후 2월부터 본격적인 발행을 시작한다"며 "크레딧 시장의 가장 큰 형님 격인 공사채 수급에 따라 대체재인 은행채, 회사채 장기물 가격도 영향을 받는다"고 짚었다.


정 연구원은 "올해 한전채 노이즈는 완화되겠지만 여전히 만기 도래 규모가 18조6000억원으로 예정돼 있어 발행 압력이 지속될 전망"이라며 "신생아 특례보금자리론을 포함해 지속적인 정책 대출 프로그램이 출시돼 주택금융공사의 주택저당증권(MBS) 발행 압력 역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공사채 순발행 규모 자체는 2022~2023년 대비 줄어드는 수준이겠지만, 신용 경계감이 잔존한 상황에서 하위 등급의 스프레드 상단을 높일만한 재료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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