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손보 의사봉 잡은 김정남 부회장…영향은
대표이사·이사회 의장 물러난 지 1년 만에 복귀, '대표=의장' 관행 깨져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7일 16시 5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1년 만에 DB손해보험 사내이사로 복귀한 김정남 부회장이 이사회 의사봉도 잡는다. DB손해보험은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도 맡는 관행을 10년 넘게 이어왔는데 깨지게 됐다. 올해 정종표 단독대표이사 체제로 접어든 지 2년째를 맞이한 상황에서 이번 결정이 DB손해보험의 향후 경영 전략 수립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DB손해보험은 지난 22일 이사회를 열고 김정남 부회장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출했다. 이는 1년만의 복귀다.


앞서 김 부회장은 지난해 3월 대표이사 및 사내이사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이사회 의장직도 내려놨다. 반면 김 부회장이 물러난 뒤 이사회에서 빈 자리를 채웠던 정종표 사장(대표이사)은 1년 만에 이사회 의장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DB손해보험은 이번에 이사회 규모가 확대된 만큼 10년 넘게 이사회를 이끌었던 김 부회장의 역량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DB손해보험은 주주총회 소집공고에서 김 부회장에 대해 "이사회 확대에 따른 이사회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장기간 이사회 의장을 역임하며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이사회 운영을 이끌어 온 점을 근거로 후보자로 추천했다"고 설명했다.


DB손해보험은 지난 22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임기 만료된 정채웅·최정호·전선애·정종표 이사를 모두 재선임했다. 또 김 부회장을 포함한 4명의 이사를 신규 선임해 이사회를 확대 개편했다. 이사 수는 5명에서 9명으로 늘어났다.


김정남 DB손해보험 부회장 겸 이사회 의장(왼쪽)과 정종표 DB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

이번 이사회 확대 개편 과정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김 부회장에서 정 사장으로 완전한 세대교체를 단행했던 DB손해보험이 사실상 1년 만에 이를 번복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향후 DB손해보험의 경영전략 수립 등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조심스레 관측도 나온다. 김 부회장이 단순히 경영 노하우를 전수하는 것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보험업계 안팎에서는 정 사장과 비교해 보험업 경력도 더 많고 직위도 높은 김 부회장이 어떤 방식으로든 DB손해보험 경영에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 부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는 것은 여러 측면에서 이례적이다. 일단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는 DB손해보험의 10년 넘는 관행이 깨졌다. 금융당국이 이사회의 독립성 제고를 위해 사외이사에게 의장을 맡길 것을 권고하는 가운데서도 DB손해보험은 운영의 효율성 등을 이유로 2010년부터 2023년 초까지 대표이사인 김 부회장에게 이사회 의장도 맡겼다.


금융당국은 2010년 선임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하며 사실상 금융사에 이사회의 독립성 제고를 위해 사외이사를 의사회 의장으로 선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선임사외이사 제도는 대표이사 또는 사내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았을 때 사외이사를 대표하는 선임사외이사를 두도록 한 것으로 금융사는 사외이사가 아닌 자(대표이사 등)를 의장으로 선임하면 반드시 그 이유를 공시해야 한다.


대표이사가 아닌 사내이사가 의장을 맡는 사례는 삼성화재,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KB손해보험 등 다른 대형 손해보험사뿐 아니라 보험업계 통틀어서도 비슷한 경우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나마 현대해상이 오너 경영인 정몽윤 회장에게 이사회 의장을 맡기는 경우가 비슷하다.


상황이 워낙 이례적이다 보니 금융권 일각에서는 김 부회장의 복귀에 김남호 DB그룹 회장 등 오너일가의 판단이 크게 작용했다고 보는 시선도 나온다. 지난해 3월 김 부회장에서 정 사장으로 세대교체를 단행했지만 보험업황 등을 고려했을 때 아직 김 부회장의 역량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김 부회장에게 대표이사를 맡기지 않고 이사회 의장 역할만 다시 준 데 비춰볼 때 굵직한 경영 현안 등에 대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가장 크게 기대했을 수 있다. 정 대표 체제를 이어가며 젊은 경영 감각은 유지하면서도 김 부회장을 통해 의사결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등 효과를 기대했을 수 있다.


김 부회장은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 때 DB손해보험 대표에 올랐는데 2020년 취임한 김남호 회장 체제에서도 자리를 유지하는 등 오너일가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DB손해보험 대표로 13년을 일했고 DB그룹의 2023년 사업 개편에서 보험그룹장에 선임된 뒤 현재까지도 역할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1월 정 사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DB손해보험에는 김 부회장-정 사장 각자 대표이사 체제가 꾸려졌으나 김 부회장이 그해 3월 임기를 1년 남겨두고 대표 자리에서 내려오면서 정 사장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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