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질개선 한컴
김상철 회장 이은 김연수표 M&A 전략 관심
① 한컴, '글로벌·데이터·서비스' 사업 재편 속도
이 기사는 2023년 05월 17일 07시 1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연수 한글과컴퓨터 대표이사 (출처=한글과컴퓨터 )


[딜사이트 최지웅 기자]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는 지난 2021년 8월 김연수 대표가 대표이사에 오르면서 2세 경영 체제가 본격화됐다. 김 대표는 김상철 한컴 회장의 장녀로 일찌감치 경영수업을 받으며 후계자 입지를 공고히 다져왔다. 동생인 김성준 씨의 존재에도 김 대표가 별 탈 없이 한컴그룹의 경영권을 거머쥐는 모양새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김 대표는 취임 이후 '글로벌-데이터-서비스'를 핵심 성장전략으로 내세우며 한컴의 체질 개선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글로벌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시장 진출 ▲데이터 사업 강화 ▲신규 서비스 출시 등으로 수익성과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 한컴MDS 매각 득과 실 


김연수표 체질 개선은 지난해 7월 한컴MDS(현 MDS테크)를 비롯해 11개 계열사를 매각하면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2014년 한컴에 인수됐던 한컴MDS는 한컴로보틱스(로봇), 한컴모빌리티(모빌리티), 한컴인텔리전스(AI·사물인터넷) 등을 종속기업으로 두고 한컴그룹의 신사업을 이끄는 핵심 계열사였다. 하지만 성장 속도나 수익성 면에서 아쉬움을 남기면서 인수 7년 만에 매각 절차를 밟았다. 당시 한컴 입장에서 한컴MDS는 계륵 같은 존재였다. 키우자니 돈이 많이 들고, 처분하자니 성장동력 부재가 우려됐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매각된 한컴MDS 종속기업 11개의 합산 순손실은 17억원이었다. 종속기업 11개 중 5개가 순손실을 기록할 정도로 부진했다.


반면 한컴은 주력인 오피스 SW(소프트웨어) 사업을 앞세워 꾸준히 외형 성장을 이뤘다. 지난해 별도기준 한컴의 매출은 1261억원으로 전년 대비 9.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년 연속 400억원대를 찍었다. 관련 업계는 한컴MDS 매각으로 한컴의 수익성 지표가 더욱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말 한컴의 총자산순이익률(ROA)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은 모두 반등했다. ROA는 지난 2021년 0.56%에서 지난해 2.17%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ROE는 6.59%에서 15.75%로 2배 이상 치솟았다.


다만 올해부터 한컴MDS 이탈에 따른 매출 하락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컴 매출은 연결 기준 41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했다. 매각된 한컴MDS를 비롯한 11개 계열사 매출을 제외한 수치다. 한컴MDS가 매각되기 전이었던 지난해 1분기 한컴의 매출은 901억원이었다. 1년 새 매출 규모가 절반 넘게 축소됐다.


지난해 상반기 MDS테크(구 한컴MDS) 종속기업 관련 재무정보 요약. (출처=DART)

◆ 케이단 찍고 M&A 시동


김 대표는 기여도 낮은 계열사를 과감히 정리해 유동성을 늘리고 새로운 투자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이미 투자를 위한 실탄도 충분히 채워뒀다. 1분기 별도 기준 한컴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404억원이다. 한컴MDS 등 계열사 매각 자금인 950억원을 더하면 약 1300억원에 달하는 현금 유동성을 확보한 상태다. 1년 이내 상환할 금융부채는 340억원으로 보유 중인 현금 및 현금성 자산으로 충분히 대응 가능한 수준이다. 부채비율도 17.63%에 불과해 더 많은 자금을 빌려도 채무 부담이 크지 않다. 


한컴은 풍부한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올해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선다. 대표적으로 싱가포르에 설립한 한컴얼라이언스를 통해 대만 SaaS 기업인 '케이단 모바일'에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 2009년 대만에 설립된 케이단 모바일은 모바일 PDF 솔루션, 전자서명 솔루션 등을 영위하는 SaaS 기업이다. 양 사는 협업툴 '잔디'의 운영사 '토스랩'에 15억원을 투자하는 등 벌써부터 협업 관계를 굳건히 다지고 있다. 한컴은 자사의 오피스 SW에 케이단 모바일의 기술을 결합해 아시아·북미·유럽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3년간 한컴의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2020년 -132억원 ▲2021년 -179억원 ▲지난해 -87억원으로 꾸준히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한컴이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투자를 꾸준히 전개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컴 관계자는 "케이단 모바일과 함께 유럽 및 아시아 지역의 성장 잠재력이 높은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 소프트웨어개발키트(SDK) 분야 기업들을 인수해 한컴을 글로벌 SaaS 기업으로서 빠르게 포지셔닝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컴의 성장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수단은 M&A다. 한컴은 그동안 국내외 유망 기업들을 지속적으로 사들이고 자회사 수를 늘리는 전략으로 빠르게 덩치를 키워왔다. 2010년 보안업체 소프트포럼을 이끌었던 김상철 회장이 한컴을 인수한 뒤 이 같은 성장전략은 한컴의 성공 방정식처럼 여겨졌다.


2세 경영 체제에도 이 같은 투자 DNA가 그대로 이식됐다. 김 대표는 유럽 PDF 솔루션 기업 'iText'를 인수해 가치를 키운 뒤 매각했고,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협력해 해외 클라우드 시장을 개척했다. 한컴MDS, 한컴인스페이스, 한컴케어링크, 한컴프론티스 등 한컴그룹에서 추진했던 주요 M&A에 김 대표가 참여해 사업 역량을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지난 10일 발송한 주주서한에서  "어려운 시장환경 속에서도 한컴이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낼 수 있도록 비즈니스의 혁신과 재무적인 개선, 기업문화 및 조직의 변화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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